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가 발아래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드디어 광한루예요? 어쩌나, 날이 저무는데… 돈키: 상상해봐라. 저 그네가 창공을 차고 올라가는 걸. 호새: 빈 그네가 날겠어요? 제 눈엔 오색댕기 휘날리며 분홍치마 입은 처녀가 하늘을 차는 게 보이네요. 이도령이 그 모습 보고 가슴에 불났겠죠. 방자는 짚신이 닳도록 쪽지 심부름했을 테고요. 돈키: 봄색이 푸릇푸릇하니 그럴만하지. 무대가 광한루니 풍류가 절로 나잖아. 봄날 처녀가 나무 끝 그네 뛰면 사내들 눈이 돌아가겠지. 호새: 그네 타본 적은 있어요? 돈키: 그럼! 시골에는 큰 느티나무마다 그네가 매여 있었지. 군대 유격훈련에도 그네코스가 있었어. 줄을 제대로 못 잡으면 흙탕물에 풍덩이지. 두 손, 엉덩이, 허리, 다리, 박자를 맞춰야 하늘을 차지. 쌍그네는 호흡이 딱 맞아야 제맛이고 보기에도 좋지. 세상살이도 그네질 같더라—서로 박자 안 맞으면 넘어져. 호새: 요즘은 청룡열차 타며 스릴 느끼죠. 돈키: 운치가 그네만 하겠냐? 낮엔 버들가지 드리운 호수에 원앙이 노닐고, 밤엔 달빛과 별빛이 물에 뜨지. 무지개 오작교 밑엔 잉어가 쭈쭈거리고—그게 바로 광한루의 풍류지. 호새: 선비들은 한시 짓고 풍류 즐기고, 총
양반동네 맞는갑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볼 곳이 많다던데요? 돈키: 지인들이 안내해줄 거야. –휘릭 별동기: 전주에 왔으면 전주맛을 봐야지. 아침이니 우선 콩나물국밥 한 그릇 들자구. 시내 한 바퀴 돌면 전주의 윤슬 같은 멋을 느끼게 될 거야. 팔복맨: 선비정신을 살피려 어제 묵었다면, 경기전과 강암서예관, 한옥마을, 완판문화원, 동헌과 향교, 동학기념관, 소리관, 한지관, 김치관, 최명희문학관, 부채관을 차례로 돌아보면 좋지요. 점심 들고 박물관에 들르면 전주의 역사를 대략 훑을 수 있답니다. “왱이” 콩나물국밥을 드셨다면, 이미 전주맛의 일미(一味)는 본 셈이죠. –휘릭 팔복맨: 살다 보니 이곳이 참 멋들어져서, 동네신문에 하나하나 실어볼까 합니다. 국밥, 비빔밥, 한옥에 한지, 그리고 소리까지 얹히니 어깨가 들썩인다니까요. 조선을 연 태조의 본향 경기전의 품새며 동헌의 위세도 그렇지만, 완판문화원은 그 격을 한층 높이더이다. 서도 또한 전주 선비정신의 한 가닥이지요. 박선비: 부채박물관을 지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이다. 바람이 불어야 세상이 수승(殊勝)하듯, 의지가 모여야 큰 물길을 이루는 법이지요. 부채바람만으로는 부족할 테지요. 팔복맨:
요내 달이 돌아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서당개 삼년에 풍월 읊는다”더니, 유람 삼년 하더니 문화유산 해설하겠어요. 돈키: 산에 들에 꽃피니 싱숭생숭~ 달 뜨는 봄이야. 서동과 선화공주 사랑가나 들어볼까? -휘릭 통신맨: 서동이 익산 태생이라네. 매년 이곳서 서동축제가 열린다지. 돈키: 고구려에 호동, 백제엔 서동이네. 연애는 젊을 때 하나봐. 나도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말이야. 방공맨: 세상 그리 흘러가는 거지. 마한관 들러 마한의 중심, 금마 이야기도 들어보고. 커피 한잔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갔네. 미륵사지터로 가보자구. -휘릭 호새: 와아~ 터가 엄청 넓네요. 돈키: 저 뒷산이 미륵산인가? 햇살이 터 위에 누워있네. 통신맨: 가슴이 확 트인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돈키: 평등한 세상을 꿈꾸던 백제인들이 두 손 모으던 자리래. 텅 비워야 미래가 보인다던데, 여긴 그런 상상터 같아. 호새: “사랑을 하려면 불같이 뜨겁게~” 그랬을 서동이, 선화공주 썸탄 얘기 좀 해봐요. 돈키: 썸의 계보를 봐야지. 북부여의 해모수와 유화부인, 고구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백제 서동과 선화공주, 그리고 천년을 넘어 이도령과 춘향, 심수일과 이순
고군산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낚시맨: 비응항에서 2층 버스를 타세요. 방조제 좌우 전망이 탁 트여 정말 볼만합니다.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를 돌아나오는데, 시간마다 운행하니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면 바다 내음이 온몸에 스며들 겁니다. 주말엔 낚시하러 오는 사람이 많지만, 예전만큼 경기가 좋지는 않아요. 이것저것 겪어보니 정주할 만한 중소기업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새: 며칠 묵어가면 안 돼요? 돈키: 조개 캐며 살 거야? 카페나 음식점 차릴 거야? 그냥 휙 둘러보고 나올 거야. –휘릭– 실버맨: 여행 오셨어요? 저는 군산에 오래 살았는데, 1899년에 개항했으니 군산은 ‘군산항’이 곧 브랜드죠. 근세역사관에 가면 이곳의 역사를 대략 알 수 있어요. 나당연합군이 백제와 전투를 벌인 금강하구의 기벌포, 송나라 사신 서긍이 『선화봉사고려도경』에서 언급한 고군산도, 그리고 고려시대 최무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친 진포대첩 등…. 그만큼 이곳은 예로부터 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며 해상교류와 세곡선의 중심지였어요. 한때는 한성부윤처럼 ‘부윤’이 다스릴 만큼 세가 컸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호남이 곡창지대라 대일 물동량이 이곳을 통해 오갔죠.
