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날에 시인/영화감독 이렇게 좋은 날이 있으랴! 신혼부부 탄생에 “축하한다”며 신랑과 어울려 지낸 세월을 곁들인 친구의 덕담에다 감미로운 맞춤형 축가 <청혼>이 발길한 하객들에게 기쁨을 더한다. 천재 화가인 000선배의 자제 결혼식이다. 두어달 전부터 다짐했기에 다른 일정을 비켜둔 채 오랫만에 서울로 나들이다. 뭐든 시작은 설레는 일이라 화혼은 만인으로부터 축복이 마땅한게다. 해맑은 미소로 식장을 환히 밝힌 신랑과 신부에게 거듭 박수를 보내니 이렇게 좋은 날이 있으랴! 식후, 호텔을 나서니 광장을 중심으로 시청사, 덕수궁, 고층건물, 소공동 지하상가, 호텔이 빙둘러 서 오후 햇살을 맞고 있다. 광장에 설치된 지방특산물 전시코너를 힐끗하며 지나치니 도로가에는 대규모 집회가 진행중이고 건너편 건물 지하에는 제36회 <2024년 대한민국실내건축대전> 행사중이다. 이사한 아파트에 가구들의 제자리가 어설프다 싶어 행사장에 들어섰다. 주거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하니 출품작의 공간구성에 눈을 넓게 열었다. 건축 또한 예술인 까닭에 작가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창작물로 지난한 정진이 따르기에 쾌적한 생활공간은 물론이요 멋진 도시공간을 창출할 예비
오늘은 울고 싶어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서해바다 제부도에서 개최한 <제1회화성영화제>에 출연해 <명태>를 선보인 중학교 시절 음악공부를 지도하신 000선생님이 활동하는 단체, <올드보이즈콰이어> 창단 10주년 연주회다. 소극장내에 울리는 두시간에 걸친 단원들의 합창이 그린 키워드는 사랑이겠다. 이웃동네에서 우정출연한 여성합창단의 화음도 “인생의 슬픔과 고통 속에 담긴 신의 선한 뜻과 위로를 갈구”하는 첼로의 운율도, 오감의 떨림으로 다가왔다. 현자들 말씀에 이르길 누구나 대자연에 한점으로 태어나 세상에 허덕이다 다시 점으로 돌아가는 인생여정이요, 그 세월 한 마당 꿈이라니 너와 내가 다를소냐! 머리 글제는 <애모>의 첫소절 후반부의 노랫말이다. 어찌 청춘들만의 가슴앓이 노래랴! “세월의 강 넘어 우리 사랑은 눈물속에 흔들리는데 얼만큼 내가 더 살아야” 삶의 결이 향기로울까? 집 나서며 분칠해 온 세상살이다. 어린날 돌우물에 비친 그 여린 얼굴이 익어 어느덧 허리굽고 절로 눈물이 나는 세월의 강이 흘렀단다. 이른 봄날 처마끝에 똑똑 떨어지는 낙숫물처럼 친구의 얘기가 그립고, 한평생 마주한 아내의 주름진 얼굴이 서러워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사진공모전을 다녀오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제15회 화성지부 정기회원전과 제6회 화성전국사진공모전이 열렸다. 작가의 발길이 닿은 곳에 빛을 촬영한 귀한 창작물인 사진전시회다.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 이란다. 작가들의 예술혼이 담긴 2층 전시실을 둘러보니 대자연의 사계절 뜰과 어울린 인간의 제멋을 노래한다 싶다. 하늘, 달, 안개, 바다, 노을, 갯고랑, 꽃밭, 나무, 바위,..., 등 생활터전에 여러 군상들의 빛과의 어울림이다. 어찌 작가의 심오한 정신에 닿으랴! 자연의 조화를 오랜 기다림과 찰나의 손동작으로 한컷에 담아냈다. 글발을 서너 작품에 들이면 섭다리에 내려 앉은 일출에다 티끌없는 순백의 아가 모습, 바다건너 풍경도 출연했다. 살던 시골에서 흔히 보던 풍경 가운데 홍시를 보니 울엄마 생각나고 음메 소를 위해 새벽녘 쇠죽을 쓰던 울아버지도 생각난다. 참 선한 모습들이다. 다정한 춘심이랴! 수상한 추심이랴! 오롯한 제모습들이 이제야 님을 만나 꽃을 피운게다. 바람불고 비 내려도 그자리에 제모습 피우나니 내 살아온 날을 비추이는 명경이로세. 두 손 모으니 하늘이 열려 태고적 하얀 설산도, 드넓은 바다도 내 품이려니 놀랍고 놀라워
