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2 (목)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66(8월 12일)

황구지천 천변기행5

 

황구지천 천변기행5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저녁식사를 마친 후, 36년지기와 함께 산책이다.

둑방아래 어슴푸레한 물길에 원앙인지 물오리인지 한쌍이 다리께로 유유히 헤엄쳐간다. 며칠전, 경보까지 울렸던 냇물이 줄어들어 물길이 싱겁다.

 

교각아래 마련된 쌈지공원에서 팔회전, 다리뻗기, 허리돌리기로 몸을 푼 후에 뜰길로 들었다.

길다란 밭두덕에 비 오는 날에 지글지글대며 군침돌게 할 재료인 ‘녹두’가 죽 늘어섰다.

 

들판길에 들어서니 하얀 초승달이 하늘에 떠 있고, 아파트 숲사이에 붉은 해가 곧 어둠속으로 자맥질하려한다. ‘석양에 총잡이’ 분위기 내어 한번 불러 볼까나? 길가 양옆에서 바람결 따라 살살대는 수수, 수국, 토란, 벼, 콩 방동사니 댄서들의 유혹이다. 앞서가는 지기 외엔 보는 이 듣는 이 없어, 글래머 여가수를 흉내내며 목청돋워 부른다.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엔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랜동안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 길로]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작사 백창우 노래 임희숙

 

도중에 스친 유독 덩치가 수국(사발꽃)에 그새 갈색 반점들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얼마전 까지 환한 얼굴로 향기를 피워 내던 녀석이다. 그리 짙게 냄새를 피워 내더니만…. 노랫말이 운치가 있어 어렵사리 외운 노래다. 2절까지 마치니 벌써 자동차길에 다다랐다. 아쉬워 돌아보니 들판을 가르며 곧게 뻗어간 뜰길만 눈에 차누나.

 

그간 눈.귀를 울렸던 파리대회가 막을 내렸다. 피나는 노력으로 일군 코리아 선수들의 올림픽 쾌거가 기쁘다. 이제 또 다시 시끌한 TV뉴스를 접해야 하나? 돌고도는 세상인데 어찌 그리 단맛을 못잊어 하는지.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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