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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51

 

울려거든 제대로 우소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치매와 질병이 겹쳐 ‘고희’ 나이에 이승을 떠나 주변에 안타까움을 남긴, 친지의 장례식에 이른 아침 다녀오며 한 생각에 붙들렸다. 고인이 그간 살아오며 조용히 베푼 마음씨에 여러 친지들이 모여 슬픔을 공명한다.

빈손으로 빈손으로 왔다가는 인생이라지만, 삼가 고인의 궤적을 수채화로 비유하련다. 70년간 손.발,몸짓으로 그려낸 그림을 감상하자니, 때론 봄날의 목가적 전원의 스케치요, 여름날 장대비에 쓸려내린 토사에 멍한 눈길을 허공에 묻은 시간이 몇년이던가? 어찌, 어둔 색으로 붓칠하랴! 누런 알곡 자식농사로 가을햇살에 허리굽은 환한 미소도 화판에 피어났건만 아, 이 안타까움은? 겨울들판의 텅빈 멋을 활짝 펴지 못한 채 이른 이승에의 떠남이겠다.

떠난 빈자리에 소복히 쌓이는 당신의 뒷이야기가 고고성에서 눈물울음까지 이은 열두마당 판소리요, 별부스러기 육신이 대자연과 어울려 빚어낸 교향곡이리. 이순간, 귀한 몸 태워 하늘/대지로 고향길 나서니 마중하는 이 누구며, 배웅하는 이 뉘신가?

그대여,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 하나요” 이승에 미련두지 마소서!
생자여, 울려거든 제대로 우소서! 소리낸 울음은 떠나는 고인과 이승의 마지막 어울음이니 어찌 아픔만이리. ‘가는 자’엔 환송이요, ‘남은 자’는 살아갈 힘이려니 목놓아 우소서.

이렇게 아픈 날엔 날엔 망자와 생자를 위한 설운 <사발가> 장단과 가락이 어떠려나?
“석탄 백탄 타는덴 연기만 펄펄 나구요 이내 가슴 타는덴 연기도 김도 안 나네 ~~허송세월 말아라”.
멍멍한 오늘 밤엔 촉촉한 <창부타령>이 제격이겠다.
“~~창문을 닫혀도 숨어드는 달빛, 마음을 달래도 파고드는 사랑, 사랑이 달빛이냐 달빛이 사랑인가, 텅빈 내 가슴속엔 사랑만 가득히 고엿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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