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입체공간 생성 알고리즘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명절 연휴 동안 일상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오래 붙들고 있던 화두는, 오감을 깨우는 놀이였다.
천재 발명가 박경화 씨가 이끈 <3·9, 소마, 펜토> 홀릭큐브 창의놀이를 체험하는 시간은 사유의 지평을 놀랍도록 넓혀 주었다. 훈민정음을 창제해 어린 백성을 깨우고자 했던 뜻을 떠올리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벽화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손자국에서부터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화성 탐사에 이르기까지 생각은 거침없이 확장되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 속 기호와 형상, 일상에서 들려오는 동물의 소리, 정월 대보름의 윷놀이, 그리고 수원화성 봉화대의 신호 체계까지 — 인류는 점과 선과 면, 몸짓과 소리와 구조를 통해 공동체를 이루어 왔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의 신호였던 소통은 이제 과학과 통신 기술을 만나 시공을 넘어선다.
소리 생성의 알고리즘은 훈민정음에 있다. 스물네 자모가 결합해 1만 4천여 음절을 만들고, 사라진 네 글자를 복원하면 1만 5천여 음절로 확장되는 이 구조는 단순한 문자의 차원을 넘어선 질서다. 발성 기관을 본뜬 자음과 천지인의 원리를 품은 모음이 만나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듯 소리가 생성된다.
공간 생성의 알고리즘은 홀릭큐브에 있다. 정육면체와 홀, 그리고 핀의 결합 — 1·2·3의 관계 속에서 방향과 연결이 만들어지고, 열네 개의 기본 도형만으로도 25만 가지가 넘는 경우의 수가 펼쳐진다. 육면의 상·하·전·후·좌·우에 놓인 홀은 음이 되고, 돌출된 핀은 양이 되어 확장과 결합을 이끈다. 손끝에서 체험되는 대칭과 비대칭, 선형과 비선형, 중첩과 도약의 원리는 곧 새로운 입체 언어의 탄생이다.
이를 축약하면 하나의 질서로 귀결된다.
1이 2의 관계를 낳고 3의 구조로 완성되면, 3은 분화하여 6이 되고 9에 이르러 다시 1로 순환한다. 이는 사계절의 변화이자 삶의 순환이며, 우주의 생성 원리다. 동시에 한글의 결합 원리이며 홀릭큐브의 확장 구조이기도 하다. 소리가 문자로 생성되듯, 공간은 놀이로 생성된다.
인간은 누구나 천재다.
그 가능성을 깨우는 길은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에 있다. 놀이는 촉각·청각·시각 등이 협응하여 뇌의 운동(시냅스, 곧 뉴런의 연쇄)을 활성화시켜 즐거움 속에서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길러낸다. 홀릭큐브 놀이는 손놀림과 시선의 조화를 통해 소근육과 대근육을 함께 깨우고, 뇌 운동을 활성화하여 사고의 깊이를 스스로 자라게 한다.
선사 시대 동굴 벽화에서 인공지능, 그리고 화성 탐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창조는 소리와 공간 생성 방식의 확장이었다.
인공지능(AI)를 넘어 AGI와 ASI로 향하는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에, 과학적 구조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 한글의 세계화는 필연적이다. 홀릭큐브 또한 공간을 창조하는 미래 교육의 방향을 보여 준다.
어린 백성을 위해 창제된 문자와 미래 세대를 위한 창의적 공간 놀이가 만나는 자리 —
그곳에서 또 하나의 문명적 도약이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