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에너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지인의 문상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 우연한 만남이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졌다. 단장 민봉기 지인과의 인연으로 <당진행복솔라> 태양광 발전소 건설 현장을 둘러보게 된 것이다. 슬픔의 여운 위에 덧입혀진 뜻밖의 현장 학습이었다. SK이노베이션 E&S와 한화솔루션(주)이 함께 조성한 대규모 태양광 단지. 광활한 들판 위로 검은 집광판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태양의 빛을 모아 지구촌에 다시 돌려보내는, 광에너지 재생의 퍼레이드다. 최근 들어 부쩍 귀에 익숙해진 에너지 자원이 있다. 바로 ‘신재생에너지’다.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이 개념은 “햇빛, 바람, 물처럼 자연에서 얻거나 수소·연료전지처럼 기존 에너지를 전환해 얻는 친환경 에너지”를 말한다. “고갈의 염려가 적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지열, 해양, 수소 에너지가 그 중심”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머지않아 세계 최대 전력원’으로 부상할 전망이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을 축으로, 정부 정책과 기업의 RE100 참여 확대가 맞물리면 2030년까지 발전 비중은 크게 늘고, 관련 일자리와 기술 개발 또한 가속화될 것이
걸어봐야 맛을 알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신방구리 이제 추풍령을 내려와 황간을 거쳐, 저편에 영동역이 다다르네요. 돈키 그때가 떠오르네. 얼마나 피곤했던지 다리 밑에 박스를 깔고 잠시 눈을 붙였지. 눈에 길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이 들더군. 옥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대전과 신탄진을 거쳐 천안에 이르니 어느새 일행이 열 명 남짓으로 늘어났어. 군대 행군이나 소백산·설악산 산행을 빼면, 그렇게 여럿이 밤길을 걷는 건 참 이채로운 경험이었지. 신방구리 사고 나거나 다친 분은 없었어요? 돈키 심신을 다잡고 참여한 터라 큰 탈은 없었지. 다만 초행길이면 신발이나 발목, 무릎에 무리가 오기 마련이야. 신탄진에서 한 분이 발목이 불편해 열차로 천안까지 이동했어. 나는 혼자 남게 되었지. 시간을 맞추려 신탄진에서 천안까지 70여 킬로를 내달렸으니, 말하자면 역전마라톤을 한 셈이야. 신방구리 천안과 오산에서 더 많은 분들이 합류했다면서요? 돈키 그래. 어떤 분은 말하더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풀고 싶은데, 혼자서는 선뜻 나설 수 없어 함께 왔다고.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을 혹독하게 담금질할 시간이 필요해. 기억이 또렷하진 않지만, 길에서 서너 명씩
집 나서면 고생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신방구리: 그때 어머님 팔순잔치가 있었다면요? 돈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기행 워킹을 중단해야 하나 한참을 망설였어. 친구에게 자문을 구했지. 그랬더니 어머니 팔순잔치는 한 번뿐이니 들렀다 가라더군. 그래서 이곳에서 올라갔어.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한 후, 도보여정에 공감한 두 사람이 더 합류해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서 오던 길을 이어갔어. 마침 점심때가 되었으니 지난번에 들른 식당에 가볼까? 올갱이국이 참 시원했거든. 그때 식당에서 세 가지 추풍령의 멋을 들려주던 펀치 아주머니도 혹시 계시려나. 그분과 차 한 잔 나누면 좋을 텐데… ― 휘릭. 신방구리: 한낮에 아스팔트를 걷는데, 발은 괜찮았어요? 돈키: 몸을 가볍게 한다며 운동화를 신었더니 발바닥에 불이 나더군. 복사열까지 더해져 아스팔트가 후끈 달아올라, 걷는 게 고통이었지. 팔순잔치에 다녀오며 등산화로 바꿔 신으니 그제야 한결 낫더라고 그 후, 장거리에 나설 땐 꼭 등산화를 신어. 소금은 필수고. 빼재에로 형님이 일러준 대로 소금통을 챙겼었는데, 그걸 도중에 잃어버려 물통을 수없이 비움느라 혼쭐이 났지. 그래도 소중한 경험이었어. 신방구리: 도중에 만
