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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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452

나비야, 천변 가자 – 천변기행27


나비야, 천변 가자 – 천변기행27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비 갠 오후,
천변의 공기는 막 씻겨 나온 얼굴처럼 맑다.

 

하얀 나비 한 마리,
노란 민들레 위에 잠시 내려앉았다가
이내 가볍게 떠난다.

 

머무름보다 떠남이 더 자연스러운 존재처럼.
뚝방길을 따라 걷는다.
봄기운은 아직 그늘에 머물러 있으나
꽃들은 이미 길 위로 나와
사람을 먼저 맞이한다.

 

비탈의 구절초는
빗방울을 기억한 채 고개를 끄덕이고,
유채꽃은 바람에 기대어
물가와 장난을 나눈다.
늘 보던 풍경 속에서도
오늘은 사소한 것들이 먼저 말을 건넨다.

 

청둥오리는 물 위에 시간을 띄우고,
참새들은 덤불 속으로 스며들어
햇살을 잘게 쪼개며 논다.
익숙해진 발소리 때문일까,
자연은 이제 나를 경계하지 않는다.
담장 위 개나리는
노란 숨결로 길게 이어져
봄이라는 하나의 문장을 완성한다.
그 아래,
푸른 보리는 아직 어린 몸으로
세상의 빛을 배우는 중이다.

 

문득,
노랑나비 한 마리가 시야를 스친다.
아주 오래전,
아이처럼 불러보던 노래가
가볍게 되살아난다.

 

“나비야, 나비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마음은 이미 그 리듬 위에 있다.

 

나비는 여전히 날고,
나는 여전히 바라본다.
다만 달라진 것은
쫓아가던 마음이
이제는 머물 줄 알게 되었다는 것.

 

생각 하나가 날아오른다.
물속에서 몸을 단련하던 접영의 기억,
보이지 않는 세계를 흔들던
나비의 작은 떨림,
그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자신을 묻던 한 사람의 질문까지.
모든 사유는
결국 이 작은 날갯짓에서 시작된다.

 

나는 걷고,
나비는 날고,
맑은 하늘 아래
생각은 그 사이를 건넌다.

 

이 따뜻한 오후,
세상은 거창하지 않은 방식으로
조용히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연결의 한가운데서
잠시,
멈춰 서 있다.
나비의 제길을 향한 날개짓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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