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8 (토)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477

문자의 마력


문자의 마력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인간은 제때에 제 모습을 피워내는 존재다. 비단 인간뿐이랴.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시기에, 고유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제때’와 ‘제모습’에 이르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표현의 어려움은 곧 소통의 단절로 이어지고, 이는 삶의 본연한 기쁨마저 멎게 한다. 선천적 조건은 물론, 환경과 경제적 제약 또한 그 벽을 높인다.

소통은 표정과 몸짓에서 시작된다. 이어 소리가 더해지고, 문자는 이를 확장하며 인간 사유의 지평을 넓혀왔다. 글자는 단순한 기록 수단을 넘어 기호와 숫자, 그리고 사고의 구조를 담아내는 그릇이 되었다. 인류 문명 또한 동굴벽화에서 문자에 이르기까지, 소통 방식의 진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과 영상 중심의 시대에 접어들며, 이토록 정교해진 문자 체계는 다시 압축과 직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긴 문장보다 짧은 기호와 이미지가 더 빠르게 의미를 전달하는 시대, 우리는 다시 ‘본질적 표현’으로 회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훈민정음이 소리 생성의 알고리즘이었다면, 이제는 공간을 구성하는 새로운 언어가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공간언어’, ‘우주언어’로 불리는 홀릭큐브가 그것이다.

문자가 선(line)의 언어라면, 홀릭큐브는 공간(space)의 언어라 할 수 있다. 읽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치하고 체험하며 인식을 확장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다.

방송과 활자 매체 인터뷰 문장을 다듬는 한 발명가의 모습에서, 긴 시간 축적된 사유와 집념을 본다. 소진된 정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청취자와 독자 안에 잠든 가능성을 깨우려는 그 노력은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봄밤, 소쩍새 울음이 번지는 고요 속에서 문장의 여운은 더욱 또렷해진다. 한 줄의 문장이 누군가의 긴 여정을 비추듯, 문자에는 여전히 인간을 움직이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 문자의 너머에서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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