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 그림 같구나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그 섬에 가고 싶다”며 왔으니 며칠 머물죠? 돈키: 볼 곳이 많드만. 바람의 언덕, 학동몽돌해변, 외도… 호새: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데 그냥 지나요? 돈키: 서너 번 다녀갔어. 해변 풍경이나 버스 투어 하자고. 호새: 저편에 옥포조선소인가 봐요. 돈키: 문패가 여러 번 바뀌었어. 그림 같은 풍광이지만 실은 사연이 많은 곳이야. 머리 아픈 일이 많았을 거야. 덩치도 크니 이해관계가 복잡한 셈이지. 1+1=2가 2-1=1이 되어 말썽이 난 터라, 매스컴에 이미 알려진 대로야. 그 후유증은 국민의 부담이 되었거든. ‘경영’이란 낱말에 공명성이 우선함을 남겼지. 호새: 큰 분들이 경영을 잘하지 않나요? 돈키: 뭘 잘한다는 거지? 덧셈, 뺄셈, 아니면 나누기, 곱하기? 우리는 길손이야. 그냥 마음 누이고 가면 되는 거야. 호새: 몽돌해변에 몽글몽글 맴 굴려봐요. 돈키: 걸어보니 맴이 정말 동그라지대. 긴 세월 파도와 씨름했나 둥글둥글해졌어. 손주 사랑하는 할매의 마음일 듯싶어. 거무튀튀한 건 속이 타서 그럴 테고, 반짝반짝거리는 몽돌은 생글생글 웃는 손녀들 얼굴일 거야. 호새: 바람의 언덕에 풍차가 있던데… 돈키
오이소 보이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800명이 사전 예약돼서 오늘 관람이 안 된다네요. 돈키: 왔으니 팸플릿이나 얻어 가야지. ‘불교의 바닷길’ 기획전이 열리나 보네. 볼만 할텐데... 어여 돌아나가서 자갈치·국제시장이나 둘러봐야겠어. 와인맨: 선배님, 저편 오륙도와 해양대학교를 배경으로 찰칵하시죠. 뒤편은 해양 관련 공공기관들입니다. 바다에 오면 가슴이 탁 트여 좋다 아닙니까? 돈키: 마침 화물선도 지나가니 잘됐네. -휘릭 호새: 바다 물길을 건너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면서요? 돈키: 그러니 배 타고 바다로 나서는 거야. 중세 해양사를 살피면 미지의 세상에 상상이 보태지고, 무역상뿐 아니라 과학자, 나라도 힘을 얹었어. 호새: 고대엔 항해가 어려웠겠어요? 지도도 변변하지 않았을 텐데... 돈키: 탐험가들에겐 특별한 유전자가 있을 거야. 기원전으로 연원이 거슬러 올라가지만, 바닷길이 개척되고 점차 메르카토르 도법이나 피터스 구스 도법의 지도도 발달해 지구촌 해상무역이 발전하게 됐지. 나는 초등학교 겨울방학 숙제로 세계지도를 그리며 스친 생각이 고작 대륙에 여러 나라가 있다는 정도였는데… 호새: 바다에 인접한 나라들은 일찍이 바다로 나섰겠어요? 돈키:
해운대의 사랑이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푸른 물결 춤을 추고 물새 날아드는 해운대의 밤은 또 그렇게 지나가는데…” 호새: 뭔 노래예요? 야경이 휘황찬란하네요. 피난살이 애환이 서린 곳이라면 더 느낌 있겠어요. 돈키: 영도다리, 국제시장, 광복동거리… 귀에 익은 이름만 들어도 짠하지.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고층건물 불빛 속에 젊은이들 발길이 흐르네. 호새: “이별의 부산정거장”, “굳세어라 금순아”, “돌아와요 부산항에”, “해운대 연가”, “부산갈매기”… 노래마다 사연이 있네요. 돈키: 그럴 수밖에. 부산은 국제무역항이고, 영화제나 회의도 열리는 바다의 도시니까. 그래도 그 시절 강인한 정신, 바다와 함께 살아온 정서는 여전하지. 저기 저 갈매기도 춤추고 있잖아. 호새: 부산역, 부산항, 베스코, 해양박물관, 동백섬, 자갈치시장, 용두산공원, 광안리, 태종대, 범어사… 이 많은 곳을 다 둘러볼 수 있을까요? 돈키: 지금은 그냥 야경을 즐겨보자구. 백사장을 걷는 젊은이들 보기 좋구만. 걸어볼까? 호새: 추억 속에 머릿결 날리던 날씬한 애인이 떠오르겠어요. 돈키: 오늘은 마음에 밤비가 내려. 그 감정이〈해운대 연가〉(이호준 작곡, 정찬우 작사, 전철
치마폭을 날리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낙동강 강바람에 치마폭을 날리며~” 호새: 뭔 치마폭이래요? 요즘은 핑크색 머플러가 날려야죠. 옛날 낙동강이 아니잖아요. 돈키: 그래도 바람에 절로 마음이 동하잖아. 노래로만 스쳐갈 강이 아니지. 뭐부터 얘기할까? 호새: 길이가 531킬로라면서요? 대한민국 1위, 한반도 전체에선 3위라던데요? 돈키: 그렇지. 길이도 길이지만, 강원도 함백산에서 발원해 경북·대구·경남·부산까지, 무려 22개 지자체를 지나가. 영남의 젖줄이자 삶의 물길이지. 호새: 근데 왜 이름이 ‘낙동강’이에요? 돈키: 여러 설이 있지만, 가락국의 동편에 흐른다 해서 ‘낙동’이라 불렀다는 게 유력해. 서편엔 가야가, 동편엔 신라가 있었거든. 옛 가야 여섯 나라가 모두 이 강 유역에 자리했지. 호새: 낙동강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뭐예요? 돈키: 강바람, 낙동강 오리알, 낙동강 전선, 을숙도, 페놀사건, 4대강사업… 많지. 호새: 그 긴 강줄기 따라 천리 수변길이 장관이겠네요. 돈키: 예전엔 안동까지 배가 오갔대. 역사의 강이지. 그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사연을 품었겠어. 호새: 요즘 을숙도엔 철새들이 모여든다던데요? 돈키: 철새들만이 아니
