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272, 393 1204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행운 또는 운명을 기원하는 로또 복권 숫자가 아니다. 28은 1446년 세종대왕이 어린 백성을 위해 반포한 우리의 고유한 문자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의 글자수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으며 배우기 쉽고 과학적, 철학적, 인문적 의도가 스민 지구촌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272는 1863년 미국 링컨 대통령의 케디즈버그 연설문의 글자수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하여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 이념으로 우리나라도 헌법 제1조에 명시하였다. 393은 1968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한 국민교육헌장 글자수다. 70년대의 초등학생들은 수업시 암송해야 했던 헌장에는 개척정신, 협동정신, 봉사정신, 창조정신을 담아 국민이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았었다. 탄생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나 기본정신은 국민과 나라를 위한 마음이 깃들어 미래로 나가기 위한 것이다. 1204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이다. <성불사의 밤>(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의 노래말을 빌자면 중생의 무명을 깨울 풍경소리려나? 땡땡땡 소리가 아닌 뎅그렁~
<다시 그린 수채화> 출판기념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산수’에 이른 인생길 소회를 담은 시집출판회다. 부르시던 <숨어 우는 바람소리>는 심상에 그린 늦가을의 멋이요 열두 자락 수채화는 시인의 ‘인생소나타’란 생각이다. 무엇을 그리셨을까? 이른 아침 시인의 시집을 펼치니 아버지 밀짚모자, 엄마의 솜 이불, 지게, 진달래, 찔레꽃, 복순 언니, 벌새, 매미, 우물, ...자락마다 어린시절 동네 정경이 눈에 선하다. 유초시댁 딸이 긴머리 나풀대며 징검다리 뛰어건너나도 싶다. 또 한자락 펼치니 오월 봄바람에 잊지못할 연가려나! 휘날리는 연분홍 치마에 시도 때도 없이 민들레 홀씨 날아든 청춘시절의 숨은 그림이다. ‘님과 함께’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밤하늘 빛나는 영원을 약속하며 반짝이는 두 별을 바라보시더이다. 파란 가을 하늘에 흰구름만 흘러가네. 그 사람 이름을 불러볼까?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어리는 그 얼굴, “우리의 만남이 인연이었다면 그 인연 또 한 번 너였으면 좋겠어”.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났으면 “긴 밤 한 허리 베어내 서리서리” 쟁여 다시 만날 봄날에 “구비구비 펴보련만”. 노랫말처럼 짙은 물감
유네스코 미래 교육 국제포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인류사회를 위한 행동과 지적.도덕적 연대, 지도력 강화를 위해 유네스코 국가위원회가 마련한 3일간 펼친 담론의 장이다. ‘미래’ 교육을 논하려면 과거의 성찰과 현재의 상황 진단이 우선이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 말씀 잘들어 공부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잘놀아라”, 어린시절 주위 어른들이 하시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정성과 뜨거운 교육열 탓에 요즘의 코리아 면모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전자를 파구(破句)해 헤아리면 호기심을 돋워 가르칠 학교교사의 역량에 닿는 말이요, 후자는 이웃과의 상생을 통한 행복의 씨앗인 어울림이겠다. 이는 공공재로서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는 미래를 헤아리는 국제포럼의 주제와 같은 맥락이지 않은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제때에 제모습을 피워내는 생명력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지닌 호기심으로 제모습을 이뤄가는 삶의 결이다. 오감을 깨워 호기심을 돋우는 일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할 궁극의 목표인게다. 허나 개인이 이를 추구하기엔 품성을 비롯해 가정환경, 지역환경 등등 장애를 극복해야하며, 국가별 정책도 재정, 자원, 지리, 시스템, …등에 따라 차이가 크기에 여간
