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사슴 놀이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삼총사가 함께 오르나요? 돈키: 제주 일정은 한반도 유람의 맺음지지. “One for all, All for one!” 13, 4년을 함께 달려온 마라톤 동료들이야. 이번 유람도 마라톤 같은 여정, 그 피니시 라인이 바로 백록담이거든. – 휘릭 호새: 하늘에서 내려다봐도, 땅에서 올려다봐도 안기고 싶은 산이라면요. 돈키: 어머니 품 같지 않겠니? 옛적에는 영주산이라 불리며 설화가 끝없이 전해졌고, 누구나 찾는 영산이라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해. 뜀맨1: 여러 번 올라왔지만 오를 때마다 식물군의 변화가 참 묘해. 난대식물에서 초원, 활엽수림, 침엽수림, 관목림, 그리고 고산식물 띠까지. 그 모습이 우리네 삶 같아. 어머니 품에서 옹알이하던 아기가 아장거리다 풀밭 뛰놀고, 세상이 다 내 것 같던 청년은 어느새 둥그런 중년의 얼굴을 닮아가고, 마침내는 비워가는 노년의 경지에 닿는 것처럼. 뜀맨2: 솟구치던 청년의 기상이, 노년에 와서는 정으로 굳어 못이 되는구먼. 이곳은 이승과 천계의 경계라 했고, 흰사슴이 물을 마시던 곳, 은하수가 담긴 곳이라했지. 신선이 노닐던 산. 우리 삼총사도 삼신산에 오르는 셈 아니겠어? 소동
혼저옵서예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무슨 바람이 불어 바다까지 건너려는 거예요? 철인삼종 준비한다고 수영해 갈 것도 아니고, 날트리라도 타겠다는 건가요? 돈키: 하하, 차라리 드론이라도 타고 날아갈까 싶구나. 호새: 그러다 마라톤 삼총사가 한라산 정상까지 뛰어올라 가는 건 아니겠죠? 돈키: 등산만 해도 충분하지. 그래도 보물섬 제주로 간다니, 마음이 괜히 한 번 더 뛴다. 호새: 남한에서 가장 큰 산을 이고, 바다 한가운데 둥근 뚜껑처럼 누운 섬이니, 해양국 코리아의 숨결이 모여든 곳이지요. 돈키: 저 높은 한라의 기상과 먼 바람의 그리움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땅이지. 제주엔 바람이 많다던데, 바람이 있어야 비로소 제 맛이 나는 섬이라더라. 호새: 노래도 많죠. “내 이름은 바람이란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바람이려오…”, “바람이 분다 연평바다에…”. 사람들은 어찌 그리 바람에 마음을 매달았을까요. 돈키: 바람이 있어야 숨이 살아. 인생도 제때의 바람을 맞아야 한다네. 때를 놓치면 입 돌아가듯, 사는 일도 금세 뒤틀리더라고. 바람 많은 탐라국에선 어떤 이야기가 피었다가 사라졌는지, 그게 자꾸 궁금해져. 호새: 돌 많은 섬이라 하죠. 돌아다니다 보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꿈꾸는 마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오늘 순천만에 영화시나리오 쓰려 가나요? 진도, 완도, 해남, 강진에 가볼 곳 많은데... 돈키: 진도아리랑도 듣고 싶고 장보고관, 땅끝마을, 하멜기념관, 나로호우주센터, 녹차생산지, ...다 가보고 싶은데 여의치 않네.-휘릭 실버맨1: ‘벌교에서 주먹자랑 말고 순천에서 얼굴자랑마라’는 옛말입니다. 호새: 국가정원과 순천만 늪지와 순천의 이미지가 되어가나봐요? 실버맨1: 순천에 오셨으니 짱뚱어탕 드셔보세요. 정원엔 아직 꽃이 덜해 산책하시면 될겁니다.-휘릭 호새: 뜨락 꽃밭에 나무 들어서고 물웅덩이 만들면 정원 아니에요? 꽃이 아직 이네요? 돈키: ‘제인에어’ 읽어봤지? “파도가 지나간 자리” 영화는 어때? 호새: 뜬금없이 소설과 영화래요? 네덜란드 정원에 풍차 보러 오는 줄 알았어요. 돈키: 응, 나라별 정원의 특색을 볼수 있다잖아. 서구 유럽에 영주들 저택을 둘러싼 농장이 큰 정원이라고 생각해. 장원이 정원으로 축소되었다고나 할까? 서구풍이 이러저러 경로를 통해 우리주변에도 익숙한거지. 중국, 일본에 이은 우리의 정원과 서구풍이 어떤지 봤잖아. 호새: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되어야 꾸밀까요? 베란