우리는 전진한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신방구리: 김해네요. 시간이 좀 이른데, 수로왕릉에 가보면 어때요? 돈키: 달포 전에도 김해박물관에 다녀왔어. 쌍어문양이 인도와의 교류를 암시하더군. 바다를 건너온 문양 하나가 시간을 열어젖히는 느낌이었지. 수로왕과 허황옥 왕비—이보다 더 좋은 스토리텔링의 재료가 있을까. 동남아시아의 고속 해류를 타고 바다길을 건너 연을 맺었다니, 가야의 실체는 아직도 연구할 게 많아. 오늘 신방구리 덕분에, 10년 전 걸었던 ‘한반도종단’ 길을 이렇게 다시 복기하니 고맙네. ……. 신방구리: 삼랑진을 지나 부산대 밀양캠퍼스도 넘었고, 이제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소싸움장이 있는 청도에 들어섰네요. 소싸움장에도 한번 들러보죠. 돈키: 오랜만에 새마을 깃발을 보네. 농촌근대화 운동이었지.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그 노랫가락에 발걸음이 경쾌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반세기가 훌쩍 지나버렸어. 저 황소 보게—덩치가 제법이네. 힘을 쓰겠어. 마스코트도 이채롭고… 언제 한번 날 잡아 구경 오자고. …… 신방구리: 삼성현로를 지나 동대구, 북대구, 그리고 칠곡 낙동강 철교에 왔어요. 돈키: 빠르네. 경산이 낳은 원효, 설총, 일연—
새벽의 출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신방구리: 이곳 부산역에서 출발한 거예요? 돈키: 무궁화호를 타고 내려왔지. 역 광장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다가, 새벽 두 시쯤 비방울이 떨어지더라. 그 순간 바로 출발했어. 숙박업소에 들러 잠시 눈을 붙일까도 했는데, 마음을 다잡고 인도 따라 밤길을 걸었지. 지금이 아침 여섯 시 사십 분이니까 아마 저녁 일곱 시쯤에 병점에 닿을 수 있을 거야. 신방구리: 시가지를 벗어나면 더 어두웠을 텐데요. 모두 잠든 시간에 혼자 걷는 기분은 어땠어요? 돈키: 담담했지. 열흘 일정으로 떠난 길이거든. 새벽 두 시의 어둠 속에서는 앞만 보고 걷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걸음이 자연스레 빨라졌고, 마음이 앞서가 구포에 먼저 닿았지. 군대에서 배운 독도법 덕에 지도를 틈틈이 확인하며 길을 놓치지 않았어. 배움이라는 게, 꼭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하더라구. 첫날이라 그런지 발걸음도 가벼웠고. 신방구리: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말도 있던데요. 그런데… 이 길이 맞긴 맞아요? 돈키: 맞아. 그땐 터널을 지나 구포까지 가는 동안 열 번은 물어봤을 거야. 지금은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니 길 찾기가 참 편하지. 그래도 여행은 사람들에게 묻고,
부산-화성간 기행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14-5년 전의 일이다. <화성소나타>와 <한반도횡단소나타>를 탄생시키는 데 큰 힘이 된 여정, 부산에서 병점까지 한여름에 감행한 울트라 워킹(2011.8)이었다. 도상거리로 400여 킬로미터, 어림잡아 천 리가 넘는 길이다. 국도를 따라 걷다 보니 주변의 역사 유적지에는 발길이 닿지 않는다. 눈길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시간이다. 자기 담금질이라 해야 할까. 끝내 몸과 마음의 최저점에 이르렀을 때, 순결한 그 무엇, 정제된 맑디맑은 약수가 솟아나는 듯했다. 깊은 산중 옹달샘에 어린 물처럼. 그 덕분일까?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나는 종종 그때를 떠올린다. “왜 걸어요?” 주변의 물음이다. “나는 왜 걷지?” 내면에서 이는 자문이다. 그때는 그저 “걷는다”고 답했는지도 모르겠다.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라는 말처럼, 들은 바를 어릿하게 버무려 넘겼다. 걸으며 메모해 두었던 수첩을 잃어버린 탓에, 다시 정리해야겠단 마음만 품은 채 여러 해를 미뤄두었다. 걷기가 취미가 되어 이곳저곳을 걷다 보니, 누적 거리가 어느새 1,000킬로미터를 훌쩍 넘겼다. 국토기행 &l
또 다른 여정을 기약하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그려지지 않은 시간을 뭐라 부를 수 있을까? 호새: 저는… 생명이나 희망 같은 말이 떠오르네요. 돈키: 그래, 나도 그래. 결국 사람은 자기 길을 가야 해. 산을 넘고 물을 건너며 몸으로 겪어보니 알겠드만. 호새: 그래서 이 여정이 값졌네요. 돈키: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행동은 세상을 어지럽히지. 온전한 ‘나’를 이뤄야 비로소 깨닫고, 그래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이번 도보여정에서 배웠어. 호새: 길 위에서 선인들의 발자취도 많이 떠올랐겠어요?. 돈키: 실천하지 않는 깨달음은 그저 지식일 뿐이라는 말, 그 경구가 참 마음을 울리더군. 호새: 7박 8일인데 참 많은 길을 걸었네요. 돈키: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작해 팔당대교, 두물머리, 자연휴양림… 횡성, 봉평, 평창을 지나 영동고속도로, 대관령을 넘어 마침내 강릉, 동해까지. 겉으론 이동이었지만, 속으론 내면이 풍요로워진 여행이었지. 호새: 세상엔 아무도 없고, 나 혼자 가득 찬 느낌이었어요. 돈키: 그래. 스며든 생각들은 고이고이 간직할 참이다. 상상의 즐거움, 오감의 자유, 비움의 쾌감. 도보 이동은 나를 찾고, 나를 만들어가는 내 삶의 결을 다듬는