어여 들어요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날씨가 제법 쌀쌀해 두터운 점퍼에다 목도리를 한 후 집을 나섰다. 마치 지게에 고구마 줄거리를 잔뜩 걸머진 어스름녘 귀가길처럼 서둘러 움직였다. 1키로쯤에서 되돌아오며 쌈지공원에서 어깨, 팔, 다리, 허리운동을 곁들이니 전신에 온기가 돈다. 아파트단지내로 들어서니 포장차에 옥수수와 돼지족발이 어여어여 손짓을 해 발길이 머뭇대자, 아내가 어여어여 들어가 저녁식사를 하잔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입맛을 돋운다. 식탁위 차림을 보니, 우선 앞에 서리태 귀리를 섞은 밥이요, 그 옆에 소고기 조각과 버섯이 어울린 무국이다. 밥과 국이 기준을 잡으니, 중앙에 고춧가루에 버무린 배추가 뻘겋게 폼잡고, 왼편에는 꽁지머리 늘인 알타리와 새우젖에 들들 볶인 애호박이요, 오른편에는 애간장속에 쩔은 대하와 메밀가루 휘들러 쓴 고추찜이 놓여있다. 번거로울 상차림인지라 야아~ 정말 맛있네 아양을 떨며 상차림 양념에 대해 물으니 30여년간의 주부경력이 우루루다. 소금, 간장, 고추가루, 마늘, 파, 설탕, 감초, 당귀, 새우젓, 까나리액젓, 들기름, 참기름, 된장, 고추장, …, 등등 수 없이 등장한다. 계절따라, 음식별로 친가와 시가의 손맛이 나름 전
황구지천변 기행11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여보, 점심먹고 산책가자” 마트를 다녀온 아내의 목소리다. 경기펜문학회, 안동시제, 지인 결혼식 나들이를 접고 거실에 들은 갈햇볕도 모른 채 자판을 두드리는 나를 부추기며 한 망태기 그득히 담아온 햇살기운을 건넨다. 아파트 인근 천변을 벗어나 정남면 괘랑리 초입에서 용수교까지 2키로 내외 거리의 산보다. 탁트인 전망에 눈길 발길이 산뜻하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모래톱이 널찍하니 물길도 순하다. 웃통을 벗은 채 땀을 흘리며 한 청년이 둑방길을 달려나간다. 뒤를 이어 자녀 둘이 좌우로 엉덩이를 씰룩이며 열심히 페달을 밟아 앞선 아버지 자전거를 쫓아가는 녀석들 뒷모습이 귀여워 꽃송이 다섯개를 그려줘야겠다. 오산시 지단의 삼미천과 보통리 저수지에서 흘러내린 물길이 황구지천에 들어 하폭을 넓히며 흐른다. 화물차, 버스, 승용차, 오토바이들이 수원-오산, 봉담-동탄, 정남-오산간의 도로위를 제모습에 어울린 제소리 내며 달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 시간쯤 걸었을까? 천변에 조성한 제법 넓은 체육공원에 다다랐다. 비스킷, 커피, 귤이 꿀맛이다. 벤치에 앉아 양말을 벗고, 원시적 감각을 깨우느라 맨발로 흙살이 단단한 운동장을 걷는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뒤이을 구절은 “시월의 마지막 밤”이다. 이용이 부른 <잊혀진 계절>의 노랫말로 가을을 품은 서정성이 뛰어나 오늘밤에 누군가는 눈 감은 채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지난 세월을 사릴게다. 소실점의 꾸깃한 기억이 살아나 창가로 다가오더니 이내 저멀리 들판을 가르며 흐르는 천변둑방길에 하나 둘 눕는다. 어찌 청춘시절의 추억뿐이랴! <잊혀진 계절>의 ‘10월의 마지막 밤’ 구절이 살아온 세월을 점젆게 대신해주니 그대와 나에게 참 좋은 노래인거다. <잊혀진 계절>의 키워드는 꿈이다. 