다시 깨어나소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너 자신을 알라”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는 글귀 였는지, 철인 소크라테스의 명언이었는지 깊은 뜻이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꼬라지 하고는” 대화에 비틀리는 감정이 인다. 한편 “일어나라 아이야/다시 한 번 걸어라/뛰어라 젊음이여/꿈을 안고 뛰어라…” <날개>를 듣노라면 가슴이 설레인다. 두 경우 모두 자신을 깨우는 말이다. 19세기말(1894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행가 마르케는 조선을 방문해 여기저기를 둘러본 후 “천성이 착해 현명한 지도층(정부)을 만나면 세계를 놀라게 할 백성”이라 표현했으며, 20세기초(1928년)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일즉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는 등촉의 하나인 조선/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빛이 되리라”며 암울한 당시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얘기를 통털면 훌륭한 민족으로 우리의 품성과 잠재력을 일깨운 글말이니 엄지척이다. 주지하는 바 처럼 천문, 활자, 도예, 건축, 세공, 문자 등 여러분야에서 동방을 넘어선 선조들의 발자취였다. 또한 문명비평가 토인비를 비롯해 저명한 철인들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 경로효친 사상이 인류문명사에
고맙소 정말 고맙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인연 가운데 군대 인연이가장 맘이 끌릴게다. 2024년 00장교단 3맥 종기총회 및 송년회다. 사방이 눈밭인데 전국 각지에서 힘차게 모여 들었다. 공병 병과 출신 동기의 익은 색소폰 연주가 장내를 어루는 동안 후보생 때 맺은 중대와 병과별로 반가운 인사다. 이어 격식에 맞춰 오래전 풀어놓은 용기로 태극기를 향해 거수 경례를 하니 심신이 바로선다. 병기 병과 출신 이임 회장의 아쉬움이 다정한 노래 <고맙소>에 담겨 흐르니 모두들 박수로 화답이다. 너희가 있어 헌신한 보람이 있다지만 전국을 돌며 동기회를 이끈 정성에 임원진에게도 감사의 박수다. 이어 특전사 출신 신임 회장의 우렁찬 ‘단결’ 구호로 절도있는 취임 신고가 장내에 울리고, 젊은 날 부른 <전우>, <검은 베레>를 다짐하니 근무중 ‘이상무’ 일게다. 풍악이 없으랴! 1중대 My way를 시작으로 2중대, 3중대, 특전사, 공병, 통신, 4중대. 5중대, 기갑, 병기, 병참, 6중대, 7중대 순으로 무대에 올라 어우러져 노래부르니 휘이익~ 40여년전 청춘이 네박자에 스쳐간다. 영천, 고경, 화산,...상무대, DMZ,.. “그곳이
오빠와 구슬치기 어렸을 적 집 뒤꼍으로 가려면 수돗가를 지나서 가는 방법도 있었으나 반대편 좁은 골목을 지나 가는 방법도 있었다. 수돗가를 지나 가는 편이 훨씬 편하고 넓었으나 가끔 왼쪽의 좁은 길로 가기도 하였는데 , 이는 건넌방의 뒷문에 신발을 갖다놓으면 거리가 짧아 바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곳에 여기저기 구멍이 패였다. 구멍이 패였다고 지나갈 수 없는 길이 된건 아니지만 어쩐지 신경이 쓰였다. 골목의 구멍은 오빠가 혼자 구슬치기를 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놀이감도 없던 시대였고 눈이 휙휙 돌아갈만큼 빠른 인터넷은 꿈도 꿀 수 없는 시절이었기에 구슬치기는 남자 아이들의 최고의 놀이감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전용 게임장이 집안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또 동그랗고 투명한 구슬은 얼마나 이쁘고 탐이 나는지... 동네의 아이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두 깡통에 자신의 구슬을 보물단지처럼 끼고 살았다. 오빠 또한 깡통에 구슬을 보관하고 동네 아이들과 집앞 골목에서 구슬치기를 하고는 하였다. 그러나 뒤꼍으로 가는 골목에서 구슬치기를 혼자 하곤 했는데 이는 동네에 동갑내기가 없었고 게다가 내성적인 성격
