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마라톤대회에 다녀오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오늘은 어디로 가요? 또 달리나요? 돈키: 그래. 마라톤 삼총사와 상주로 간다네. 상주는 옛 통일신라 9주 5소경 중 하나였고,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가 활동하던 곳이지. 호새: 역사 깊은 도시였군요. 상주는 또 뭐가 유명하죠? 돈키: 곶감이지. “울던 아이도 달랜다”는 그 달고 말랑한 곶감. 설사와 감기에도 좋고, 피로회복에도 일품이야. 이왕 온 김에 곶감 한 박스는 챙겨야지. 호새: 운동장은 어땠어요? 돈키: 늦게 도착했더니 전마협 사람들이 무대 세우고 텐트 치느라 분주했다네. 그리고 말이야… 조명탑 뒤로 뜬 달이 참 크더군. 고향 뒷동산에서 달맞이하던 느낌이었어. 호새: 그 밤, 좋았겠다… 돈키: 다음날 아침, 출발 지점은 벌써 북적대고 7천 명이 모였으니 주차가 더 힘들더라. 몸풀기는 황영조 선수 따라 하고, 사회자 신호에 따라 풀·하프·10km·5km 4족 로봇까지 함께 출발하니 장관이었지. 호새: 로봇도 뛰었어요? 세상이 참 빨라졌네요. 돈키: 점심 후 자전거박물관도 들렀지. 그곳에 송선생의 해설이 아주 인상적이었어. “문명은 문자와 바퀴가 바꾼 것이다.” 250년 자전거의 발달사와 그 속에
들국화 여인– 황구지천변 기행17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주말 아침, 천변 산책에 나섰다. 며칠 전 평생지기가 거실에 들여놓은 들국화 향기가 아직 코끝에 남아있다. 눈을 돌리니, 천변 비탈에도 노란 들국화가 올망졸망 무리지어 피어 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들판에 나가 데이지 꽃을 더 많이 꺾어보리라.” 시인 나딘 스테어가 85세에 남겼다는 그 구절이 떠올라, 손끝으로 한 가지를 조심스레 꺾는다. 노란 꽃잎에서 진한 가을 향기가 피어난다. 이승을 떠난 가수 현철이 상사병의 처방전처럼 부르던 노래, <들국화 여인>의 그 고운 빛깔이 이렇지 싶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맑은 가을을 남기고 서늘한 바람 속으로 사라질 꽃, 들국화다. 천변 오른편 안녕뜰은 이미 추수를 끝내 텅 비었다. 한때 푸르게 물결치던 이곳도 누렇게 익은 끝에 마음을 비워내니, 자연의 섭리요 생명의 순환이다. 어제, <화성 동서남북 문화기행> 영상과 웹툰 마무리를 위해 원로 문인을 찾아 들렀던 충남 당진의 풍경과는 사뭇 달라, 잠시 고개가 갸웃해진다. 왼편 물길 한가운데 모래톱 위에는 가마우지와 청둥오리들이 앉아 제 몸단장에 열심이다. 제 자리에 제 있음에 눈인
봄의 교향악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대구에 가면 누가 안내를 해주나요? 돈키: 옛말에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 했지. 대구는 큰 언덕, 달구벌이라 비빌 자리도 많아. 어제 전화했더니 군 동기가 흔쾌히 도와준다더군. – 휘릭 이박사: 합천에 다녀왔으니 이번엔 천천히 가보세. 계산성당, 청라언덕, 제일교회, 근대로, 김광석 거리, 그리고 팔공산까지. – 휘릭 이박사: 가야산에서 조금 지체했지. 날 어두워지기 전에 다 갈 수 있을까 모르겠네. 여기가 135년 역사의 계산성당일세. 저 건너편이 청라언덕. 계산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을 볼 수 있는 귀한 건물이지.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 사제 서품을 받은 곳이네. 탑이 쌍탑인데, 저기 보이는 경북 최초 개신교 교회인 제일교회도 쌍탑이야. 돈키: 큰 언덕 위에 쌍탑이라… 섬김의 짝이 되는 모습 같네. 한 손으로는 교만이 되기 쉽지. 두 손이 모여야 섬김이 되고, 섬김이 만남을 이루고, 만남이 곧 사랑이 아닌가. 사랑이 깊어지면 두 팔 벌려 서로를 포옹하잖아. “편편황조 자웅상의”라, 세상도 서로 어울려야 아름답지. 호새: 여기가 청라언덕이군요. 라인강을 내려다보는 로렐라이 언덕이나, 예술혼이 불타는 몽마르트 언덕