세상의 품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해안도시―강릉] 강릉시청 앞 호새: 드디어 바다네요. 저기 보이는 게 동해죠? 돈키: 그래. 강릉이다. 서해에서 출발해 동해까지, 700리. 말로는 짧아 보여도, 두 발로 걸으면 인생 한 토막이지. 호새: 8일이나 걸렸잖아요. 힘들지 않으셨어요? 돈키: 힘들었지. 그래서 더 대견하다. 오감이 깨어 있고, 시간의 결이 손에 잡힌다.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듯, 나는 내 길을 걸었을 뿐이야. 호새: 도시는 번잡한데, 마음은 오히려 조용해 보여요. 돈키: 강릉이 그런 곳이야. 잠시라도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깨어 있는 삶, 겸손한 마음… 몸이 먼저 배워버렸어. 호새: 도착하니까 꽃다발이랑 현수막까지… 조용한 여정 아니었어요? 돈키: 하하. 조용히 떠났는데, 성대하게 끝났지. 아무 탈 없이 걸었으니, 두 손 모을 일이지. [힐링호수 ― 경포대] 차 안, 주문진으로 가는 길 호새: 여기가 경포대예요? 호수가 거울 같아요. 돈키: 그래. 청명해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깊어서 마음을 끌어당기는 호수지. 호새: 빛에 비친 물결이 은비늘 같아요. 돈키: 지나온 시간들이 저기 담겨 있지. 사유의 둘레길이야. 어릴 적, 교실 유리창 닦고
동서를 연결하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저 고갯마루 위에 우뚝 선 비석 보이세요? 돈키: 영동고속도로 개통 기념비지. 백두대간의 기상처럼 서 있구나. 길 하나가 세상을 이렇게 바꾼다는 증거야. 호새: 수도권이랑 강원도가 확 가까워졌죠. 돈키: 그래. 길은 단순히 이어주는 게 아니야. 길이 열리면 삶이 움직이고, 줄기가 뻗으면 가지가 생기지. 호새: 예전엔 강원도 하면 ‘…이래요’ 방언에 옥수수, 감자부터 떠올랐는데요. 돈키: 이젠 관광, 레저, 힐링의 땅이지. 고랭지 채소는 식탁으로 오고 바다는 도시의 숨통이 됐어. 호새: 지인들 중에도 강원도에 농가나 세컨하우스 가진 분들 많아요. 돈키: 청춘 때는 막걸리 잔 들고 노래했지.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 완행열차 타고 말이야. 호새: 고래사냥이요? 하하. 돈키: 그래. 그때는 다들 홍길동이었고 강원도는 율도국이었지. 호새: 그 청년들이 지금은요? 돈키: 중년 고개를 넘어 쉼터를 찾아 다시 강원도로 가지. 봄엔 꽃, 여름엔 바다, 가을엔 단풍, 겨울엔 눈. 사계절이 놀이터가 됐어. 호새: 강릉 단오제도 세계무형문화유산이잖아요. 돈키: 지구촌의 축제가 되었지. 평창
한강의 발원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선배님 집에서 마시는 물이 다 여기서 온다는 거죠? 오대산… 이름만으로도 기운이 납니다. 돈키: 그래. 정상 비로봉이 1,563미터지. 백두대간 줄기라 등산객들도 많이 올라오고. 두물머리에서 본 그 남한강 물줄기, 저기서 출발해 거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생각하면 참 묘해져. 호새: 오늘은 오히려 ‘시간을 잊자’고 나온 건데, 또 시간을 세고 계시네요? 돈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지. 잊으려 하면 더 또렷해진다. 자, 산자락 오르막이 시작이다. 저기 봐라. 소나무, 잣나무, 떡갈나무… 이름도 모를 풀꽃들이 눈길을 끄네. 손길이 덜 닿은 숲이라 그런지, 제멋대로인데도 조화롭지 않냐? 호새: 해발 800미터 산책길… 고요하네요. 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요. 돈키: 인적도, 차량도 없으니 더 고요하지. 오래간만에 고독이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다. 이럴 때 내 안의 ‘내’ 모습을 드러내. “왜 이 길을 걷고 있나?” 하고 묻거든. 호새: 다시 이 길을 걸 기회가 있을까… 그런 마음이죠? 돈키: 그렇지. 저기 자작나무를 봐. 매미가 허물 벗어놓은 듯 흰 몸통을 드러내고 줄지어 서 있구나. 풍욕이라도 하는 모양이지.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