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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126

-제자리 걸음

 

 '장'이야, '장' 받아라!

흔히 듣던 소리였다. 느티나무 아래 동네 어른들의 심심파적 놀이가 장기판 내기렸다. "장기두던 사람 어디갔나? " 꼼짝 못하게 한수, 외통수에 걸려 땡감 씹은 것 처럼 이즈러진 순이 할배 얼굴을 어린시절 뵌게 여름날 한두번 이었나!

 

"옛다, 멍군이네"라면 좋으련만. 중포, 면상,.. 나름의 진법이 허술해 호위 기사는 제궁궐 지키지 못하고, 제말만 하는 마(말)란 놈은 "적로"가 아닐지니 당근 맛에 취해 제배나 두드리고, 이곳 저곳 목진지를 지키던 졸개들 마저 기강이 스러져 제자리를 저버리니 쌩하니 달려야 할 수레가 덜컹덜컹 바퀴소리만 요란한 탓에 판이 날아갔다. 

 

그날, 마을 구판장에 막걸리 한짝 매상은 이마 주름살이 깊게 패인 순이 할배 몫이요, 그덕에 한바탕 술판이 벌어지고 오후 나절 풀지게 일손들은 들판에 해거름에야 나섰다.

 

장기판 놀이도 제자리 제역할이 그렇거늘 하물며 우리네 세상살이나 나라살림 살피는 제자리는 어떨까? "제자리에 서" 교련 선생님 구령에 어정쩡하게 한발 더 나아가 혼쭐나던 학창시절이었다. 우주의 법칙중 하나가 "관성의 법칙"이다. 한발 한발 어설픈 나아감 보다 몸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제자리 걸음이 더욱 어렵지 않은가?

 

"국태민안"을 가슴에 품어야 할 공인들이 오랜동안 양심을 저버린 채 당근의 단맛에 흠뻑 취했었나 보다. 들려오는 세평이 그간 대사를 그르친 게 한둘이 아니라니 어쩔거나! 삐뚤빼뚤 흐트러진 발자국이 깊게도 패였나보다. 제자리로 바로하느라 메우고 기우고 돌리느라 새정부의 헉헉대는 가쁜 숨소리를 이발소나 휴게소, 쉼터에 벌러덩한 매스컴에서 듣고 보곤한다. 

 

"...네게 닿지 않아도 널 불러…" V.O.S(voice of soul)의 노래가 '제자리 걸음'이렸다! 또 어느 가수는 "무수한 사연들을 네온불에 묻어 놓고…. 나는 정말 바보야…"라며 원점으로도 돌아가니 짠한 연가의 제멋들이련만…

 

나랏일은 원점으로 돌아가 제자리 걸음을 하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할테다. 어쩌면 충무공의 "석자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천하가 떤다(삼척서천 천하동색)"는 검명의 결기처럼 대단한 내공도 요할테다. 새정부가 제자리에서 멀리뛰기 하려면 제몸 만들고 태풍이 와도 비가 새지 않는 든든한 제집을 만들어야 할 게다.

 

건강한 내나라와 내새끼들 내일을 위해 반년전 춘삼월에 전국의 작은 애국자들이 목소리를 돋워 "제자리에 서"라고 명령하지 않았나! 이즘도 목을 길게 빼어 눈을 부릅뜬 학들이 그 '제자리 걸음'의 제역할을 채 지켜보고 있을테다.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가 굿! 진정 굿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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