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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151(12월 13일)

-눈이 내리네

 

거꾸리에 매단 몸을 불쑥 일으켜 찬바람 채비로 '검정 바바리코트'를 입고 집밖을 나서니 '흰눈'이 내린다. 대설이 지난 엿새요 아흐레 후에는 팥죽을 먹는다는 동지다. 어제 밤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차다. 여섯마디에 네 매듭을 짓다보니 계절의 순환과 만물의 조화가 참으로 신비롭다는 생각이다.

 

 

[봄에는 살랑살랑대는 봄바람에 벌나비 찾아들고 스멀대는 기운 탓에 절로 밖으로 나돌지 않는가?

 

"님이 가시나보다" 비 긋는 소리에 꺼멓게 타는 맘 사위려 "주룩주룩 내려라~ 한없이 적셔다오" 저편 하늘 향해 '두 줄기 눈물'이 하염없이 흐를 여름밤이겠다.

 

아, 그새 가을! 갈색 낙엽따라 멀리 가버린 사랑이여. 멍든 가슴안은 채 높푸른 하늘아래 텅빈 들녘 갈대밭에 서성이며 "숨어우는 바람소리"는 들으려나?

 

흰눈이 내리는 날 찬바람 불어 코트깃 올린 채 두 손 넣은 홀로 걷던 그맘에 싸늘히 식어간 아련한 추억만은 남아있겠네]

 

 

이런저런 생각에 돌고돌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휘릭휘릭 볼 일을 마치고 작은 뜨락에 나오니 그새 내린 눈발에 차이고 눌려 좀체 빈틈 없이 세상을 둘러친 송인(소나무)들이 꼿꼿한 몸매를 누그렸다. 왼편으로 '에코스쿨'건물 뒷편 반석산에는 키다리 나무들은 마치 수행자처럼 몸통의 한편에만 흰옷을 걸쳤다.

 

오른편 도로에 분주한 자동차들이 빵빵대고 건너편에 높이 솟은 건물이 즐비해 그 옛적 '흰눈 내리던 날'의 멋은 사라지고 건물사이에 비껴 날아드는 눈발이 마치 고향(길)잃은 나그네의 발길같다. 바람도 눈발도 우뚝우뚝 솟은 건물에 기가 죽어 길을 잃고 헤매는 모양이다.

 

 

잔뜩 몸을 움츠려 집에 돌아와 몸을 녹이던 차에

 

밖에서 들어서는 아내의 목소리다. "여보, 밖에 눈 온다. 근데 무지 추워" 이어 허공을 가르는 전음이다. "세월 좋수다. 남들 죽자사자 버둥대는데 한가로이 겨울 풍광이나 상상하니 말이외다".

 

글쎄다. 올겨울을 어떻게 그려볼까나?

 

어느 시인이 읊은 "백옥" 빛깔의 세상을 그릴까?

 

한켠에 눈 내리는 강가에 "고주사립옹"은 어떠려나?

 

옳거니. 큰맘 새긴 "답설야중거 부수호난행…"을 담아야지. 그럼, 시절따라 한밤중 대나무 꺾여나는 소리도 넣어야 할텐데… 어떻게 그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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