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오랫만에 충주행이다. 아내와 함께 구순을 넘어선 장인을 찾아뵙는 날이다. 유튜브에 강연이 살가운 분위기로 진행중이다. <나는 누구인가?>, 십여년전 글제와 어울려 삼복더위에 온밤을 지새우며 국토를 순행한 날들이 있었기에 귀가 열렸다. 걷는 동안 사방의 적막속에 찾아든 내면의 적요, 그때 찾은 ‘나’가 있었기에 강연의 주제가 흥미롭다. 어린시절엔 잃어버린 ‘구슬’을 찾으려 장롱밑을 싸리가지로 꽤나 휘저었고, 강건너 ‘구슬’을 찾아온 <고양이와 개>의 동화에 푹 빠진 ‘나’가 있겠다. 그런 여린 필자와 달리 마르코는 <엄마찾아 삼만리>요, 30-40대였을 마르셀은 푸르스트는 ‘나’를 찾아 16년여간 집필했다니 ‘나’란 놈이 대체 무엇인가? ‘나’를 찾아 발자취 남긴 분들이 한둘이랴! 주지하는 바처럼 혜초, 바울, 석가, 공자, ... 등은 진리탐구 여정에서 ‘나’를 찾은 현자들이요 실천가들이다. 이순신, 양규, ….등 무수한 영웅들은 전쟁터에서, 안중근, 윤봉길, ..등 우국지사들은 나라가 처한 위중한 현실에서 ‘나’를 찾았다 싶다. 어디 이뿐이랴! 세종, 슈바이처, 테
황구지천변기행12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물리학 강의에 꽤나 귀기울인 탓에 나름 흥미골을 이뤄‘ 초끈이론’ 주위에 맴맴이다. 일상의 번잡스런 생각을 벗어나는데는 그만이라 챙겨들어 흩날리는 눈발속에 천변 산책길에 나섰다. 매번 독산을 전망으로 황구지천을 왼편에 두고 걸었으나 오늘은 반대방향의 수원비행장 지단의 상류로 향한다. 송산교를 지나서 작현(까치고개)마을 앞 둑방길을 걸어가니 하수종말처리장에서 흘러내린 허연 포말이 조용한 물흐름을 흐트린다. 조금 떨어진 모래톱에 물오리떼의 쑥덕공론이다. 여느 때와 다른 물 색깔과 짙은 냄새란다. 아예 둑방비탈에 나선 녀석들도 있다. 다가가는 발길에 퍼드득 천내 놀이터로 날아들간다. 왼편 둑방아래길 한켠에 덤프트럭들이 점잔하게 늘어서서 출장을 대기중이다. 황계교에 이르러 발길을 돌려서니 용주사 방면 언덕에 (주)한국에스비 식품과 엔젤악기(주)가 자리잡아 있고 인근 곁에 신현대아파트단지가 눈길에 든다. 300여보를 더해 존슨동산으로 올랐다. 나지막한 동산이다. 6.25전쟁 참전용사, 무공수훈자, 월남참전용사들을 기린 기념비와 추모탑이 건립된 추모공원이다. 무공수훈자회가 마련한 조화가 추모탑 앞단에 찬바람을 맞고 있다. 잠시 추
님은 먼곳에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경계의 머무름은 늘 사유를 동반한다. 경기도 전직 기초자치단체장 모임에 큰 기둥이신 어른이신게다. 한세기의 대한의 역사를 소장한 분이다. 몸이 편치않아 모임에 오시지 못한다는 이따금 소식에도 찾아뵈야지 차일 피일 미룬 아쉬움이 깊은 골을 이룬다. 젊은 시절 공인생활을 한 탓에 종종 미수나 구순에 이른 분들의 대문 밖 나들이 소식을 접한다. 떠나신 분들에의 추모와 어울린 자성이 의정부로 발길을 재촉한다. 반년전 어느날 저녁 나절 전화를 주셨다. 고관절 고장으로 지팡이 든 젊은 필자의 모습이 한심하였는지 남대문 시장에서 000 약을 직접 구하셔서 택배로 부치셨단 말씀에 띵~ 어미 닭 쫓아 쪼르르 달려가는 봄날 병아리가 언뜻언뜻하다. 실향지에 대한 향수와 포천, 화성,.., 의정부 살림을 지휘하신 깊은 년륜이 어울려 늘 뒤켠에 물러서셔 좌중의 말씀을 경청하는 조용한 분이시기에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던터다. 수 많은 세상 길에 “겨레를 위해 봉사한다”는 윤리강령을 평생 부른 공직자 이셨으니 그 품새는 늘 도봉산 계곡에 흐르는 정갈한 골물이신게다. 모임시마다 모시고 오는 주변 단체장님과 재직시 상사로 모셨던 분들의 말씀에도 다정이 물씬
고맙고 고마워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설레는 발길이다. 낙생초등학교 <어린이 작가 프로젝트>인 4학년 학생들 170여명의 합동출판기념회 참관을 위해서다. 교사들의 지도아래 1년간 노력의 결실이란다. 전시 작품들을 살피니 오감과 생각이 어우러진 심상을 그리고 썼다. 살살한 고양이와 강아지를 비롯 환상의 우주선까지 제멋으로 그려낸 시화집이다. 아이들의 아롱다롱한 창작품을 감상하니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필자도 어린시절로 돌아가 둑방길을 내닫나 싶다. 학교가 즐거운 놀이터인 듯, 저마다 차오른 기쁨에 환한 얼굴들이다. 어린이 작가들로부터 세밀한 관찰내용과 자유자재한 상상력을 듣노라니 걸리버여행기나 해리 포터도 넘어설 창작품도 머지않아 탄생하겠다 싶다. 어린이 작가 자신은 물론이요, 학부모의 흐뭇한 맘이 하늘에 닿았을게다. 얼마나 그렸던가! 호기심을 돋워 제때에 제모습 피워내는 인성교육을. 얼마나 외쳤던가! 시대적 흐름에 상응할 미래교육을. 보이는 면상이 아닌 오감을 깨워 내면의 심상을 그려내는 저마다의 소질을 일렀다. 어린시절에 체험한 순백의 자화상이니 삶에 소중한 자산이지 않은가? 즐거운 삶이라는 교명의 ‘낙생’, 100년 역사의 년륜에 걸맞는 지역
28, 272, 393 1204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행운 또는 운명을 기원하는 로또 복권 숫자가 아니다. 28은 1446년 세종대왕이 어린 백성을 위해 반포한 우리의 고유한 문자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의 글자수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으며 배우기 쉽고 과학적, 철학적, 인문적 의도가 스민 지구촌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272는 1863년 미국 링컨 대통령의 케디즈버그 연설문의 글자수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표방하여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 이념으로 우리나라도 헌법 제1조에 명시하였다. 