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엑스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철학자 스피노자는 말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그 말은 인간이란 존재가 파국의 공포 속에서도 미래를 향해 손을 뻗는 존재임을 가리킨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우주 시대’ 역시 그 연장선이다. 지구는 사라지지 않을지라도, 일론 머스크는 인류의 생존과 문명의 보존을 위해 “지구의 백업 행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2029년 화성 착륙을 시작으로 2050년까지 100만 명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웠다. 허황된 상상이 아니라 실행 계획이라는 점에서, 장자가 말한 구만리를 나는 대붕이나 봉이 김선달의 기지조차 이 앞에서는 전설이 된다. 그런 시대에, 우연처럼 찾아온 ‘우주엑스포 추진위원회’와의 인연은 우리에게 하나의 물음,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미래를 준비하는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두 눈, 두 귀, 두 발, 한 입을 가진 평범한 이들, 그러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믿음 하나로 ‘우주엑스포’를 준비해 온 그들의 자세는 우주를 경작하는 농부요, 시대를 경작하는 철학자다. 그들을 ‘우주박사’라 부르고 싶다. 일상의 작은 기쁨—집 울타리 너머의 산책길, 바닷가 바람—이 대기권
루비콘강을 건너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레테의 강물 같달까? 압록강에 한번 가보고 싶었지. 호새: 임진강, 예성강, 대동강, 청천강… 건너온 강도 많은데요. 돈키: 그래도 이 강은 달라. 중국과 우리의 경계를 가르는 압록(鴨綠)의 맑은 물. 두만강은 푸른 물, 예성강 모진 바람, 낙동강 강바람, 백마강 달빛…. 노랫말만 들어도 귀에 스미잖아. 특히 이곳에서 남쪽 천 리 떨어진 수원고등학교 교가에도 “압록강 맑은 물 흐르고 흘러…”라 하니 정겨워. 호새: 코리아의 가장 긴 강인가요? 돈키: 백두산에서 발원해 옛 고구려 땅을 가로질러 황해로 드는 긴긴 물길이지. 청일 간 1909년 간도협약으로 잃어버린 간도도 이 강가에 걸려 있고. 조지훈 시인은 “칠백리 강마을에 술 익어 간다” 노래했지만 이 이천 리 물길에 서린 뜻은 아직 얼마나 더 익어야 할까. 호새: 강 한가운데 표시된 저 섬이 위화도인가 봐요? 돈키: 섬의 위치는 설문해자(說文解字)로 풀이해도 논란이 많은 곳이지. 단지 고려왕조만이 아니라, 한반도 역사의 물줄기가 바뀐 자리야. 요동정벌길에 올랐던 이성계 장군이 이곳에서 회군해 470여 년 고려의 대하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조선을 열었지. 청나라 봉
대동강아, 내가 왔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대동강아 내가 왔다, 을밀대야 내가 왔다…” 나훈아 가수가 목이 메어 부르던 노래가 귓가에 울리네요. 돈키: 그래. 봉이 김선달이 팔아먹은 줄 알았는지, “700리 고향길을 찾았다”고 울먹이던 노래 말이지. 지금도 우리를 반겨줄까 모르겠다. 호새: 저 물줄기가 정말 대동강이에요? 돈키: 남포와 황해도를 지나 서해로 드는 강. 압록·두만·낙동·한강에 이은 다섯 번째 장강이라지. 낭림산맥 한태령에서 발원해 439킬로를 흘러가니 천 리 물길이 따로 없다. 호새: 강바람이 치마폭 날리는 건 아닐 텐데, 뭔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돈키: 대동강변을 따라 달려보고 싶어. 춘천마라톤 때 북한강변을 달리던 기억이 나서. 강변 달리기는 그 자체가 치유야. 내가 쌩쌩 달리면 스쳐가는 풍경이 하나의 영화처럼 이어지거든. 호새: 시인은 시를 써야지요. 뛰면 시상이 떠 오르겠어요? 돈키: 큰 강엔 큰 문인이 남긴 시화가 흐르지. 대동강을 읊은 시와 노래가 얼마나 많은데. 호새: 고려 인종 때 정지상(鄭知常)이 지은 그 절창도 이 강에서 나온 거라던데요.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돈키: 이별의 정
