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우당탕
시인 우호태
MCND가 부르는 '우당탕(crush)'의 첫소절이 "Let's get it! 놀아 막"이다.
우당탕 우당탕, 코로나 펜데믹 해제(?)로 발묶인 각종 모임 소리가 마치 장맛비로 불어난 계곡에 가파른 물소리겠다.
주말에 연이은 모임이다. 동네 친목회와 시골 초등학교 동창회를 비롯해 중등, 고등, 대학, 군대, 직장 등 각종 모임에 바로 꽉 막혔던 2년여의 담벼락과 세상 밑바닥을 뜯어내는 '우당탕' 소리들이 참 요란하다.
지글지글 꺼멓게 그슬린 인생 모듬살이 불판을 서너차례 바꿔대며, 삼삼오오 어여어여 건배를 외쳐대니, 급류에 쓸려 드러낸 알뿌리로 벼랑을 버텨선 나무처럼 여간 힘에 부치나 싶다.
칙칙폭폭을 땅바닥에 그렸더라. 마루벽지에다 써놓은 구구단을 종알종알 외워대던 까까머리가 크나 싶더니 이내 팔팔한 이팔청춘 가슴에는 날아가던 기러기도 넋잃을 미모인 왕소군을 품었다던가! 그 청년이 들끓던 인생해법(?)을 구하려 알철모 쓴 채 땅바닥에 엎드려 일어서기를 수없이 반복하던 때도 있었으리!
어찌, 그시절에 펄벅 여사의 '대지'에다 이즘 강남 땅값을 가늠했으랴! 어찌 시선 이백의 '장진주' 싯귀절 "회수일음삼백배~"의 참 멋을 알리오만, 그래도 푸른 제복 시절은 조직의 쓴 맛을 보게한 세상살이 버텨낼 나름 엮어낸 너댓발 힘줄일게다.
역사깊은 안녕뜰에 중학교 동창회날, 김'제리'가 쏜 한방구리 소갈비를 혁대풀고 뜯은게 엊그제다. 고교동창회에선 청바지 산지기 박총무가 한 배낭 풀어낸 장뇌삼에다 늘푸른 한원장이 안긴 해장산까지 챙겨들었으니 용 좀 쓰려나?
복날에도 필경, 제털 벗어낸 암탉의 펄펄한 탕이요, 온동네 싸돌아 다닌 멍멍이 몸바친 숭고한 탕이려니 팔자걸이(?) 건배들이 쨍쨍할테다.
물소리 담은 열두 화폭을 연일 울리는 카톡카톡, 휘어차기, 내려앉기, 돌려막기, 끌어안기 겪어온 인생살이 휘릭 휘리릭 하면 좋으련만...
"온동네 떠나갈 듯 울어 젖히는 소리"가 "그날"의 바로 기분좋은 '우당탕 우당탕' 소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