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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125

-내 나이테와 보름달 맞이

 

한가위 차례를 지낸 후 충주 처가로 내달았다. 명절 때에 늘 겪는 도로상의 차량 체증으로 평소 시간보다 두배 정도의 시간이 더 걸렸나보다.

 

'충주사과' 명성에 걸맞게 도로 양옆으로 사과밭엔 주렁주렁 사과들이 달려 버팀목을 세워 휘늘어진 가지를 떠받친 나무들도 있다. 새악시 볼처럼 불그레한 사과들은 채 이른 때라 듬성듬성하다. 복스럽게 붉게 물들 풍성한 사과밭을 스쳐 지나며 사계절 어룬 농부의 숱한 손길과 발길을 상상한다.

 

삼년이면 수확한다는 사과밭을 휘익 스쳐 지나며 새삼스레 여섯마디 내 나이테도 언뜻 스친다. 어린시절, 가을녁 밭머리에 서성이며 배추농사를 눈어림하시던 농부인 아버지의 생전의 모습도 생각나고, 앞산너머 그루콩을 지게질로 저나르고, 한점이라도 성적을 올리려 책장을 넘기며 밤을 밝히고, 사회인으로 어엿 성장해 결혼하고, 자녀를 출가시킨 반세기 세월의 나이테 말이다. 사는 동안에 누군들 한여름의 태풍을 맞지 않았으리오. 인생구비 돌며 누군들 한겨울에 눈보라를 맞지 않았으리오.

 

호기심 탓일까? 유전자 탓일까?

내 모습은 유명세를 지닌 어느 발명가의 말처럼 "stay hungry, stay foolish"였을까? 아마추어 햄, 마라톤, 등산, 기행수필, … 열정이 늘상 넘쳐나 취미생활로 늘 분주했다. 그 발명가의 말처럼 취미생활이 점점이 모이고 어울려 영화 한편이 되었나보다. 드디어 엊그제 새내기 영화감독으로 데뷔 했으니, 마치 미당 선생께서 노래한 "국화옆에서"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 울고, 먹구름 속에 천둥치며, 그 불면의 무서리가 내렸나보다.

 

 

사계절 떨림으로 길가에 제모습으로 피어나 제향기 피우는 한떨기 꽃처럼 다가올 미지의 시공간에 내삶도 그러하리라. 돈 헤럴드 미국 시인의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싯귀절이 떠오른다. "…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그리고 좀 더 바보가 되리라. 되도록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으며 좀 더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한세상 살다 돌아가는 길목의 글이라 분주한 내겐 여운이 짙다.

 

충주호반 산자락에 솟은 휘영청 환한 보름달이다. 그래, "사는 동안 건강하게 제멋으로 시공간에 어울려 사과맛처럼 제빛깔, 제맛들게 해 주소서" 구름에 들기 전에 두손 모아 소원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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