바닷길을 나서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드뎌 관심 갖던 해양문화재를 살필 장소네요. 돈키: 근해 바다는 고대 유산의 수장고니, 이를테면 타임캡슐이지. 알 수 없었던 일들이나 당시의 생활양식, 나라 간 해상교류를 살필 자료실이야. 호새: 고대 해양문화를 살피려면 우리말 변천과 한자 어원, 일본말도 알아야겠어요. 돈키: 고고학자·역사학자·국문학자들이 연구하는 분야지. 그냥 그렇구나 이해하고, 물길에 관한 거니 물 ‘수(水)’자 정도는 공부해야지. 호새: 샘이 냇물이 되고, 내가 강이 되어, 바다로 가는 거네요. 돈키:『설문해자로 어원을 살피면 샘 ‘천(泉)’, 내 ‘천(川)’, 강 ‘강(江)’, 바다 ‘해(海)’, 대양 ‘양(洋)’의 의미가 분명해지지. 마시는 물인지, 건너는 물인지, 낚시 할 물인지, 아니면 수평선을 바라보며 배를 타고 나가는 바다인지를말이지. 해양문화재는 바람을 이용해 목적지에 오가다 풍랑을 만나 침몰한 배에서 나온 유물들을 정리한 것들이 많아. 호새: 어느 시기에 어디서, 누가, 왜, 무엇을 싣고 가다 침몰했는지 살필 수 있겠네요. 대하드라마 소재도 되겠어요. 돈키: 연구를 많이 해야지. 당시 시류, 풍습, 언어, 생활양식… 기본지식이
목포는 항구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A=B다. 도시 중 가장 명쾌하게 정의된 곳이 목포야. “목포는 항구다”(작사 조명암, 작곡 이몽룡)라고 하잖아. 이난영 선생이 부른 노래 말에 나오더라. “영산강 안개 속에… 삼학도 등대 아래…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이별의 부두.” 목포는 항구라는 말이야. 항구라, 그만큼 아픔이 있다는 이야기지. 담양에서 발원해 광주, 나주, 영암을 거쳐 삼학도를 품은 영산강의 종착지라네. 호새: 옛적에 통통배들이 선창의 모습을 수놓았으니, 아직도 그분이 부르던 “사공의 뱃노래…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 때,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목포의 눈물’(작사 문일석, 작곡 손목인)이 흐를까요? 돈키: 식민과 동란의 아픔이 삼천리 어느 곳엔들 없을까만, 항구라서 그 정이 더욱 깊겠지. 호새: 그 정이 깊어 “흑산도 아가씨”(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의 가슴이 검게 타버렸대요. 돈키: 그 노래엔 사연이 있어. 작곡가가 ‘흑산도 어린이들 서울 구경’이란 신문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지. 흑산도 아가씨만 그렇겠어? 순정을 바친 섬 아가씨들 마음이, 총각들이 뱃
청출어람 청어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실버맨: 나주는 천년의 역사를 지닌 고장입니다. 미래를 위한 고장이기도 하지요. 돈키: 듣자하니 왕건과 얽힌 샘물 이야기라든가, 영산강변에서 홍어축제가 열린다던데요. 실버맨: 역사가 깊어도 젊은이들이 머물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할 텐데요. -휘릭 호새: 어디 가요? 돈키: 이 고장은 의미로운 발걸음이 될 것 같아. 도로명이 ‘백호로’라잖아. 이름값처럼 고구려대학이나 천연염색박물관, 낭만시인 임제문학관이 있다니 들러야지. 호새: 어찌 고구려 명칭을 이 지방에서 썼을까요? 돈키: 백제, 신라, 가야, 고려, 조선 모두 대학교 이름으로 쓰이나, 이곳에 고구려대학이라. 진취적인 기상을 잇겠다는 뜻 아닐까? 호새: 곤충산업과가 있던데요? 미래 식량원으로 개발된다면요? 돈키: 생소하지만, 친환경 먹거리로 훌륭할거야. 어릴 적엔 메뚜기도 볶아 먹었거든. 그뿐이겠어? 아주 멋진 개그도 곤충과 어울려 친숙한 먹거리가 될거야. 호새: 개그요? 돈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마라”가 “공자 앞에서 문자 쓰지 말라”와 같은 뜻이야. 얼마나 자주 생활 속에서 쓰이는 말인가. 주변을 살피면 세상에 얼굴 내밀 게 많아. 호새: 지방 특산물을 연구
의정회보 창간3주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지난 일들을 반추하는 즐거움에 글말을 이어갑니다. 30대에 발들인,1991년 초대의회 개원을 시작으로 9대의회에 이르기까지 34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화성은 정주 인구가 5배가 늘었고, 재정 규모는 수십 배로 성장하였습니다. 군(郡)에서 시(市)로의 승격과 그리고 특례시로 진입하여 맞게 된 외형적 변모는 가히 경천동지할 변화입니다. 얼마전, 아침녘, 화성동서남북문화기행 3편인 <황구지천 물길>의 영상제작을 위해 사전답사차 영화인들과 함께, 광교산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배낭을 메고 걸어서 서해에 이르렀습니다. 오늘날에 이른 화성의 모습을 살피건대, 수도권이라는 지정학적 여건, 삼성·현대·기아 등 세계적 기업과 첨단산업단지의 집적, 특히나 동탄신도시의 위세, 산·관·학의 협동체제 그리고 정주민의 협력이 어우러져 이뤄낸 성과입니다. 이는 한 편의 역동적인 드라마요, 시민 모두가 자축해야 할 성취입니다. 또한 화성시와 경계를 이룬 이웃한 지자체들에게도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난 의정활동을 돌아봅니다. 멀리에 또 가까이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망원경으로 또는 현미경의 눈으로도 살폈
