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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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소나타140>-해설2

삶의 무늬와 방법론적 대화 ...   홍신선(시인 ․ 전 동국대 교수)


삶의 무늬와 방법론적 대화            홍신선(시인 ․ 전 동국대 교수)

대화란 무엇인가. 우리는 화행(話行)이 일방적이 아닌 경우 흔히 대화라고 한다. 곧 둘 혹은 서넛이 말을 주고받는 형식이 대화인 것이다. 이 경우 화제가 정해졌을 수도 혹은 일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든 화행은 대체로 서로 간 자유롭게 오갈 마련이다. 말하자면 열린 형식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화의 인원도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러면 왜 대화인가. 그것도 글에서의 대화형식이란 무엇인가. 대화는 일반적으로 현장의 컨텍스트가 생략된다. 그것은 현장을 대화자들이 공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는 화자의  화행이 중심이 될 마련이다. 이는 달리 보자면 현장의 쇄말한 세부(detail)가 생략될 수도 있는 것. 특히 쇄말한 세부의 생략은 글의 경우 그 효율성을 높여준다.

 

곧 읽기의 속도를 높이거나 핵심화제를 향한 집중도가 응집되는 것이다. 이 점은 대화/대사 중심의 희곡 작품들을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장황한 지난날 스토리를 압축 제시하거나 현장의 정황 등을 단적으로 축약해 노정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다르게는 소설의 장면화를 생각해도 좋을 터이다.

 

일정한 시공간 속에서 인물들 간의 대화는 대단히 효과적인 서술 방법이다. 한 사건의 경위나 인물의 내면 정황이 거침없이 화행을 통해 압축 제시되는 탓이다. 그런가 하면 대화는 소설 속 서사나 묘사의 여러 단위들을 생략 혹은 압축케 한다. 이는 근대소설작품들이 두루 보여준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대화란 인류역사상 초기 저작의 핵심적 방법론이기도 했다. 공자의 어록인 『논어』가 그러했고 플라톤의 대화록들 또한 그러했다. 공자의 『논어』는 알려진 대로 그 제자들이 수집한 어록들을 뒷날에 논찬한 저작이다. 그런가 하면 플라톤의 대화록들 역시 당대 철학자들과의 대화를 집성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들 대화가 그만큼 논지(論旨)의 핵심을 잘 표출하는 탓일 터이다. 이 같은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대화란 인류의 전통적인 저작 방법론이라고 해도 무방할 터이다.

각설하고 말이 많이 에둘러졌다. 우호태 시인의 이번 『한반도소나타』는 주로 대화 형식을 그 서술 방법론으로 선택하고 있다.

-휘리릭-

유람 한 대목을 읽어보자..

호새: 그런 융성이 어디에 연원할까요?
돈키: 부풀리면 고려시대는 사농공상의 조선시대와는 달리 상공업이 발달했어. 송, 거란, 서남아시아, 유구와의 해상교류와 내륙과 남도의 조운 물길을 이은 예성강 하구 벽란도가 국제무역항이니 개방성에 방점이 놓일테지. 악기, 상아, 서적, 향료… 수입품이나 종이, 세공품, 금, 은… 수출품이 당시를 헤아릴 수 있거든. 천년이 지난 이즘에 반도체, 자동차, 선박, 화장품,… 품목과 비교해 상상해 보자구.


     ―「고려 왕도- 개성」 부분

인용한 부분에서 보듯 개성에서의 유람은 호새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 앞에 제시된다. 특히 벽란도에서는 고려시절 활발했던 해외진출과 그에 따라 성행한 무역을 소환해 들려준다. 이는 반도 나름의 지리적 강점을 인식한 언술일 터이다. 그런가 하면 개경을 둘러보는 곳곳의  역사적 사실 또한 소환해 제시한다.


이렇듯 북한의 유람은 과거 역사적 사실에 주로 국한되고 있다. 실제 현지답사가 불가능한 현실적 제약 탓일 터이다. 남녘의 유람이 과거, 현재를 넘나드는 등 시간과 공간 이동이 자유로웠던 사실과 견주어보면 이 점은 더 자명해진다. 여기서 필자는 돈키의 북한 유람이 결국은 남북녘의 시급한 동질성 확인작업으로 읽어야 함을 깨닫는다. 더 나아가 자칫 퇴색되기 쉬운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확인과 그에 대한 각성으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쯤에서 우리는 과연 한반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그것은 우선 한반도가 예나 이제나 이 민족의 진취적이며 강인한 삶의 내력/역사의 공간이란 사실이다. 이 같은 정체성 탐구와 성찰은 그 다음으로 자연스럽게 미래비전으로 나아갈 마련이다.

 

그 비전이란 그러면 어떤 무엇인가. 호랑이란 지형적 형세가 상징하듯 한반도가 장차 만주를 아우르며 중국을 거쳐 유럽까지 유라시아대륙을 감싸 안는 것은 아닐까. 그런가 하면 환태평양을 앞마당 삼아 지구촌을 누비는 해양 강국으로서의 입국이 되기도 할 것이다.

결국 인문(人文)이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 이처럼 자연 위에 아로새긴 무늬들이고 그 무늬의 하나가 유람기나 수상록 같은 글들이, 곧 문학이 아닐 것인가 싶었다. 이 모두는 우 시인의 유람기와 수상록이 주는 울림이자 특장(特長)이 아닐 수 없겠다.

*(해설4단락 중, 1단락의 머리말과 3단락의 맺는말, 4단락의 전체 마무리 부분만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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