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4 (수)

오피니언

<한반도 소나타137>-교정을 마치고

공감합창3


공감합창3
우호태 시인.영화감독의 장남 우수근  

2년에 걸친 여정이 끝나나 싶다.
매주 1~2편 언론에 싣던 유람글과 단상글에 교정을 맡았던 시간이 멎게 되니 시원하다.

아버지는 서툰 손놀림으로 자판을 쳤다. 남들은 10분이면 끝날 일을 몇 시간이나 걸려 글을 썼다. 송고할 때나 사진을 붙여 넣는 방법, 메일을 보내는 방법도 몇 번이나 알려드려야 했다. 이렇게 더딘데 언제 완성될 수 있을까 싶었다. 전작인 ‘화성 소나타’야 화성 출신으로서 지역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남달라 이뤄낼 수 있었다지만, 하물며 한반도라는 큰 지역을 어떻게 다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어디를 갈 것인지,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버지는 묵묵히, 또 차근차근 써 내려갔다. 직접 발품을 팔아 지역을 둘러보고 현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북한 지역을 쓸 때는 상상력을 보태 글을 이어갔다. 그렇게 이번 『한반도 소나타』에 실릴 100여 편의 글이 탄생했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지. 장년의 무게일까?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마부작침의 결과일 것이라 생각했던 그간의 집필 활동이 사실은 도랑을 파 강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는 사실이다. 건강 회복 차 아버지의 개인적인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글발이 깊어지는가 싶더니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났다. 단순하게는 동행하며 여행하는 기분을 느꼈을 사람부터, 멀리서 찾아온 낯선 이에 의해 글의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얻는 사람들, 이 글에 영감을 얻어 새로이 나아갈 길을 발견하는 사람들까지…. 어쩌면 이번 글 모음은 소나타라기보다는 교향곡이 아닐까 싶다.

“한번 읽어 보고 소감을 말해 줘”라는 말에 마냥 귀찮기만 해 ‘아유!’ 소리가 절로 나던 그 시간들이 잦아들 무렵, 이제는 거기에 새로운 무언가가 있음을 안다. 다음은 어디일까. 아시아, 세계 혹은 우주일까. 그 대상이 무엇이든 말없이 힘든 과정을 겪어야 성취감을 맛본다는 사실을 경험한 셈이다. 사족을 달면, 마치 삽·괭이·낫으로 들판을 푸르게 가꾼 농부의 모습이랄까 싶다. 앞서 살아온 세대와 소통한 보람일까, 이따금 흐트러지는 내 발길에 말없는 멘토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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