너도나도 빛이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광주, 이름 참 곱네요. 빛고을이라니요. 돈키: 그래, 그 말이 뜻깊지. ‘빛’이라 하면 단순한 광명만이 아니지, 사람의 마음과 세상의 길을 밝히는 힘이잖아. 무등산도 있고, 의미가 깊은 고장이야. 호새: 무등산 하면 ‘무등산 수박!’이 떠오르네요. 요즘은 고창 수박이 더 뜬다던데요? 돈키: 하하, 그럴지도. 그래도 무등산 이름값은 여전하지. 잠시 후, 이곳 지인들과 점심 약속이 있으니 얘기를 들어봐야겠어. –휘릭 (잠시 후) 돈키: 서석봉까지는 힘들더라도 중머리재쯤은 올라봐야지. 호새: 무등산이라면 정상이나 중턱이나 다 ‘무등’이잖아요. 굳이 꼭대기까지 안 가도, 바람재나 토끼등까지만 올라요. 돈키: 그 말도 옳지만, ‘무등(無等)’이라 해서 모두 같을 수는 없지. 때론 나아감에 높낮이가 있어야 등급이 생기고, 발전이 있잖아? 호새: 그런데 평준화란 게 너나 나나 같은 세상, 평등하면 좋은 거잖아요. 돈키: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생각과 행실도 달라야지. 모두 같다면 세상은 멈추고 말 거야. 호새: 저기 두 분이 쉬고 계시네요. 물어볼까요? 어른1: 어디서 왔소? 무등산 맛을 보려면 중머리재까지는 올라야지. 나
지혜를 얻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버스가 성삼재까지 오르나요? 구례맨: 동절기엔 운행이 제한됩니다. 저 아래 섬진강을 먼저 둘러보시고, 새벽녘에 날쌘돌이 타고 성삼재로 오르셔야지요. 그 길로 노고단까지 닿을 겁니다. –휘릭 실버맨: 오늘이 구례 장날이라 잠시 들렀다 가렵니다. 돈키: 노고단까지 왕복 두어 시간이면 족하겠네요. 산악 마라톤하듯 다녀오지요. –휘릭 파주맨1: 새벽 두 시에 출발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운해를 보니 참, 선계에 들어선 듯합니다. 돈키: 서둘러 오느라 경관을 놓칠 뻔했는데, 이 풍광은 그림 속에서나 보던 세계군요. 선계에 오른 기념으로 한 컷 부탁드립니다. 파주맨2: 하산길 눈길 조심하십시오. 돈키: 찰칵—사진 한 장 감사히 받지요. 보답으로 파주 가면 한잔 올리리다. –휘릭 호새: 처음 보는 분들인데도 산 위에서는 다들 벗이 되는군요. 돈키: 지리산은 큰 산이지. 큰 산엔 선인(善人)들이 모인다 했어. 옛말에 ‘적선지가에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 하였지. 구름 위 산정에 오르니 우리도 선인(仙人)의 무리에 든 셈이야. 호새: 참 좋은 날입니다. 약속 시각에 닿으려면 또 뛰어야겠네요. 황구지천 둑방길에서도, 여기서도 늘
사바가 발아래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드디어 광한루예요? 어쩌나, 날이 저무는데… 돈키: 상상해봐라. 저 그네가 창공을 차고 올라가는 걸. 호새: 빈 그네가 날겠어요? 제 눈엔 오색댕기 휘날리며 분홍치마 입은 처녀가 하늘을 차는 게 보이네요. 이도령이 그 모습 보고 가슴에 불났겠죠. 방자는 짚신이 닳도록 쪽지 심부름했을 테고요. 돈키: 봄색이 푸릇푸릇하니 그럴만하지. 무대가 광한루니 풍류가 절로 나잖아. 봄날 처녀가 나무 끝 그네 뛰면 사내들 눈이 돌아가겠지. 호새: 그네 타본 적은 있어요? 돈키: 그럼! 시골에는 큰 느티나무마다 그네가 매여 있었지. 군대 유격훈련에도 그네코스가 있었어. 줄을 제대로 못 잡으면 흙탕물에 풍덩이지. 두 손, 엉덩이, 허리, 다리, 박자를 맞춰야 하늘을 차지. 쌍그네는 호흡이 딱 맞아야 제맛이고 보기에도 좋지. 세상살이도 그네질 같더라—서로 박자 안 맞으면 넘어져. 호새: 요즘은 청룡열차 타며 스릴 느끼죠. 돈키: 운치가 그네만 하겠냐? 낮엔 버들가지 드리운 호수에 원앙이 노닐고, 밤엔 달빛과 별빛이 물에 뜨지. 무지개 오작교 밑엔 잉어가 쭈쭈거리고—그게 바로 광한루의 풍류지. 호새: 선비들은 한시 짓고 풍류 즐기고,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