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3 (수)

<한반도소나타113>-팔당대교

수력이 국력이다

 

수력이 국력이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돈키님, 저기 보이는 다리가 팔당대교죠? 물길이 환하게 트였네요.

돈키: 그래. 하남 창우동에서 남양주 와부읍 팔당리를 잇는 다리야. 길이만 935미터, 폭도 24미터. 비 내리던 오후에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이 제법 멋져.
저기 봐, 예봉산에서 패러글라이딩 뜨는 사람들. 독수리처럼 하늘을 원을 그리며 선회하지?

호새: 정말 悠悠 하네요. 저도 한 번 저렇게 날아보고 싶어요. 산과 들판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어떤 걸까요?

돈키: 누구나 품을 만한 꿈이지. 팔당 수변이 워낙 수려하니 사람들도 많이 몰려와. 주말이면 자전거 동호인들이 무리지어 달리고, 마주칠 때마다 손 흔들며 인사하곤 해.
탄천–경안천–팔당–춘천으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동호인들에겐 여행길이지.

호새: 팔당호에서 흘러내리는 강물을 보면 마음이 오래 머물러요.

돈키: 고대엔 한강을 ‘아리수’라 불렀지. 그리고 삼국이 각축하던 중심이기도 했고. 근세엔 ‘한강의 기적’의 무대였어.
정치를 ‘치수(治水)’라고도 하지 않나. 법(法)도 물 수(水)자에 갈 거(去)자가 들어간 회의문자고. 결국 국력도 물을 잘 다스리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호새: 그런 의미에서 4대강 사업도 훗날 평가가 달라지겠네요?

돈키: 시간의 눈으로 보게 되겠지. 물길은 역사의 길이니까.

호새: 요즘 물 문제는 뉴스에 자주 나오던데요.

돈키: 유엔에서도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해.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이 “앞으론 물값이 기름값보다 비쌀 거다” 하시던 기억이 나. 그때는 황당했는데… 이제 와 생각하면 선견지명이었지.
가뭄 겪으면 상수원이 말라 절수하던 일도 있었고, 세계 곳곳에서 물 길러 먼 길을 다니는 아이들 모습도 여전히 나오고.

호새: 물이 진짜 자원이군요.

돈키: 그래서 물 포럼, 수자원 대회 같은 자리에서 대안을 찾아야 해. 위정자들의 관심이 절실하지.
지금 우리 현실을 봐. 상수도를 욕실에서 흘려 보내는 나라야. 산지개발로 수원은 줄고, 수량도 감소하는데 말이지.

호새: 북한강·남한강 쪽은 보호구역도 있지 않나요?

돈키: 그래. 하지만 사유재산 침해 문제, 개발을 원하는 지자체와의 갈등도 늘 있어. 큰 눈으로 보는 수자원 정책이 필요한 때야.
농업·산업·생활용수에 더해 도시 조경까지 물의 쓰임은 점점 넓어지고 있어. 물이 풍부해야 가능한 일이지.
한반도는 여름 장마에 강수량이 몰리니 물 저장법도 더 연구해야 하고.

호새: 결국 생명수네요. 아껴 쓰는 게 우선이고.

돈키: 맞아.

호새: 그런데 서울로 들어오는 첫 다리가 팔당대교라면서요? 오늘 사진 찍으시던대요?

돈키: 50대 후반에 팔당대교를 걸어본 기념이지. ‘내가 이곳에 왔었다’는 증표랄까. 기분이 짱이더라고.
강변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팔당역 근처까지 와 있더라구. 자전거 동호인들이 삼삼오오 앉아 한담을 나누고 있었고.
나도 큰 돌에 걸터앉아 배낭에 눌린 어깨 좀 주무르며 한숨 돌렸지.

호새: 오늘도 참 멋진 도보여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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