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31 (화)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 448

나를 보러 와요ㅡ천변기행 25

 

나를 보러 와요ㅡ천변기행 25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오후나절,
아파트 한켠에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빈 화분들이
사람의 손길을 만나 다시 숨을 얻었다.
봉사단과 주민들이 함께 흙을 고르고 꽃을 심자
금세 울긋불긋 제 얼굴을 드러낸다.

 

그 풍경을 바라보니 문득,
“외로울 땐 나를 보러 와요, 울적할 땐 나를 보러 와요”
어느 여가수의 환한 미소와 함께
흘러나오던 노랫말이 마음에 스민다.

 

천변에도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발걸음을 붙잡는다.
잠시 멈춰 바라보니,
꽃 앞에서 사람의 시간도 비로소 느려진다.

 

꽃이 제때 제 모습으로 피어나듯
사람 또한 그러한 존재일까?
기쁨과 슬픔, 웃음과 눈물…
그 모든 시간이 모여
하나의 향기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그것은 존재를 꽃으로 피워내는 일일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중에서, 김춘수

 

며칠 전 선산에서 꺾어온 앵두꽃이
거실 한켠에서 은은한 향을 건넨다.
그 시절의 노랫말 한 구절이
잊고 있던 청춘을 살며시 흔들어 깨운다.

 

오늘 하루,
발길 닿는 곳마다 꽃을 만나는
작은 꽃마중이었다.

 

주민들과 함께 만든 꽃단에서
눈빛과 마음이 서로를 부른다.
그렇게,
꽃이 나를 불러
하루가 조용히 행복해졌다.
 


포토뉴스

더보기

섹션별 BEST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