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9 (화)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82(10월 4일)

신인 문학상 식장에서

 

신인 문학상 식장에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최근 수 년간 영화제작에 정신이 팔려 두터운 책을 멀리한 탓에 그간 애써 외면하던 글모임이건만 단단한 맘으로 신인 문학상 시상식으로 발길이다.

 

글과 어울린 세월이 30여년은 되었으나 체계적 배움이 없고 오래된 포신처럼 고벽이 있어 좀체 글발이 깊어지지 않아 고민하던 날들이었다.

 

정말 헐레벌떡 식장에 들어서니 자리한 분들이 모두 연륜이 있음이요 문학계에 고명하신 분들이라 여간한 분위기가 아니다. 더구나 젊은 날 발길하여 체화된 맘을 갈무리한 글 멋과 글 맛이 내를 이룬 분들이라 야단스런 여타의 모임 분위기와는 다른 게다.

 

오호라! 아마 자리한 모든 분들이 그럴게다. 글발에 발이 있어 그곳에 갔었고, 눈이 있어 산천 풍광을 담았으며, 귀가 있어 대자연의 전음을 들었으리라. 울멍줄멍한 맘을 소리없이 토하노니 살아온 날들의 깨임이 작은 가슴을 울려 몇줄로 노래하였노라.

심사하신 분, 수상하신 분, 축하하시는 분들 모두 앞 뜨락에 나무가지처럼 담장을 넘어 촉촉한 글발을 세상에 알린 분들이다.

 

말보다 글, 글 보다 맘이란 원로작가의 말씀에 왠지 겨울녁 바람결에 떠는 문풍지처럼 내 맘이 떤다. 소리말이 자음과 모음이 모인 글말이 되어 졸졸졸 시냇물처럼 세상을 적시니 신인상을 수상하신 분들의 글발은 나름 우주에 큰 파동이리라.

 

어느 분의 수상소감을 듣자니 글발로 체화된 인격 그것은 뭐라해도 명품인게다. 글발에 저리 맘을 실어 노래할 수 있을까? 태평양을 건너온 문인들과 마중한 <문학과 비평>의 문인들의 오고감도 글에 발이 있음이다. 글은 발길에서 나온다니 이 가을이 가기전 바람부는대로 배낭을 메고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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