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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112

-주물러야 살 수 있다

 

주물러야 살 수 있다

시인 우호태

 

주물럭! 의태어로 "세게 만지거나 쥐고 흔들거나 이를 반복하는 행동, 혹은 그 결과물"이라 정의한다.

글제를 끄적이니 친구들과 어스름에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 소줏잔 기울이던 그 때가 생각난다.

이 말에 양념을 곁들이면 제육볶음, 오리구이, … 침이 목구멍 너머로 꼴딱이다.

 

쉼없이 마라톤과 장거리 도보여정의 후유증일까? 반년을 절뚝대며 겪던 고관절 통증을 주물럭 해대니 뻣뻣한 근육이 '아아' 소리에 어울려 풀어지나 보다. 뭉친 근육을 풀어야 몸이 나긋나긋 해져 피가 씩씩히 돈단다. 자세 불량과 몸 관리에 소홀한 탓이란다. 보름여를 몸이 뒹구니 말이 어울리나 보다. '화타와 허준' 명의에 비견할 "낫는다는 생각이 병을 낫게 한다"는 명인 원장의 처방전이 귀를 깨운다.

 

"힐링지압원"장의 손길이 허벅지, 장단지, 허리, …등을 '주물럭' 할 때마다 높은 음자리 아, 아~ 고음이 공간을 울려댄다. 머리 맡 위편에 벽걸이 TV에서 한동안 인기가 높았던 손안에 천하를 주무르던 '여인천하' 드라마 후속편이려나, 세상을 주무르기 위해 나온 높은(?) 분들이 세상 그 무엇을 '주물럭' 했길래 징계를 해야하니 마니 왼종일 방영한단다.

여섯마디 삶에 아련한 추억이려.

어린날에 점심 끼니로 밀가루 반죽을 '주물럭'하여 재재바른 손놀림으로 수제비 뜨던 우리네 어머니와 저녘 무렵 고단한 들일로 지친 팔다리를 주무르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집에 돌아오니 TV에서 눈길을 돌린 아내의 살가운(?) 소리가 맘을 '주물럭' 한다. "그래, 평소에 몸에 신경을 써야지, ~~~" 방안으로 따라선 뜨거운 말 "손은 괜찮죠? 내 어깨가 뻣뻣해요 좀 주물러 봐요"

가정의 평화와 노후의 안녕을 위해서 문열고 나서 느릿느릿 '주물럭'이다.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프답니다~~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 그대 뿐입니다" 노사연의 "바램"도 곁들여 부르며 말이다.

 

아아, 하나님, 부처님, 조상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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