[ 포에버뉴스 김경순 기자 ] 경기도장애인체육회 백경열 사무처장이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출사표를 던지며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출전에 대한 소감은? 백경열 처장은 “경기도는 이번 대회 종합우승 5연패를 위해 우리 선수단은 30종목의 977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며 “지난해부터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최정예 선수 선발, 효율적인 종목별 훈련 운영, 훈련용품 등 지원을 신속히 추진해 모든 출전 준비를 이상 없이 마쳤다”고 언급했다. 이어 “경쟁시도의 견제와 선수 유출 등으로 선수단 구성 및 경기력 확보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종목별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며 “이번 대회에는 모든 선수가 충분한 기량을 발휘,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 기필코 종합우승 5연패를 달성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장애인체육 중심 경기도′의 위상을 제고하여 도민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회 목표 및 예상 성적은? 백 처장은 “배드민턴 및 사격종목의 우수한 성적의 선수가 대한민국 국적 미소지자로 출전불가 등에 따라 전력 손실 등이 발생해 어려움이 있으며, 경쟁시도인 서울은 총 634명의 선수가 참가(전년도보다 30명증가)
산정불심(山靜佛心)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협천이라 하지 않고 합천이라 하네요? 황강이 합천을 가르며 낙동강에 합류한다면요? 돈키: 세 지역이 합쳐진 고장이라 하기도 하고, 한자음을 가차(假借)한 이름이라 보기도 해. 가야·백제·신라가 서로 교류하고, 때로는 싸우며 강을 따라 바다 건너 왜까지 이어진 길목이지. 특히 5~7세기 신라의 융성과 가야의 쇠락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 무대야. 호새: 고대의 왕들도 요즘 통치자들처럼 강이나 바다를 건너 큰일을 벌였던 모양이에요. –휘릭 호새: 장경각에 뭔 경판이 저리 많대요? 돈키: 오다가 관리소에서 들었는데, 가야산의 만물상이 유명하대. 세상은 군상이 모여 사는 곳이니 그릇 크기에 따라 법문도 많아지는 법이지. 부처님의 팔만 법문을 새긴 곳이라 생각해봐. 호새: 홍보실장이 여기가 한국 화엄종의 ‘1번지’라던데, 그 뜻을 헤아리다 보면 한세상 다 저물겠어요. 돈키: 어찌 자성의 깨달음에 그리 많은 법어가 필요하겠느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처럼, 마음자리에 다다르면 내가 곧 부처지.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스스로 등불 삼아 진리의 길을 비추라는 뜻일 게야. 크고 넓은 시공을 초월한 깨달음, 그
정신문화의 수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안동인가요? 돈키: 그렇지. 어떻게 영남학파의 본향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이 고장엔 안향, 우탁, 이제현, 김계행, 그리고 퇴계 이황 선생까지… 성리학의 물줄기가 깊고 넓게 흐르지. 호새: 학문뿐 아니라 사람 이야기도 많을 것 같아요. 주먹왕 김두한도 안동김씨라고 하던데요? 돈키: 하하, 그럴 수도 있지. 안동은 이름난 집안이 많거든. 안동댐, 역동서원, 묵계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 하회마을, 학봉고택… 하루 이틀로는 다 둘러보기 어렵다네. 호새: 유림의 본산이라면 예절도 엄격하겠어요. 그럼 오늘은 안동소주 대신 안동찜닭은 포기인가요? 돈키: 그럴 리가. 오늘은 안동간고등어 조림 밥상을 차릴 거야. 짠한 사랑가가 들려오는 월영교도 돌아볼 거고. 호새: 우탁 선생 제향이 매년 열린다던데, 역동서원 이름은 왜 ‘역동’인가요? 돈키: 우탁 선생이 ‘역’을 깊이 공부하고, 이 땅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이야. 고려 후기의 대학자지. ‘지부상소’로 올곧은 뜻을 밝힌 분이고, ‘탄로가’와 여러 한시가 전해오지. 퇴계 선생께서 서원에 사액을 청하고, 직접 현판을 쓰셨다네. 정신적 사부로 모
솔바람 소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주변에도 소나무 숲이 많은데, 굳이 그 먼 울진까지 가야 하나요? 돈키: 거긴 금강송 군락지잖아. 제대로 된 소나무의 품격을 볼 수 있을 거야. 태백산에 같이 갔던 일행도 함께 간다네. 돈키: “숨쉬는 땅, 여유의 바다” 울진이라… 이제 사람만 있으면 완벽하겠네. 농장맨: 태백산도 좋았는데, 이번 금강송단지 원행도 기대됩니다. 게스트: 이름부터 범상치 않네요. ‘금강송’이라니… 휘릭― 해설사: 국민 10명 중 6~7명은 소나무를 가장 좋아한답니다. 우리 삶 속에 늘 가까이 있어 마음이 편안한 나무죠. 리틀맨: 그래서 그런가요, 굽은 소나무도 선산을 지킨다잖아요. 농장맨: 정이품송은 임금에게 절도 올렸다던데요. 해설사: 맞아요. 또 유배지에서 이상적에게 완당 선생이 건넨 <세한도>의 주인공도 소나무죠. 