꽃이 피면 화산이요 호새: “호남, 호남” 하는데 잘생긴 남자란 말인가요? 호남이 무슨 말이래요? 돈키: 조선 말기에 비롯되었다는〈호남가>에 호남지방의 특색이 담겨 있어. 들어볼래? [함평천지(咸平天地) 늙은 몸이 광주(光州) 고향(故鄕)을 보랴 하고 제주어선(濟州漁船) 빌려 타고 해남(海南)으로 건너갈 제 흥양(興陽)의 돋는 해는 보성(寶城)에 비쳐 있고 … 우리 호남(湖南)의 굳은 법성(法聖), 전주백성(全州百姓)을 거나리고 장성(長城)을 멀리 쌓고 장수(長水)를 돌아들어 여산석(礪山石)에 칼을 갈아 남평루(南平樓)에 꽂았으니 삼례(參禮)가 으뜸인가 거드렁거리누나.] 돈키: 지리적으로는 대략 금강 이남 지역을 말하지. 대관령 고개 동서로는 영동(관동)·영서(관서)로 나뉘고, 문경새재나 조령 이남 지방을 영남이라 부르잖아. ‘호남’이란 명칭은 기상예보나 정치권에서 쓰이는 지리 용어로, 생활어에 가깝다고 보면 돼. 호새: 고을마다 특색을 노래해서 그런지 호남분들 머리가 좋더라고요. 듣자니 막걸리 한 보시기 들이키고, 영산강 굽어보는 정자에 올라 부채 펴 들고 소리하는 선비 모습이 그려져요. 돈키: 삶이 풍경 속에 녹아 있으니 절로 흥이 돋아 몸이 돌아가
[ 포에버뉴스 김경순 기자 ] 경기도장애인체육회 백경열 사무처장(총감독)이 5일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종합우승 5연패 달성’ 소감을 아래와 같이 전했다.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우승에 대한 소감은? 5연패라는 영광스러운 성과는 경기도장애인체육회(회장:김동연) 소속으로 출전한 모든 선수, 지도자, 그리고 뒤에서 헌신하신 가족과 관계자 여러분의 열정과 땀의 결실로 달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메달의 숫자 뿐 아니라 장애를 넘어선 도전과 열정 그리고 감동의 무대였습니다. 또한, 어느 한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선수와 지도자, 종목단체, 관계자 그리고 1,420만 도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종합우승의 위기 순간과 5연패의 핵심 요인은 ? 일부 종목의 전력 손실 경쟁 시도들의 증강된 견제 및 개최지의 가산점 등변수가 있었지만, 경기도는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지난 1년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준비 시스템을 운영하여 주력 종목인 당구, 볼링, 축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꾸준히 득점을 확보해 전 종목 고른 득점 체계를 완성한 것이 5연패의 핵심
한려수도 그림 같구나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그 섬에 가고 싶다”며 왔으니 며칠 머물죠? 돈키: 볼 곳이 많드만. 바람의 언덕, 학동몽돌해변, 외도… 호새: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데 그냥 지나요? 돈키: 서너 번 다녀갔어. 해변 풍경이나 버스 투어 하자고. 호새: 저편에 옥포조선소인가 봐요. 돈키: 문패가 여러 번 바뀌었어. 그림 같은 풍광이지만 실은 사연이 많은 곳이야. 머리 아픈 일이 많았을 거야. 덩치도 크니 이해관계가 복잡한 셈이지. 1+1=2가 2-1=1이 되어 말썽이 난 터라, 매스컴에 이미 알려진 대로야. 그 후유증은 국민의 부담이 되었거든. ‘경영’이란 낱말에 공명성이 우선함을 남겼지. 호새: 큰 분들이 경영을 잘하지 않나요? 돈키: 뭘 잘한다는 거지? 덧셈, 뺄셈, 아니면 나누기, 곱하기? 우리는 길손이야. 그냥 마음 누이고 가면 되는 거야. 호새: 몽돌해변에 몽글몽글 맴 굴려봐요. 돈키: 걸어보니 맴이 정말 동그라지대. 긴 세월 파도와 씨름했나 둥글둥글해졌어. 손주 사랑하는 할매의 마음일 듯싶어. 거무튀튀한 건 속이 타서 그럴 테고, 반짝반짝거리는 몽돌은 생글생글 웃는 손녀들 얼굴일 거야. 호새: 바람의 언덕에 풍차가 있던데… 돈키
