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여행
시인 우호태
한달여전, 이것저것에 스트레스로 몸고장 경보가 울려 보름간의 여름 휴가를 떠났다.
수치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전문의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으나 요지는 보름간 정도 처방대로 몸을 관리하면 괜찮을 거라는 말씀이다.
우선, 안정을 취하라는 말씀이지만 생각의 날개를 접으려 애쓰다가 날을 꼴딱 새우는 불면의 밤만 며칠 간 이어졌다. 오히려 몸고장이 더하나 싶어 태블릿을 집어들었다.
그래, 떠나자 삼등 완행 열차를 타고 동해가 아닌 아예 우주여행을! 소나타(화성, 한반도) 기행을 마친터라 밤이되면 지구촌의 테마여행을 떠났다.
어디로 먼 여행을 떠날까?
우주의 기원, 인류문명사, 문자의 시원, 바다이야기, 남.북극, 히말라야 14봉, 4대강 카누 탐험, 종교이야기, 1.2차 세계대전, 초한지, 삼국지, 소수민족 이야기, 고산지대, 시베리아, 한민족의 기원, 단군설화, 실크로드, 섬이야기, 6.25 전쟁, 담수플랜트, 방위력, LNG, 원자로, 이상기후,… 등 때론 선인, 현인, 철인, 전문가를 쫓아서 오르고 내리고 들으며 우주의 깊은 골과 마루를 헤매다 보니 늘어진 몸세포에 쌩쌩한 울림이 왔나 싶다.
죽장에 삿갓을 대신한 태블릿과 유튜브를 연결해 옆자리 분 조차 잠든 밤의 고요속에 이어폰을 끼고 방랑 삼천리보다 아주 길고 긴 아득한 태고적 이래 과학의 발달로 이룬 최첨단 세상까지 시공간을 겅중겅중 섬뛰기를 열흘여 동안 하느라 수치에 얽매인 세상살이를 잊었나 싶다.
여행이 깊어 갈수록 고작 여섯마디 살아온 몸뚱이에 꽤나 덕지덕지 덫칠을 했나? 꾸며온 시간속에 찌든 심신이 가뿐해져 마치 마른 몸비늘이 부스스 떨어지듯 자잘한 잡념들이 지워졌으니 골마루 여정이 나름 불면증의 처방인가도 싶다.
보름간의 체험으로 불면의 처방전이 오지 여행인가? 툴툴 털고 일상으로 환하게 돌아왔다.
한여름 밤의 여행이여, 굿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