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에버뉴스 김경순 기자 ]
까치밥 – 천변기행 18
시인 /영화배우 우호태
황구지천에 청둥오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몸짓에 맞춰 물길은 잔잔히 흐르고,
여느 때처럼 옹기종기 모인 오리가족의 모래톱 곁에
가마우지 한 마리, 유독 애처롭다.
몸 울림에 좋다 하여
두 팔을 내저으며 보폭을 넓힌 발걸음은
능안천과 만나는 곳까지 부지런하다.
바람 찬 겨울,
하늘 고가도로 곁 천변의 감나무 곁가지에
까치 한 마리 앉아
까악—깍, 울어댄다.
낯선 몸짓에 대한 경계일까,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까치밥을 탓하는 걸까.
메마른 인정이 서러운 것일까.
《대지》의 저자이자
193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펄 벅(1892~1973).
그는 경주를 방문해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까치밥과 농부’의 이야기에 깊이 감동했다 한다.
겨우내 날짐승을 위해 남겨둔 까치밥,
들일을 마치고 지친 소를 생각해
달구지 대신 지게에 짐을 나눠 지고 귀가하던 농부의 마음.
공존과 배려가 한국인의 품성임에 놀랐던 것이다.
더하여,
색감과 정감까지 담아내는 소리글자 한글이
‘어린 백성’을 위해 창제되었다는 사실에
한민족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작가이기도 하다.
펄 벅뿐이랴.
철학자, 시인, 과학자, 언어학자, 경제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우리에게 이어진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우러러 보았다.
석가, 공자, 예수,
일찍이 성현과 성자들이 설파한 인류애를
우리 선조들 또한
‘홍익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왔다.
아름다운 한민족이다.
이 바탕 위에서 오늘날,
K-반도체, K-Pop, K-Culture로 이어진 영향력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대하다.
참으로 자긍할 일이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윤극영, 〈설날〉
며칠 후면 설날이다.
먹을 것이 없어도 설레던 날이었다.
정치권은 까치밥은커녕
나무 밑둥까지 베어
민둥산을 만든다며 세상은 야단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어느 어르신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겪어보니 “세상은 힘들어도
살아내야 한다”고 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자 하는 우리네 삶.
도로변 상가의 ‘임대’ 글씨에
눈길이 에이고,
마트의 가격표 앞에서
평생지기와 스치는 눈빛이 허둥거린다.
지도자들이여,
나라 곳간과 지자체 곳간은
과연 멀쩡한지 챙겨볼 일이다.
나랏돈 받으며 동분서주(?)하는 이들에게
까치의 까악, 까악 울음이
천변 건너 산자락까지
가 닿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