고래박물관 / 반구대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내 이름 경상도 울산아가씨~ 상냥하고 복스런 울산아가씨~” 울산 온 호새가 소식 전하더라. 울산엔 멋스런 자동차도 많지만, 그래도 울산이라면 큰 애기들이 제일이라나. 호새: 주인님도 자동차 회사 다녔잖아요? 자동차 하면 뭐가 떠올라요? 돈키: 차 이름 말해볼까? 프라이드, 르망, 엑셀… 호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네요. 요즘은 수소차, 자율주행차 시대라구요. 돈키: 그렇지. 코티나에서 포니, 그리고 넥쏘까지… 현대·기아·대우 삼사가 자동차 시장의 트로이카였지. 자동차는 500여 종류의 2만여 부품으로 이뤄져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호새: 철판, 나무, 고무, 유리, 섬유, 전자, 화학, 음향… 정말 모든 산업이 다 들어가네요.---휘릭 호새: 해변 백사장에서 애마부인보다 자동차 매니아 울산 아가씨랑 한 컷, 그게 더 멋지지 않아요? 돈키: 고집하면 안 되지. 백사장에선 애마와 걷고, 울산 아가씨랑은 드라이브도 해야지. 호새: 이젠 삼돌이도, 마도로스도 드물어요. 대신 과기대 청년들과 글로벌 두뇌들이 넘쳐나죠. 눈빛이 하늘까지 닿을 만큼! 돈키: 스포츠카 타고 올 걸 그랬나? 호새: 태화강변
타임캡슐센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박물관에 또 가요? 돈키: 그래. 경북과 경주 일대의 유물이 한데 모인 곳이지. 역사를 품어 미래를 통찰하는 ‘타임캡슐센터’라 부를 만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백견이 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이라 했잖아. 직접 보고, 느끼고, 걷는 것만큼 확실한 공부가 없지. 호새: 기록과 유물로 그 시대의 문화를 엿볼 수 있겠네요. 돈키: 그렇지. 역사는 승자가 쓰지만, 깨진 파편을 맞추면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나. 이곳은 한반도의 천년을 복원하고, 그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야. 호새: 저기 저건 성덕대왕신종 아닌가요? 돈키: 맞아. 흔히 ‘에밀레종’이라 부르지.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울음이 전설로 얽힌 종이지. 그 이야기를 모성의 노래로 다시 쓴다면, 지금 세상도 울릴 수 있겠지. 호새: 박물관에서 서너 시간을 머무셨던 이유가 있나요? 돈키: 천년을 지탱한 힘이 무엇이었고, 왜 신라의 문이 닫혔는지가 궁금했어. 예전엔 전쟁과 영웅 중심의 역사를 보았다면, 오늘은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을 살피고 싶었지. 박물관은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여는 문이니까. 호새: 결국 어떤 눈으로 보느냐가 중요
천년의 세월 담겼어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토함산에 올랐어라, 해를 안고 앉았어라, 가슴속에 품었어라… 천년의 풍파, 세월 담겼어라.” 송창식이 부르던 그 경주불국사의 그림 말이야. 구름을 품고 안개를 토하던 토함산의 풍경이 딱 저 노래 한 자락이지. 호새: 저기 저 멀리 감포 앞바다… 문무왕 해저릉인가요? 돈키: 그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비문으로 남긴 왕이지. 학자들 말로는 신라는 백제나 고구려, 마한과는 계통이 다르다고도 해. 흉노계 북방 유목민이 바다 건너 남하하여 이곳에서 꽃 핀 나라로 기마도, 금장식, 화폐, 부장품들. 그 이동의 흔적들이 말해주는 이야기야. 호새: 역사는 대충 훑고 지나가면 안 되죠. 원효대사,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처용가도 빼놓으면 섭하지요. 호새: 경주거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어요. 원효대사의 “수허몰가부, 아소지천주”, 그 도끼 말이에요. 돈키: 7세기 중반, 원효대사의 ‘도끼송’ 이야기네. 그로 인해 ‘과부재가금지’법이 생겼다는 설도 있어. 두뇌회전이 빠르고 귀가 컸다는 태종무열왕이 과부였던 요석공주와 원효를 맺게 해서 이두문자를 다듬은 설총을 낳게 했다지. 호새: 신라는 935년에 사라졌으니 원효 이
