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떼와 땡깡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후나절 한통의 전화가 늘어진 몸을 깨운다. 미국에서 어제 들어오셔 불우한 분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봉사일을 마친 후 귀가길에 통화란다. 팔순에도 매주말 이웃들과 소통하며 나름 실천하는 분이다. 질서존중, 봉사활동, 자기관리에 한평생 철저하셨기에 선한 영향력이 주위에 공명한다 싶다.
저녁 식사 후 어린 아이 수준의 물음을 던졌다.
“미국과 한국 중에 어느 나라에 사는게 좋으시냐?” 자연스레 한국이라며 사는게 편리하기 때문이란다.
혹여 당신만의 생각이 아니냐고 하니 미국시민들도 한국에 대해 좀 알면 그렇게 생각한다니, 아마 국민총화로 일궈온 뻗어나는 발전상 탓인가 싶다.
문명사에 한획을 긋는 많은 인재들이 미국사회에서 배출되는 이유는 단지 선조들이 구축한 시스템 덕택이며, 저렴한 물가와 의료혜택도 한국이 우선하고, 미국에선 신속히 대사를 수행하는 게 어렵단다. 도로하나 개설하려 해도 이해집단의 방해로 십여년여 걸리니 개선하는 게 뭐든 그리 쉽지않고, 치안사정도 그리 좋지않아 도심이 홈리스들로 어지럽다는 말씀이다. 달포전 미국에 유학간 자식집에 한달여간 머물다 온 중학동창의 말과도 상통하니 미국에 향한 로망도 이제는 허상인가?
어느 원로의 살아온 날의 고백 글을 접하니 시류에 대한 가슴앓이라 새삼 가슴이 뭉클하다. 요지는 평등 가치와 이념에 매몰된 패거리의 이기적 행태가 우리 사회를 어둡게 만들고 있으며 이들의 횡포와 무책임한 행동으로 기강이 무너진 매우 안타까움과 포퓰리즘 정치행태야말로 망국의 길이며 사례를 들며 젊은이들을 깨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글이다.
요즘들어 세태를 질타하는 글이 자주 등장해 참 걱정이다. 어느 기업총수가 꼬집은 정치수준이 삼류라는 말씀도 저만치겠다. 마치 만취해 중앙선을 넘나들며 사고를 냈음에도 받친 분에게 쌍방과실을 요구하는 형국인지라 아예 ‘등외’인게다.
메뚜기 떼처럼 여기저기 아작을 내고 나라 곳간까지 거덜낸 부랑아(?)들이 지역사업에도 빨대를 꼽아 쪽쪽이 아닌 쫘악 빨아간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이를 막으려 땡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철없이 부리는 생떼는 우리말이요 땡깡은 일본말에 연원하나 모두 귀에 익은 말이다.
집에 돌아와 서가에 잠자는 동서양고전이론서를 펼쳐들었다. 젊은 날에 지구촌을 무대로 활동하신 분들이 긴 안목으로 들려준 귀한 말씀이기에 정리를 위해서다. 두 분 말씀을 곱씹다 행간을 헤아린 말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지도자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