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영화제 서신면 행사장에 발길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폰인사를 하며 오전을 보냈다. 오후엔 평택에 소재한 국제대학교에서 열리는 WBA 아시아 타이틀 매치를 관람하러 집을 나섰다.
1960년대 후반 TV가 면사무소나 학교에나 있던 시절이다. 우리 귀에 익은 '김기수'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또래들이 어울려 면소재지로 찾아가곤 했다. 그 아릿한 추억을 반추하며 영화제 준비에의 두달여 스트레스를 소리지르며 풀고자 자동차를 몰았다.
여리한 음색의 가수가 '어니언스 편지'로 장내를 어룬 후에 국민의례가 이어졌다. 두 선수의 전력이 소개되고 10라운드 열전의 1라운드 종이 울리자 관중의 눈길이 링위로 향했다. 초반의 슬슬이 타닥으로, 타닥이 퍼벅, 퍽퍽으로 변해가더니 드뎌 9라운드와 파이널 라운드에 이르자 지친 선수에게 힘내라며 응원의 함성 "대~한민국"도 터져 나왔다.
두 선수의 국적이 한국과 일본이라 그럴까? 초반전엔 주위를 살피니 당연히 한국선수의 승리를 점친다. 회를 거듭하며 "어유어유 어떻게 해" 소리가 자주 들리고, 필자의 까막 눈에도 승패는 준비된 청코너 일본선수의 승리여야 했다. 게임 종료 후, 발표 결과가 엇나오자 장내에 순간 침묵이 흘렀다. 일본선수측에선 심판진 채점표 열람을 요구하는 모양이다. 야구.농구계 시끌시끌이 엊그제인데 답답하다. 짓눌린 양심을 깨워 경기장을 떠나며 초대한 지인에게 폰을 들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닐거라고, 갈고 닦은 노력을 무참히 짓밟으며 어찌 관중에게 박수를 받게느냐고…"
시상자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이요, 정의로움이 생명력인 상아탑에서 스포츠 정신은 어디로 갔냐고? 공명정대 해야 하는 언론방송이 중계까지 하는데….
그나마 대회를 마련한 젊은 대표가 WBA에 재심을 요구하겠다니 참 다행이다. 아,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