393은 1968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한 국민교육헌장 글자수다. 70년대의 초등학생들은 수업시 암송해야 했던 헌장에는 개척정신, 협동정신, 봉사정신, 창조정신을 담아 국민이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았었다. 탄생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나 기본정신은 국민과 나라를 위한 마음이 깃들어 미래로 나가기 위한 것이다. 1204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이다. <성불사의 밤>(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의 노래말을 빌자면 중생의 무명을 깨울 풍경소리려나? 땡땡땡 소리가 아닌 뎅그렁~
<다시 그린 수채화> 출판기념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산수’에 이른 인생길 소회를 담은 시집출판회다. 부르시던 <숨어 우는 바람소리>는 심상에 그린 늦가을의 멋이요 열두 자락 수채화는 시인의 ‘인생소나타’란 생각이다. 무엇을 그리셨을까? 이른 아침 시인의 시집을 펼치니 아버지 밀짚모자, 엄마의 솜 이불, 지게, 진달래, 찔레꽃, 복순 언니, 벌새, 매미, 우물, ...자락마다 어린시절 동네 정경이 눈에 선하다. 유초시댁 딸이 긴머리 나풀대며 징검다리 뛰어건너나도 싶다. 또 한자락 펼치니 오월 봄바람에 잊지못할 연가려나! 휘날리는 연분홍 치마에 시도 때도 없이 민들레 홀씨 날아든 청춘시절의 숨은 그림이다. ‘님과 함께’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밤하늘 빛나는 영원을 약속하며 반짝이는 두 별을 바라보시더이다. 파란 가을 하늘에 흰구름만 흘러가네. 그 사람 이름을 불러볼까?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어리는 그 얼굴, “우리의 만남이 인연이었다면 그 인연 또 한 번 너였으면 좋겠어”.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났으면 “긴 밤 한 허리 베어내 서리서리” 쟁여 다시 만날 봄날에 “구비구비 펴보련만”. 노랫말처럼 짙은 물감
유네스코 미래 교육 국제포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인류사회를 위한 행동과 지적.도덕적 연대, 지도력 강화를 위해 유네스코 국가위원회가 마련한 3일간 펼친 담론의 장이다. ‘미래’ 교육을 논하려면 과거의 성찰과 현재의 상황 진단이 우선이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 말씀 잘들어 공부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잘놀아라”, 어린시절 주위 어른들이 하시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정성과 뜨거운 교육열 탓에 요즘의 코리아 면모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전자를 파구(破句)해 헤아리면 호기심을 돋워 가르칠 학교교사의 역량에 닿는 말이요, 후자는 이웃과의 상생을 통한 행복의 씨앗인 어울림이겠다. 이는 공공재로서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는 미래를 헤아리는 국제포럼의 주제와 같은 맥락이지 않은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제때에 제모습을 피워내는 생명력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지닌 호기심으로 제모습을 이뤄가는 삶의 결이다. 오감을 깨워 호기심을 돋우는 일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할 궁극의 목표인게다. 허나 개인이 이를 추구하기엔 품성을 비롯해 가정환경, 지역환경 등등 장애를 극복해야하며, 국가별 정책도 재정, 자원, 지리, 시스템, …등에 따라 차이가 크기에 여간
다시 깨어나소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너 자신을 알라”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는 글귀 였는지, 철인 소크라테스의 명언이었는지 깊은 뜻이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꼬라지 하고는” 대화에 비틀리는 감정이 인다. 한편 “일어나라 아이야/다시 한 번 걸어라/뛰어라 젊음이여/꿈을 안고 뛰어라…” <날개>를 듣노라면 가슴이 설레인다. 두 경우 모두 자신을 깨우는 말이다. 19세기말(1894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행가 마르케는 조선을 방문해 여기저기를 둘러본 후 “천성이 착해 현명한 지도층(정부)을 만나면 세계를 놀라게 할 백성”이라 표현했으며, 20세기초(1928년)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일즉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는 등촉의 하나인 조선/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빛이 되리라”며 암울한 당시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얘기를 통털면 훌륭한 민족으로 우리의 품성과 잠재력을 일깨운 글말이니 엄지척이다. 주지하는 바 처럼 천문, 활자, 도예, 건축, 세공, 문자 등 여러분야에서 동방을 넘어선 선조들의 발자취였다. 또한 문명비평가 토인비를 비롯해 저명한 철인들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 경로효친 사상이 인류문명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