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8 (목)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130>ㅡ김해-추풍령

우리는 전진한다


우리는 전진한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신방구리: 김해네요. 시간이 좀 이른데, 수로왕릉에 가보면 어때요?

돈키: 달포 전에도 김해박물관에 다녀왔어.
쌍어문양이 인도와의 교류를 암시하더군. 바다를 건너온 문양 하나가 시간을 열어젖히는 느낌이었지.
수로왕과 허황옥 왕비—이보다 더 좋은 스토리텔링의 재료가 있을까.
동남아시아의 고속 해류를 타고 바다길을 건너 연을 맺었다니, 가야의 실체는 아직도 연구할 게 많아.
오늘 신방구리 덕분에, 10년 전 걸었던 ‘한반도종단’ 길을 이렇게 다시 복기하니 고맙네.
…….

신방구리: 삼랑진을 지나 부산대 밀양캠퍼스도 넘었고, 이제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소싸움장이 있는 청도에 들어섰네요.
소싸움장에도 한번 들러보죠.

돈키: 오랜만에 새마을 깃발을 보네.
농촌근대화 운동이었지.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그 노랫가락에 발걸음이 경쾌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반세기가 훌쩍 지나버렸어.
저 황소 보게—덩치가 제법이네. 힘을 쓰겠어.
마스코트도 이채롭고… 언제 한번 날 잡아 구경 오자고.
……

신방구리: 삼성현로를 지나 동대구, 북대구, 그리고 칠곡 낙동강 철교에 왔어요.

돈키: 빠르네.
경산이 낳은 원효, 설총, 일연—세 분을 ‘삼성현’이라 부르지.
대승기신론소, 이두문자, 삼국유사…
우리 고대문화의 깊은 맥을 이룬 분들이야.
땅기운과도 인연이 있는 걸까.
10년 전엔 걷기에만 몰두하느라 낙동강 철교를 그냥 스쳐 지났지.
하지만 여긴 의미로운 곳이야. 찰칵 한 컷 남겨야겠어.
6·25 동란 당시 최후의 방어선이었으니—
‘자유수호다리’라 불러도 좋겠지.
감수성이 뛰어난 신방구리 덕에 뜻밖의 걸음을 얻네.
들리지?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한번 불러볼까?
……

신방구리: 화물 컨테이너가 즐비하네요. 김천·구미 KTX 역사가 인근이에요.
구미공단, 금오공대… 길 따라 이어진 지방 산업경제의 풍경도 보이고요.
추풍령에 다 왔어요.
저기, 추풍령 노래비가 보이죠.
“기적도 숨이 차서 목메어 울고 가는…”
노래는 참 멋스러운데, 주변은 고요하네요.

돈키: 너나 나나, 살아가며 한 번쯤 겪을 법한 삶이 녹아든 가사지.
부르는 가수의 음색이 한몫했어.
……

신방구리: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희생된 분들을 기린 추풍령 추모비는 고속도로변에 세워져 있더군요.

돈키: 경부고속도로 건설—
코리아 경제개발의 획기적인 사건이었겠지.
구한말 단발령만큼이나 저항도 컸을 거야.
건설 구간마다 조상 묘를 이장해야 했으니 말이야.
정치인들은 어땠을까?

신방구리: 드러눕기까지 했다면서요?
희생이라고 불러야겠죠.
기적을 이루는 데는, 늘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것 같아요.

돈키: 이곳에 세 번째네.
이상하게… 정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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