영일만 친구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오늘은 영일만 친구 만나러 간다. 호새: 바닷가 오두막 짓고 살던 그 어릴 적 친구요? 호미곶에서 일출 맞으면서요? 돈키: 아침해가 세상을 깨우는 법이지. 하지만 이번엔 그보다, 지구촌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지기’의 숨결이 모인 곳. 등대박물관부터 들러볼 참이다. 호새: 그럼 먼저 과메기 한사라 하고 둘러보죠? 돈키: 먹는 게 먼저냐? 배부르면 눕게 돼. 둘러보는 게 먼저지. 예의 차릴 때나 "Lady First" 하고, 싸움판에서는 먼저 선제공격이 흐름을 바꾸는 거야. 예전 6일 전쟁도 그랬어. 선방으로 승부가 갈렸거든. 호새: ‘먼저’가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네요. 선제 조건이 나머지 자원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전략인가요. 돈키: 그래. 하이테크가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기술은 바로 밀려난다.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한 이유야. 국가안보도 그 흐름 위에 서게 돼. 호새: 결국 미래전략적 사고와 기술력이 국력이겠네요. 돈키: 맞아. 미래를 내다보는 두뇌, 그리고 그걸 뒷받침할 경제력이지. 호새: 그럼 포스코나 포항공대가 바로 그 축이겠어요? 돈키: 그렇지. 이곳이 바로 그런 인재들을 길러내는 자리야. 호새: 포항제철 용
곶감 마라톤대회에 다녀오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오늘은 어디로 가요? 또 달리나요? 돈키: 그래. 마라톤 삼총사와 상주로 간다네. 상주는 옛 통일신라 9주 5소경 중 하나였고,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가 활동하던 곳이지. 호새: 역사 깊은 도시였군요. 상주는 또 뭐가 유명하죠? 돈키: 곶감이지. “울던 아이도 달랜다”는 그 달고 말랑한 곶감. 설사와 감기에도 좋고, 피로회복에도 일품이야. 이왕 온 김에 곶감 한 박스는 챙겨야지. 호새: 운동장은 어땠어요? 돈키: 늦게 도착했더니 전마협 사람들이 무대 세우고 텐트 치느라 분주했다네. 그리고 말이야… 조명탑 뒤로 뜬 달이 참 크더군. 고향 뒷동산에서 달맞이하던 느낌이었어. 호새: 그 밤, 좋았겠다… 돈키: 다음날 아침, 출발 지점은 벌써 북적대고 7천 명이 모였으니 주차가 더 힘들더라. 몸풀기는 황영조 선수 따라 하고, 사회자 신호에 따라 풀·하프·10km·5km 4족 로봇까지 함께 출발하니 장관이었지. 호새: 로봇도 뛰었어요? 세상이 참 빨라졌네요. 돈키: 점심 후 자전거박물관도 들렀지. 그곳에 송선생의 해설이 아주 인상적이었어. “문명은 문자와 바퀴가 바꾼 것이다.” 250년 자전거의 발달사와 그 속에
들국화 여인– 황구지천변 기행17 시인 / 영화감독 우호태 주말 아침, 천변 산책에 나섰다. 며칠 전 평생지기가 거실에 들여놓은 들국화 향기가 아직 코끝에 남아있다. 눈을 돌리니, 천변 비탈에도 노란 들국화가 올망졸망 무리지어 피어 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들판에 나가 데이지 꽃을 더 많이 꺾어보리라.” 시인 나딘 스테어가 85세에 남겼다는 그 구절이 떠올라, 손끝으로 한 가지를 조심스레 꺾는다. 노란 꽃잎에서 진한 가을 향기가 피어난다. 이승을 떠난 가수 현철이 상사병의 처방전처럼 부르던 노래, <들국화 여인>의 그 고운 빛깔이 이렇지 싶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맑은 가을을 남기고 서늘한 바람 속으로 사라질 꽃, 들국화다. 천변 오른편 안녕뜰은 이미 추수를 끝내 텅 비었다. 한때 푸르게 물결치던 이곳도 누렇게 익은 끝에 마음을 비워내니, 자연의 섭리요 생명의 순환이다. 어제, <화성 동서남북 문화기행> 영상과 웹툰 마무리를 위해 원로 문인을 찾아 들렀던 충남 당진의 풍경과는 사뭇 달라, 잠시 고개가 갸웃해진다. 왼편 물길 한가운데 모래톱 위에는 가마우지와 청둥오리들이 앉아 제 몸단장에 열심이다. 제 자리에 제 있음에 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