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5 (금)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116>-소나기 마을 / 자연 풀장

징검다리 로맨스


징검다리 로맨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서종면 오복집까지 20km라면서요? 여유롭겠네. 왼쪽은 강변 풍경, 오른쪽은 초목들… 눈이 호사를 누리네요.

돈키: 서종대교 지나고 경춘고속도로 타면 금방이야. 노문삼거리도 거쳐야 하고.
아, 방금 봤지? ‘소나기 마을’ 표지판.

호새: 황순원의 그 소나기요? 윤초시네 증손녀와 소년… 청초한 사랑 이야기.

돈키: 그래. 동네 어귀 우물가가 저절로 떠오르지 않냐?
단테는 “지구를 움직이는 힘은 사랑”이라 했는데… 나는 우주를 움직이는 것도 결국 사랑이라 본다.

호새: 그러고 보면 노랫말도 다 사랑 얘기죠. 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품었던 순정…

돈키: 초등학교 동창회만 가도 러브스토리가 피어난다니까. 누가 누구 좋아했다느니, 창문 넘어로 바라보다 마음 졸였다느니…
그런 정서 하나씩 가슴에 있기에 세월 지나도 만나면 즐거운 거야.

호새: 맞아요. 징검다리, 냇둑, 뒷동산… 잃어버린 마음조각들이 불쑥 날아들죠.

돈키: 그래서 ‘소나기 마을’이 순정을 찾는 장소라니까. 가보면 주름살이 펴지는 기분이야. 때 아닌 봄비가 가슴 적시는 듯해.
…올 동창 모임엔 호두라도 넣어갈까? 그녀도 나오려나.

<자연 풀장> – 계곡

호새: 근데 일정이 바뀌었죠? 원래 용인–광주–이천 코스였다가 광주–하남–양평으로.

돈키: 그래. 이동거리가 꽤 늘었어. 오복집 오는 길엔 펜션이고 산장이고 계곡이고… 표지판이 줄을 섰지.
매운탕, 묵, 막걸리, 파전—큰 글씨로 유혹을 하더라고.

호새: 배낭 내려놓고 한잔하고 싶은 마음, 이해돼요.

돈키: 도로는 피서차량이 가득하고, 계곡엔 물에 몸 담근 사람들이 북새통이야.
아이·어른 할 것 없이 허물을 벗으니 사람 냄새가 피어나니 자연 풀장이지.

호새: 어린 시절 냇가에서 물장구치던 영상이 떠오르네요. 누렁이 황소도 있었고, 매운탕 냄새도 났고…

돈키: 그렇지.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했어.
요즘은 노천냉탕이 사라져 간다니까. 그 시절, 그 장소는 돌아갈 수 없지.

호새: 그래서일까요. 지인들과의 만남도 자주 생기네요.

돈키: 족구하고 미니럭비 끝나고 전문가들 얘기 들으나 야외워크숍 하는 기분이야.
모자람도 깨닫고, 부족함도 느끼고.

호새: 다들 떠난 후엔 조용했죠?

돈키: 산장 주인과 동갑이라 밤 늦도록 얘기했지.
몸이 상할까 싶어 술잔을 들었다 놓았다 했는데… 결국 잔이 대접이 됐어.
지천명이라지만, 비탈길의 아픔들과 회한이 술잔에 담겨 계곡 물처럼 흘러가더라.

호새: 산장의 밤이 깊어졌군요.

돈키: 그래. 우연한 만남들이 모여 인생의 산굽이를 돌아 나가는 거지.






 


포토뉴스

더보기

섹션별 BEST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