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과 새우젓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밭 가을걷이도 끝물이다. 아침 식탁위 접시에 담은 애호박새우젓 볶음이 입맛을 돋운다. 어릴적 울타리나 밭두둑에 그리 흔히 보았던 애호박이건만 이즘엔 날개가 돋아 시장보기가 쉽지 않단다. 여름내 맴돌던 ‘국수와 전’에 곁들여지는 녀석이요 그맛이 이품은 되기에 연실 입에 들인다.
새우젓! 조금만 넣어도 짠 맛이 배어나 음식 맛을 어우른다. 애호박과 새우젓의 궁합이 제격이란걸. 선조들은 어찌 알았을까?
어느 해인가 동네 장년친목회에서 고군산열도의 비응도에 다녀오는 길에 나름 유명세를 지닌 강경 젓갈시장에 들렀다. 너도나도 새우젓갈을 파는 점포에 발길이다. 맛보기 권유에 못내 한 통이 두 통이 되어 양손에 들린 생필품 새우젓이다. 귀에 익은 마포나루와 강화도 새우젓 축제에도 한번 가볼 일이다.
뒤적거리니 “새우젓의 종류는 주로 어획 시기와 종류에 따라 나뉘며, 대표적으로 오젓, 육젓, 자하젓, 추젓, 동백하”가 있단다. “평생 굴곡이 심하여 고생을 많이 한다”는 ‘새우눈’이란 속설 탓일까? 액땜의 생활방편으로 맛난 먹거리로 진화되었나도 싶다. 김장김치 담글 때나 즐겨 찾는 순이네 순대국에도 새우젓이 들어야 입맛에 제격이지 않은가? 마치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현란한 S자 몸놀림이 눈길에 제격인 것처럼 말이다.
왠 애호박? 후배 사무실에 들르니 애호박이 3개가 놓여있다. 공장옆에 밭농사를 짓는 어르신이 갖다 놓으셨단다. 새우젓에 어울린 그맛을 생각해 비닐봉지에 넣어 은행에 들러서 집에 돌아왔다.
휘리릭~. 띠리링 “000씨죠? 여기 00농협입니다. 카드가 ATM기에 들어 있어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세요”. 어휴, 애호박에 정신을 팔았나보다.
찬바람 부는 가을 날씨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