눈이 내리네 (Tombe La Neige)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첫눈이 내린다. 첫눈의 매력인가? 백설을 감상하기 위해 1km거리에 위치한 융.건릉 산책길에 나섰다. 도착하니 정문에 임시휴무 팻말이 있어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모습들이다. 인근 <바링고카페>에 들어 따뜻한 커피잔을 들고 창밖 멀리에 벌거벗은 솔숲을 바라본다. 두어 시간여 내리는 눈발이 어수선한 주변 모습들을 하얗게 덮어, 흰눈밭을 걷는 상상여행이 참 아늑하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하며 눈사람 만들던 그 시절의 감성은 아닌게다. 분분히 날리는 허공의 눈발속에 눈길을 멀리 내어가니, 지난날의 실연의 쓰라림도, 실언의 후회도, 낯뜨건 부끄럼도 사라지고 오롯한 고독의 시간이다. 자장가를 부르며 토닥토닥 어르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이에 미칠까! 장맛비에 쓸려 시원스런 천변 모습이 이에 견줄까! 두세달여 우둘투둘하니 주름진 마음내 이랑도 고요하다. ‘고요’, 이말을 장대에 달아매면 생명체의 존재 그 본연에 닿는 머무름일지니 인간사 모든 게 자연인게다. 어찌 본연에 이르러 너와 나의 분별이 있으랴만 머리 달린 검은 짐승이라니… 달아맨
페이스페인팅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행사시에 흔히 보는 “페이스페인팅은 얼굴, 손, 몸 등에 그림을 그려 표현하는 예술”이다. 생활예술인들의 모임에서 이 일을 즐기는 분과의 대화다. 아이들이 왜 그리 좋아하며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페이스페인팅하는게 도대체 무슨 재미가 있어 지갑을 여는지 몰랐으나 자격을 갖춰 직접 대하다보니 아이들의 경우엔 자신만의 특별난 심리적 만족감이며, 어른의 경우는 이전에 해보지 못한 것이라 ‘나도 해 봤다’란 자존감을 갖는단다. 나름 보람이 있어 취미로 시작한 페이스페인팅에 대해 이모저모로 넓게 공부한단다. 페이스페인팅을 마친 후 아이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환한 표정과 까르르 웃음소리는 마치 한떨기 화사한 꽃이란다. 상상만으로도 빙그레 미소다. 볼우물 주변에 꽃이피고 새가 나니 그 기분이야! 마주보며 야단스런 또래들의 활개짓이 마치 바람결에 하르르 흩날리는 꽃잎들 같단다. 기뻐하는 손주들 모습에 지갑여는 할매들의 손등에도 덩달아 꽃이 핀단다. 손주 얼굴에 꽃피고 새우니 온세상이 꽃밭인게다. 아장아장 네발 떼던 얼룩강아지가 모델일까? 우리 어매 시집오던 날 잡귀 물리치려 찍었다던 연지곤지가 시원이었을까? 정신(얼)이 깃들어 얼굴이라
김장문화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아침나절 아내와 팔탄 지인의 집에 들르니 몇 가족이 모여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는 날이란다. 절인 배추를 ‘김장대’로 나르는 가장들의 발걸음에 부인들이 재재바른 손놀림에 갈색 김치통이 하나 둘 착착 쌓여간다. 외신기자(?)로 분해 얼크러 설크러진 말가닥을 이어 입말로 시간을 보채며 주부들에게 ‘김장 소감을 물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는 느낌”이란다. “누군가 맛나게 먹을 거란 생각에 기쁨”이 있단다. 한편으론 “시어머니 말씀에 긴장하는 날”이며 “친정 엄마의 교육방식과 자녀에 대한 생각”도 머문단다. 저마다 가슴속에 갈무리한 배추속 같은 이야기에 공감이다. 새김하니 내 동네 이야기요 어릴 때 내 어머니 모습일게다. 내겐 앞밭에서 어머니가 다듬은 배추 무를 우물가로 나르고, 어둠이 짙은 방에서 채칼에 무를 썰며 씩씩거리던 기억이다. 절인 배추를 드럼통에서 꺼내시던 부모님, 이제 싸놓은 갈색 김치통에 담긴 김장날의 희미한 ‘갈색 추억’이 된다 싶다. 어디 김장양념 레시피만 전해오랴! 어머니 손맛에다 야단스런 짜라락~ 토크쇼 마저도 전해오니 이 모두 김장문화인게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된 값진 문화인게다.
‘송년의 밤’ 수상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연말 송년회가 해를 한달여 앞서간다. 화성시 송산동 소재한 ‘안용중학교 12회 동창회 송년의 밤’이다. 의술 발전(?)을 위해 다섯해 동안 헌신한 필자에겐 오랫만에 즐거운 만남이다. 장소에 들어서니 무대 스크린에는 모임 때마다 동창들이 남긴 정다운 영상이 돌아간다. 반세기 흐른 그 옛적 아침모임 때마다 “역사 깊은 세마대를 앞에다 두고” 목청 돋워 부르던 교가도 등장해 쓸쓸한 날씨와 달리 맘이 따뜻해진다. ‘정직, 믿음’은 우리의 사명이라 합창하던 그 까까머리와 새침떼기들이 어느덧 손주들을 거느렸고 낼 모레면 ‘인생칠십고래희’다. 임원진의 고운 정성이 어울려 푸짐하게 마련된 송년모임이다. 늘 농사일에 분주한 동네 동창생도 만사를 제쳐두고 채를 잡고 식전 무대에 올라 동창들의 앞날의 행복을 기원하는 <비나리>를 풀고, 이어간 다른 동창생의 색소폰 연주가 흐느끼니 굽은 심신에 조용한 울림이려. 인생길 이골 저골에 넘나들던 반세기 세월의 강을 거스른 즐거움이다. 우정출연한 밴드단 연주에 스무너댓명 동창들의 목소리가 트였다. 굴렁쇠도 굴렸을게다. 메밀꽃 지천이던 물방앗간의 사랑이 생생하더라. 징검다리 개울 ‘윤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