혹독한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으니, 참 우리 민족의 기상과 닮았습니다. 돈키: 근데 ‘금강송’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그렇게 불렸을까요? 해설사: 일본 학자가 붙인 이름이에요. 원래는 ‘적송’인데, 울진·봉화에서 금강산까지 이어진 소나무를 묶어 ‘금강송’이라 부른 거죠.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라서 참나무랑은 잘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호새: 고개 하나 넘으면 영남지방인가요? 돈키: 그래.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 사이, 바로 그 유명한 문경새재야. 새도 날아 넘기 힘들다 해서 ‘조령(鳥嶺)’, ‘새재’라 부르지. 하지만 그 고개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권세 높던 길이기도 했어. 호새: 문경이라면 반가운 이름이네요. 무슨 이야기가 들리나요? 돈키: 요즘이야 벚꽃은 북상하고 단풍은 남하하지만, 조선시대엔 장원급제 소식이 이 고개를 넘어 들려왔겠지. 이름 그대로 ‘문이 열린 고을’, 문경(聞慶)이라 하지 않았을까?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을거야. 옛적 토함산에서 피리 불며 신라의 영화(榮華)를 그리던 풍류객에다, 쇳물 끓여 철갑선을 만들었을 포항, ‘울산 큰 애기’ 미소를 띠며 자동차를 큰 배에 싣고 세계로 뻗어가는 울산도 있잖아. 호새: 안동, 경주, 포항, 김해… 영남의 길이네요? 돈키: 그렇지. 흥망의 역사가 고갯마루에 서려 있지. 통일신라 시절엔 도성 경주와 부도(副都) 충주를 잇는 길, 고려 때는 개성과 안동을 잇던 피난의 길, 조선시대엔 한성과 영남을 잇는 대로였어. 경부선, 고속도로가 생기며 옛 이야기가 되어가지만, 그 숨결은 아직 남아 있지. 호새: 천등산
울렁울렁 처녀가슴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바다를 건너요. 뱃머리도 신이 나서 트위스트를 추고, 울릉도는 정말 아름답네요. 아가씨들 고운 얼굴, 달달한 호박엿 냄새,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말, 괜히 나왔겠어요? 오징어 풍년이면 시집간다던 그 노래처럼, 트위스트 한 곡 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돈키: 바닷바람 참 시원하다. 울릉도 트위스트, 뱃전에 나부끼면 더 신나겠는걸. 호새: 울릉도 아가씨한테 눈 팔 생각 말고, 저기 뱃머리에 서봐요. 오늘은 ‘돈키호태와 호새’가 아니라 ‘잭과 로즈’ 같잖아요. 눈 감고, 제 등에 올라서 봐요. 어때요? 돈키: 와– 바다가 끝이 없네! 호새: 이거 뭐예요, 장단은 맞춰야죠. 돈키: 쏘리 쏘리~ 그냥 해본 말이야. 울릉도 마라톤대회 다녀오고 오랜만에 다시 온 거라서 그래. 호새: 혼자 뛴 거예요? 돈키: 아니, ‘마라톤 삼총사’ 동창들이랑 같이 뛰었지. 호새: 그래도 뭔가 사연 있어 보이네요? 돈키: 있지. 왼쪽 눈 찡긋하면, 항구에 사는 아주머니가 달덩이처럼 웃으며 살이 통통한 놈으로 회를 썰어주시거든. 그 맛이란, 둘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정도야. 게다가 울릉살이 덤으로
대전부르스 시인/영화배우 우호태 호새: ‘대전발 영시 오십분’이라—새벽열차도 아니고 아침부터 차표 한 장 쥐고 어디로 떠나요? ‘나처럼 울지도 몰라…’ 하던 ‘잊지 못할’ 그 여인과 사랑의 갈무리를 하러 가는 건가요? 돈키: 그래, 세 갈래길 한밭에서 ‘대전부르스’ 한 스텝 밟으련다. 호새: 세월 좋수다. 남들은 엉덩이 진물 나도록 공부하던디요. 돈키: 그렇게 공부해 남 주는 게 좋은 세상이야. 오늘은 외길을 걷는 연구단지 박사님과, 자칭 ‘이 나라의 정직한 호랑이’라 불리는 이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상이 KTX 속도만큼이나 변하니, 오징어·땅콩에 맥주 한잔 나누던 통근열차의 낭만은 흑백영화 한 장면이 되었지. ---휘릭--- 호새: “대전부르스” 노래비, 찰칵하고 싶었는데 치웠다네요. 돈키: 왜 그랬을까? 70년 전에 태어난 노래지만 세대를 넘어 불린 명곡이야. ‘나만이 울 줄이야’—가려고 하지 않은 길이니 우는 거야. 사랑만 그런가. 인생도 그런 거지. 사람은 울면서 큰다잖아. 밤에만 울겠어? 낮에도 울고, 속으로도 울고, 목놓아 울며,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제 모습을 피워내며 제 길을 가는 거지. 호새: 세상살이가 뭐 산나물인가요, 지지고 볶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