오이소 보이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800명이 사전 예약돼서 오늘 관람이 안 된다네요. 돈키: 왔으니 팸플릿이나 얻어 가야지. ‘불교의 바닷길’ 기획전이 열리나 보네. 볼만 할텐데... 어여 돌아나가서 자갈치·국제시장이나 둘러봐야겠어. 와인맨: 선배님, 저편 오륙도와 해양대학교를 배경으로 찰칵하시죠. 뒤편은 해양 관련 공공기관들입니다. 바다에 오면 가슴이 탁 트여 좋다 아닙니까? 돈키: 마침 화물선도 지나가니 잘됐네. -휘릭 호새: 바다 물길을 건너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면서요? 돈키: 그러니 배 타고 바다로 나서는 거야. 중세 해양사를 살피면 미지의 세상에 상상이 보태지고, 무역상뿐 아니라 과학자, 나라도 힘을 얹었어. 호새: 고대엔 항해가 어려웠겠어요? 지도도 변변하지 않았을 텐데... 돈키: 탐험가들에겐 특별한 유전자가 있을 거야. 기원전으로 연원이 거슬러 올라가지만, 바닷길이 개척되고 점차 메르카토르 도법이나 피터스 구스 도법의 지도도 발달해 지구촌 해상무역이 발전하게 됐지. 나는 초등학교 겨울방학 숙제로 세계지도를 그리며 스친 생각이 고작 대륙에 여러 나라가 있다는 정도였는데… 호새: 바다에 인접한 나라들은 일찍이 바다로 나섰겠어요? 돈키:
해운대의 사랑이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푸른 물결 춤을 추고 물새 날아드는 해운대의 밤은 또 그렇게 지나가는데…” 호새: 뭔 노래예요? 야경이 휘황찬란하네요. 피난살이 애환이 서린 곳이라면 더 느낌 있겠어요. 돈키: 영도다리, 국제시장, 광복동거리… 귀에 익은 이름만 들어도 짠하지.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고층건물 불빛 속에 젊은이들 발길이 흐르네. 호새: “이별의 부산정거장”, “굳세어라 금순아”, “돌아와요 부산항에”, “해운대 연가”, “부산갈매기”… 노래마다 사연이 있네요. 돈키: 그럴 수밖에. 부산은 국제무역항이고, 영화제나 회의도 열리는 바다의 도시니까. 그래도 그 시절 강인한 정신, 바다와 함께 살아온 정서는 여전하지. 저기 저 갈매기도 춤추고 있잖아. 호새: 부산역, 부산항, 베스코, 해양박물관, 동백섬, 자갈치시장, 용두산공원, 광안리, 태종대, 범어사… 이 많은 곳을 다 둘러볼 수 있을까요? 돈키: 지금은 그냥 야경을 즐겨보자구. 백사장을 걷는 젊은이들 보기 좋구만. 걸어볼까? 호새: 추억 속에 머릿결 날리던 날씬한 애인이 떠오르겠어요. 돈키: 오늘은 마음에 밤비가 내려. 그 감정이〈해운대 연가〉(이호준 작곡, 정찬우 작사, 전철
치마폭을 날리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낙동강 강바람에 치마폭을 날리며~” 호새: 뭔 치마폭이래요? 요즘은 핑크색 머플러가 날려야죠. 옛날 낙동강이 아니잖아요. 돈키: 그래도 바람에 절로 마음이 동하잖아. 노래로만 스쳐갈 강이 아니지. 뭐부터 얘기할까? 호새: 길이가 531킬로라면서요? 대한민국 1위, 한반도 전체에선 3위라던데요? 돈키: 그렇지. 길이도 길이지만, 강원도 함백산에서 발원해 경북·대구·경남·부산까지, 무려 22개 지자체를 지나가. 영남의 젖줄이자 삶의 물길이지. 호새: 근데 왜 이름이 ‘낙동강’이에요? 돈키: 여러 설이 있지만, 가락국의 동편에 흐른다 해서 ‘낙동’이라 불렀다는 게 유력해. 서편엔 가야가, 동편엔 신라가 있었거든. 옛 가야 여섯 나라가 모두 이 강 유역에 자리했지. 호새: 낙동강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뭐예요? 돈키: 강바람, 낙동강 오리알, 낙동강 전선, 을숙도, 페놀사건, 4대강사업… 많지. 호새: 그 긴 강줄기 따라 천리 수변길이 장관이겠네요. 돈키: 예전엔 안동까지 배가 오갔대. 역사의 강이지. 그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을 품었겠어. 호새: 요즘 을숙도엔 철새들이 모여든다던데요? 돈키: 철새들만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