장산곶 마루 북소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구요 금일도 상봉에 님을 만나 보겠네...’ 호새: 몽금포타령이네요? 돈키: 국악 한마당 노래소리야. 흥이 솟드만... 호새: 남도민요, 서도민요, 경기민요… 차이가 있나 봐요? 돈키: 어찌 알겠어. 그저 아는 게 황해도와 평안지방에 불리는 노래를 서도민요라 하는 정도지. 이즘 민요소리가 차즘 줄어드는 것 같아. 지방의 소리결이 민요야. '아리랑' 가락이 우리네 정서이 듯 이어가야해. 내도 민요18번이 있어야 겠어. 호새: 황해도 바다뜰 장산곶과 백령도 사이에 인당수는 심청이가 퐁당한 “효행” 콘테스트 해상 다이빙 장소로 유명한 곳 이잖아요? 돈키: 시쳇말로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이라 해야겠지. 호새: 이즘에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돈키: 사람사는 세상에 그 보다 더한 일이 없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살펴봐. 심봉사, 곽씨부인, 뺑덕어멈, 안씨부인, 선주, 용왕, 그리고 주인공 심청이가 끌어가는 스토리 말이야. 세상살이 예나 지금이나 같지 않아. 세상일은 행하는 자, 박수치는 자, 평가하는 자가 잘 어울려야 그 울림 자연스레 후세에 전해지는 거야 호새: 발효된 김장맛이란 거네요. 허
고려왕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개성! 반천년 고구려의 뒤를 이은 고려의 왕도였지. 호새: 서울서 한 시간이면 가는 거리네요. 돈키: 호랑이, 에비, 순사보다 무서운 게 인간 욕심이야. 이념이니 뭐니—오감 다 잃고 70년이나 흘렀다니까. 호새: 개경은 고려 왕도(송도). 서경·남경·동경과 어울리던 영토의 중심이겠네요? 돈키: 고려 474년, 조선 518년… 도합 천 년 왕조의 한 축이었는데 아직도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지. 호새: 후삼국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10세기~14세기, 연구거리 많겠습니다. 돈키: 제도 말고도 종이·활자·천문·금·은·화약·나전칠기… 바닷길 무역에 실어 나르던 고려잖아. 상감청자는 그 시절의 ‘반도체 기술’급이었지. 호새: 그 융성의 원천은요? 돈키: 한마디로 개방성! 조선의 사농공상과 달리 고려는 상공업이 활발했다구. 벽란도는 송·거란·서남아시아·유구까지 드나드는 국제무역항. 악기·상아·향료 사오고, 종이·금·은 팔고… 지금 치면 반도체·자동차·선박·K-뷰티쯤? 호새: 항구는 돈 돌고 사랑도 돌고… 로맨스의 무대죠? 돈키: 그럼! 16세기 베니스의 ‘베니스 상인’처럼, 고려엔 ‘벽란도 상인’이 있었지. ‘쌍화점’의 “회회아비 내
상상터 북한땅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저기 철조망 너머… 진짜 ‘갈 수 있는 땅’ 맞나요? 돈키: 그래. 우리가 부르는 “피어린 600리” 바로 그 이북 땅이지. 본능과 경험, 그리고 상상이 세상을 여는 법. 오늘은 염력 보태서 상상열차 한번 타보자고. 호새: 임진각이나 강화도, 백령도에 가면 망원경으로 보인다던데… 돈키: 그렇지. 눈앞에 보이지만 발은 못 디디는 북녘. 지도에서 38도선을 쓱 넘겨보면 펼쳐지는 그 땅 말이야. 코로나 때문에 원래 영·호남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이쪽으로 돌아왔는데, 나도 뜬금없이 공상을 좀 해본 거지. 호새: 공상 치고는 너무 설렌다니까요? 돈키: 하하, 부산에서 화성, 화성에서 강릉까지 걸었던 사람 아닌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날아갈 기세지. 호새: 그런데 이게 고대 여행인지 미래 여행인지 헷갈려요. 돈키: 아득한 옛날을 떠올려봐. 압록강 너머, 선인들이 말 달리고 눈물 흘리던 곳. 사극에서나 보던 요하, 용정, 북간도…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의 그림자가 스친다. 학자들이야 깊이 들여다보겠지만, 우리는 오늘 서너 곳만 데생하듯 그려보자고. 호새: 애국가에도 나오잖아요. 동해·백두산… 돈키: 압록강, 두만강, 묘향산,
대양이 부른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비바람 부는데 비행기 운행하나요? 돈키: 한라산이 있잖아. 호새: ??? 돈키: “제주도에 왜 갔어?” 하고 묻는다면? 호새: 옛 아씨들처럼 서방님 대신 주인님 따라온 거죠. 뜀맨1: 도심을 떠나 바다에 솟은 섬이라 마음이 눕고, 생각도 정돈되잖아. 뜀맨2: 한생각 덜어내서 좋구만. 돈키: 메인 일정에 정신이 분주했어. 특산물, 방언, 무속, 해녀, 사찰, 유학자들의 유배지… 추사관 옆엔 제주 출신 1호 이종도 목사 순교지가 있고, 김대건 신부 표착 용수성지, 천재화가 이중섭의 집터, 최근 테마파크들까지… 한라산, 곶자왈, 오름들이 제주 향을 피우더라니까. 호새: 내일 이야기를 좀 풀어봐요. 돈키: 학자들 연구자료를 보면, 한반도 역사는 이렇게 나뉘지. 1기는 고고학 대상기, 2기는 고대근현대, 4기는 다가올 시대, 특히 바다 중심의 해양사. 그 중심에 제주가 서야 해. 면적도 싱가포르 두 배 반쯤 되고. 뜀맨1: 러시아·중국·일본 이해관계가 얽힌 동남아 해로 한복판… 기대된다. 뜀맨2: 중국, 유럽, 일본 상선들이 제주를 경유하거나 표착했던 근세 기록만 봐도 가능성이 보이지. 호새: 벚꽃·유채 소식도 북상하고, 태
