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2 (토)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503

파주출판단지에서-홀릭큐브55


파주출판단지에서-홀릭큐브55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홀릭큐브 부스 설치를 위해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아직 도시의 온기가 채 오르기 전, 공기는 맑고 서늘했고 거리에는 하루를 준비하는 발걸음이 드문드문 이어진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임에도 마음은 오히려 또렷하다. 무엇인가를 ‘준비한다’는 일은 늘 설렘과 긴장을 함께 데려온다.

 

출판단지에 도착하니 고요가 먼저 맞이한다. 문을 연 곳은 많지 않지만, 그 고요 속에는 곧 시작될 움직임의 기운이 서려 있다. 한켠에 짐을 풀고 블록과 안내판, 체험 도구들을 하나둘 꺼내 자리를 잡는다. 단순한 설치 작업이지만 손길 하나에도 의미가 실린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웃고,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순간들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동작이 정성스러워진다.

 

햇살이 공간 안으로 스며든다. 희미하던 빛이 점차 또렷해지며 오늘의 시작을 알린다. 그 빛 아래 놓인 홀릭큐브는 아직 조용하지만, 곧 아이들의 손을 만나 생기를 얻을 것이다. 작은 큐브 하나가 질문이 되고, 질문이 생각을 부르고, 생각이 또 다른 발견으로 이어질 흐름이 눈앞에 그려진다.

 

행사장에는 어린이를 위한 출간서적 전시와 다양한 부대행사로 단지는 금세 활기를 띤다. 학부모와 아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전시공간은 모험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로 가득하다.
부스를 찾은 아이들은 자연스레 큐브 앞에 모여든다. 색을 구별하고, 블록을 결합하고, 쌓아 올리는 단순한 놀이 속에서도 아이들은 놀랄 만큼 진지하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재잘거림과 질문이 공간을 채운다.
곁에 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눈길을 보낸다. 말없이 지켜보는 응원이다. 간혹 손길을 재촉하다가 오히려 아이에게 “기다려 달라”는 손짓을 받기도 한다. 그 짧은 장면 속에서 배움의 주체가 누구인지 또렷이 드러난다.

 

홀릭큐브 놀이는 심오한 이론을 앞세우지 않는다. 촉감과 시각이 이끄는 지각의 운동이 자연스럽게 구조의 원리에 닿는다. 기다림과 차오름이 어우러지며, 아이는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을 통해 깨달음에 이른다. 배움은 설명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자라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다. 재잘거림은 오후의 햇살과 어우러져 출판단지 전체를 밝힌다. 그 소리는 단순한 소란이 아니라, 배움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금 알게 된다.
놀이가 곧 학습이라는 것을,
호기심이 깨달음의 가장 원초적인 에너지라는 것을.

 

이른 아침의 고요 속에서 시작된 준비는 결국 사람과 이야기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호기심에서 출발한 배움이 자리한다. 아이들을 향한 학부모의 따뜻한 관심이 더해지며, 출판단지는 하나의 살아있는 배움터로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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