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1 (목)

오피니언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412>

마력에서 매력으로-새해의 축원


마력에서 매력으로-새해의 축원

시인/영화배우 우호태

어제와 오늘은
한 밤의 등성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 있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자
시간은 말의 안장을 다시 고쳐 매었다.

새벽,
우리는 독산으로 향했다.
해맞이는 오래된 의식처럼 반복되었으나
발걸음마다 새해가 실려 있었다.
누가 평가하지 않는 길,
누가 재촉하지 않는 오름,
각자의 소망은 숨처럼 가슴에 담겼다.
동이 틀 무렵
붉은 해가 솟아올랐다.
그 빛은 단순한 광명이 아니라
한 해를 밀어 올리는 힘,
마력(馬力)이었다.
그러나 이 마력은
계량기의 숫자가 아니었다.
땅을 박차는 말의 힘을 넘어
사람을 다시 걷게 하는 마력(魔力)이었다.

병오년,
붉은 해와 붉은 말이 겹쳐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맞물리니
적토마 한 필이
백두대간을 가로질러 달리는 형상이 떠올랐다.
시인은 속으로 읊조렸다.
붉은 해야 솟아라,
백두대간의 기상으로
적토마야 달려라,
그러나
말은 산에 머무르지 않았다.
땅을 달린 말은
끝내 하늘로 몸을 던졌다.
비마가 되고, 천마가 되어
경계를 넘었다.

신화 속에서 말은 늘
역사의 전령이었다.
페가수스는 하늘을 열었고
슬레이프니르는 세계를 건넜으며
부케팔로스와 마렝고는
정복자의 야망을 실었다.
관우의 적토마와 항우의 오추마는
충의와 비극을 함께 달렸다.
돈키호테의 로시난테는
허망함 속에서도
끝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탄 님 따라 시집오신 어머니들,
그 굽은 길 위에서
우리는 태어났다.
어둠의 시대에도
누군가는 말을 달려
길을 먼저 열었고,
그 질주의 흔적 위에
오늘의 우리가 서 있다.

해맞이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
수년 전 넘었던 마분봉의 험한 바위와
지난해 한반도를 돌았던
천리길의 숨찬 기억이 겹친다.
우둘투둘한 시간들이었으나
그 모든 여정은
말을 키우는 시간이었다.
올해,
땅을 달리는 말이 아니라
길을 들어 올리는 말이 되기를.
속도가 아니라 방향으로,
힘이 아니라 의미로
달릴 수 있기를.
붉은 해는 이미 솟았다.
이제
마력은 매력이 되어
우리의 삶을 다시 앞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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