꿈꾸는 사람은 행복하단다. “늦은 밤 창가에 앉아 꺼져가는 불빛을 바라보던” 콧수염 가수도,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프다던” 파마머리 가수도 한껏 목청을 돋웠으니 꿈을 꾸었던거다. 그 젊음의 울림으로 내 안에 나를 만나게 되어 오늘밤이 참 고운 시간이다. 돌려 앉아 벽에 걸린 사진액자 속에 젊은 내게로 눈길이다. 곁에 초롱한 눈망울의 네살박이 딸, 아내, 일곱살 아들녀석이 참 다정하다. 긴 시간 나를 태우던 환한 꿈인 게다. 그래, 열심히 살았네 자찬하려니까 눈이 시리다. 가슴이 먹먹하다. 늘 ‘시’공부를 깨우시던
62회 영화인의 날에 부쳐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충무로 나들이다. 영화계 발전에 한 획을 그었거나 긋게 될 신예들, 이들을 응원한 분들, 특히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어울린 105주년 영화인의 날이다. 영화인으로서 이렇게 큰 날에 수상을 한다니… 시상식에 앞서 <AI시대 한국영화의 혁신과 성장전략>기념 세미나가 있었다. 영화분야에 AI가 미칠 영향을 이곳저곳에서 들었던터라 저장된 기억들에 맞춰 되새김질이다. AI를 활용해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 장벽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조발표와 패널설명은 그리도 높은 헐리웃과도 맞짱 뜰 수 있음이니 영화계로선 매우 반길 일이다. 허나 세미나와 달리 그리 환하지 않은 영화인의 날이다. 영화발전을 위한 자정의 신호탄인가? 오랜 동안 투명하지 않은 일처리 결과인가? 법원의 ‘탕탕탕’이 그간 장정을 마무리 하는 것인가? 너무나도 한심한 일인게다. 수년간 우당우당하더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세미나가 끝나고 시상식에 앞서 법원선고에 대해 영총회장의 설명이 장내를 누그리나 안타까운 일이다. 기억할게다. 어느 가수는 ‘너와 나’ 사이에 바다가 있어 이별을 가정하고 어느 가수는 ‘너와 나’를 동반자로 간주하
예산저수지 순행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달포전에 약속된 만남이다. 여러 모임중에서 지위, 재산, 지식의 높낮이도 그저 털털하니 편안한 고향 동네 장년들의 모임 일칭 다람산친목회 나들이다. 예산에 저수지, 추사 김정희 생가, 삽교천을 순행하는 일정이라 부풀어 오른 기대감에 출발장소에 일찍 나갔다. 언제 만나도 그저 구수한 누룽지 맛나는 만남이라 저마다 옛 시골집 헛간에다 나뭇짐 부리는 환한 발길들이다. 차창가에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 어울려 지난 세월도 휙휙이다. 시간여 걸려 저수지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벌써 만차다. 어린 맘으로 모노레일에 승차하니 꽤나 흥미롭다. 소나무, 참나무, 측백나무, …, 등이 늘어선 산허리를 돌고 산등성이를 오르락 내리락하니 마치 세상살이 모양새 같다. 저수지 둘레가 백여리요 동서길이가 오십여리에 이른단다. 온화한 수면에 어울린 건너편 산세도 제멋으로 누웠다. 산허리를 돌다 바라본 저수지 출렁다리다. 몸이 좌우로 흔들려 출렁다리란 느낌이 들어 <꽃마차> 타는 세상살이 대신 출렁다리의 놀이란 생각이다. 으악새 슬피우는 가을의 힐링길, 중간 쉼터에 도착해 사람들을 바라보니 얘기를 하며 제 중심을 유지한 채 건너오간다. 조명등이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