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 날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얼마전 한우데이에 맞춰 반값으로 할인한다는 소고기에 이어, 반값에 세일한다는 돼지고기 얘기가 귀에 언뜻하다.
삼겹살데이란다.
비계가 삼겹으로 겹쳐 보인다해 '삼겹살'이라 부르는 유명세를 지닌 돼지고기와 저녁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강물집, 순이네, 돼지엄마, … 길다란 뒷골목이나 옆골목에 들어 불판에 뒤적이며 소주잔을 넉넉히 기울이던 맘편한 상호일테다.
석삼자가 겹쳐 삼삼한 3월 3일이니 그 모양새도 삼삼, 맛도 삼삼, 값도 삼삼하다니 '위하여' 술잔도 삼세번은 부딪히려나.
"큰집 잔치에 작은집 돼지 죽어나간다"는 속담에 어린날에 시골 대동잔치에 어른들 돼지 한마리 잡는 왁자지껄한 정경, 청춘시절에 신이나 쌩하니 삼겹살 대바덕에 담아 오토바이에 싣고 퀵서비스와 퇴근하며 넥타이 풀고 동료와 이얘기 저얘기 세상사를 삼겹살에 겹쳐 상추쌈 하던 일들이 일순 휘리릭이다.
몸 고장으로 발 묶인지 몇날인가?
고산 선생은 수석과 송죽 그리고 달을 벗삼아 무료함(?)을 달랬건만 무엇을 벗할거나. 세월을 주무른 다산 선생의 여름날 ‘소서팔사(消暑八事)’를 일별하니 그중 시작(글쓰기)이 몸놀림도 음식도 제한된 공간에선 그만이겠다. 글제를 정해 상상을 펼치니 "곱뿐이네" 뜨락 삼겹살 파티렸다. 너와 나를 비롯해 그리고 그대를 어깨동무한 야단스럽고 정겨운 한마당 쉼터가 숨가쁜 세상살이 제멋이려.
어쩌나, 복을 상징하는 꿀꿀 돼지이지 않은가!
인간에게 몸바친 고귀한 희생에 진혼제라도 …
삼삼일에 입맛 돋울 삼삼한 불판'먹거리' 삼겹살에 머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