흰사슴 놀이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삼총사가 함께 오르나요? 돈키: 제주 일정은 한반도 유람의 맺음지지. “One for all, All for one!” 13, 4년을 함께 달려온 마라톤 동료들이야. 이번 유람도 마라톤 같은 여정, 그 피니시 라인이 바로 백록담이거든. – 휘릭 호새: 하늘에서 내려다봐도, 땅에서 올려다봐도 안기고 싶은 산이라면요. 돈키: 어머니 품 같지 않겠니? 옛적에는 영주산이라 불리며 설화가 끝없이 전해졌고, 누구나 찾는 영산이라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해. 뜀맨1: 여러 번 올라왔지만 오를 때마다 식물군의 변화가 참 묘해. 난대식물에서 초원, 활엽수림, 침엽수림, 관목림, 그리고 고산식물 띠까지. 그 모습이 우리네 삶 같아. 어머니 품에서 옹알이하던 아기가 아장거리다 풀밭 뛰놀고, 세상이 다 내 것 같던 청년은 어느새 둥그런 중년의 얼굴을 닮아가고, 마침내는 비워가는 노년의 경지에 닿는 것처럼. 뜀맨2: 솟구치던 청년의 기상이, 노년에 와서는 정으로 굳어 못이 되는구먼. 이곳은 이승과 천계의 경계라 했고, 흰사슴이 물을 마시던 곳, 은하수가 담긴 곳이라했지. 신선이 노닐던 산. 우리 삼총사도 삼신산에 오르는 셈 아니겠어? 소동
혼저옵서예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무슨 바람이 불어 바다까지 건너려는 거예요? 철인삼종 준비한다고 수영해 갈 것도 아니고, 날트리라도 타겠다는 건가요? 돈키: 하하, 차라리 드론이라도 타고 날아갈까 싶구나. 호새: 그러다 마라톤 삼총사가 한라산 정상까지 뛰어올라 가는 건 아니겠죠? 돈키: 등산만 해도 충분하지. 그래도 보물섬 제주로 간다니, 마음이 괜히 한 번 더 뛴다. 호새: 남한에서 가장 큰 산을 이고, 바다 한가운데 둥근 뚜껑처럼 누운 섬이니, 해양국 코리아의 숨결이 모여든 곳이지요. 돈키: 저 높은 한라의 기상과 먼 바람의 그리움이 끊임없이 뒤섞이는 땅이지. 제주엔 바람이 많다던데, 바람이 있어야 비로소 제 맛이 나는 섬이라더라. 호새: 노래도 많죠. “내 이름은 바람이란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바람이려오…”, “바람이 분다 연평바다에…”. 사람들은 어찌 그리 바람에 마음을 매달았을까요. 돈키: 바람이 있어야 숨이 살아. 인생도 제때의 바람을 맞아야 한다네. 때를 놓치면 입 돌아가듯, 사는 일도 금세 뒤틀리더라고. 바람 많은 탐라국에선 어떤 이야기가 피었다가 사라졌는지, 그게 자꾸 궁금해져. 호새: 돌 많은 섬이라 하죠. 돌아다니다 보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꿈꾸는 마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오늘 순천만에 영화시나리오 쓰려 가나요? 진도, 완도, 해남, 강진에 가볼 곳 많은데... 돈키: 진도아리랑도 듣고 싶고 장보고관, 땅끝마을, 하멜기념관, 나로호우주센터, 녹차생산지, ...다 가보고 싶은데 여의치 않네.-휘릭 실버맨1: ‘벌교에서 주먹자랑 말고 순천에서 얼굴자랑마라’는 옛말입니다. 호새: 국가정원과 순천만 늪지와 순천의 이미지가 되어가나봐요? 실버맨1: 순천에 오셨으니 짱뚱어탕 드셔보세요. 정원엔 아직 꽃이 덜해 산책하시면 될겁니다.-휘릭 호새: 뜨락 꽃밭에 나무 들어서고 물웅덩이 만들면 정원 아니에요? 꽃이 아직 이네요? 돈키: ‘제인에어’ 읽어봤지? “파도가 지나간 자리” 영화는 어때? 호새: 뜬금없이 소설과 영화래요? 네덜란드 정원에 풍차 보러 오는 줄 알았어요. 돈키: 응, 나라별 정원의 특색을 볼수 있다잖아. 서구 유럽에 영주들 저택을 둘러싼 농장이 큰 정원이라고 생각해. 장원이 정원으로 축소되었다고나 할까? 서구풍이 이러저러 경로를 통해 우리주변에도 익숙한거지. 중국, 일본에 이은 우리의 정원과 서구풍이 어떤지 봤잖아. 호새: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되어야 꾸밀까요? 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