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깨어나소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너 자신을 알라”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는 글귀 였는지, 철인 소크라테스의 명언이었는지 깊은 뜻이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꼬라지 하고는” 대화에 비틀리는 감정이 인다. 한편 “일어나라 아이야/다시 한 번 걸어라/뛰어라 젊음이여/꿈을 안고 뛰어라…” <날개>를 듣노라면 가슴이 설레인다. 두 경우 모두 자신을 깨우는 말이다. 19세기말(1894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여행가 마르케는 조선을 방문해 여기저기를 둘러본 후 “천성이 착해 현명한 지도층(정부)을 만나면 세계를 놀라게 할 백성”이라 표현했으며, 20세기초(1928년)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일즉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는 등촉의 하나인 조선/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빛이 되리라”며 암울한 당시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얘기를 통털면 훌륭한 민족으로 우리의 품성과 잠재력을 일깨운 글말이니 엄지척이다. 주지하는 바 처럼 천문, 활자, 도예, 건축, 세공, 문자 등 여러분야에서 동방을 넘어선 선조들의 발자취였다. 또한 문명비평가 토인비를 비롯해 저명한 철인들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 경로효친 사상이 인류문명사에
고맙소 정말 고맙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인연 가운데 군대 인연이가장 맘이 끌릴게다. 2024년 00장교단 3맥 종기총회 및 송년회다. 사방이 눈밭인데 전국 각지에서 힘차게 모여 들었다. 공병 병과 출신 동기의 익은 색소폰 연주가 장내를 어루는 동안 후보생 때 맺은 중대와 병과별로 반가운 인사다. 이어 격식에 맞춰 오래전 풀어놓은 용기로 태극기를 향해 거수 경례를 하니 심신이 바로선다. 병기 병과 출신 이임 회장의 아쉬움이 다정한 노래 <고맙소>에 담겨 흐르니 모두들 박수로 화답이다. 너희가 있어 헌신한 보람이 있다지만 전국을 돌며 동기회를 이끈 정성에 임원진에게도 감사의 박수다. 이어 특전사 출신 신임 회장의 우렁찬 ‘단결’ 구호로 절도있는 취임 신고가 장내에 울리고, 젊은 날 부른 <전우>, <검은 베레>를 다짐하니 근무중 ‘이상무’ 일게다. 풍악이 없으랴! 1중대 My way를 시작으로 2중대, 3중대, 특전사, 공병, 통신, 4중대. 5중대, 기갑, 병기, 병참, 6중대, 7중대 순으로 무대에 올라 어우러져 노래부르니 휘이익~ 40여년전 청춘이 네박자에 스쳐간다. 영천, 고경, 화산,...상무대, DMZ,.. “그곳이
오빠와 구슬치기 어렸을 적 집 뒤꼍으로 가려면 수돗가를 지나서 가는 방법도 있었으나 반대편 좁은 골목을 지나 가는 방법도 있었다. 수돗가를 지나 가는 편이 훨씬 편하고 넓었으나 가끔 왼쪽의 좁은 길로 가기도 하였는데 , 이는 건넌방의 뒷문에 신발을 갖다놓으면 거리가 짧아 바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곳에 여기저기 구멍이 패였다. 구멍이 패였다고 지나갈 수 없는 길이 된건 아니지만 어쩐지 신경이 쓰였다. 골목의 구멍은 오빠가 혼자 구슬치기를 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놀이감도 없던 시대였고 눈이 휙휙 돌아갈만큼 빠른 인터넷은 꿈도 꿀 수 없는 시절이었기에 구슬치기는 남자 아이들의 최고의 놀이감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전용 게임장이 집안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또 동그랗고 투명한 구슬은 얼마나 이쁘고 탐이 나는지... 동네의 아이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두 깡통에 자신의 구슬을 보물단지처럼 끼고 살았다. 오빠 또한 깡통에 구슬을 보관하고 동네 아이들과 집앞 골목에서 구슬치기를 하고는 하였다. 그러나 뒤꼍으로 가는 골목에서 구슬치기를 혼자 하곤 했는데 이는 동네에 동갑내기가 없었고 게다가 내성적인 성격
눈이 내리네 (Tombe La Neige)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첫눈이 내린다. 첫눈의 매력인가? 백설을 감상하기 위해 1km거리에 위치한 융.건릉 산책길에 나섰다. 도착하니 정문에 임시휴무 팻말이 있어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모습들이다. 인근 <바링고카페>에 들어 따뜻한 커피잔을 들고 창밖 멀리에 벌거벗은 솔숲을 바라본다. 두어 시간여 내리는 눈발이 어수선한 주변 모습들을 하얗게 덮어, 흰눈밭을 걷는 상상여행이 참 아늑하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꽁꽁)” 하며 눈사람 만들던 그 시절의 감성은 아닌게다. 분분히 날리는 허공의 눈발속에 눈길을 멀리 내어가니, 지난날의 실연의 쓰라림도, 실언의 후회도, 낯뜨건 부끄럼도 사라지고 오롯한 고독의 시간이다. 자장가를 부르며 토닥토닥 어르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이에 미칠까! 장맛비에 쓸려 시원스런 천변 모습이 이에 견줄까! 두세달여 우둘투둘하니 주름진 마음내 이랑도 고요하다. ‘고요’, 이말을 장대에 달아매면 생명체의 존재 그 본연에 닿는 머무름일지니 인간사 모든 게 자연인게다. 어찌 본연에 이르러 너와 나의 분별이 있으랴만 머리 달린 검은 짐승이라니… 달아맨
페이스페인팅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행사시에 흔히 보는 “페이스페인팅은 얼굴, 손, 몸 등에 그림을 그려 표현하는 예술”이다. 생활예술인들의 모임에서 이 일을 즐기는 분과의 대화다. 아이들이 왜 그리 좋아하며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페이스페인팅하는게 도대체 무슨 재미가 있어 지갑을 여는지 몰랐으나 자격을 갖춰 직접 대하다보니 아이들의 경우엔 자신만의 특별난 심리적 만족감이며, 어른의 경우는 이전에 해보지 못한 것이라 ‘나도 해 봤다’란 자존감을 갖는단다. 나름 보람이 있어 취미로 시작한 페이스페인팅에 대해 이모저모로 넓게 공부한단다. 페이스페인팅을 마친 후 아이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환한 표정과 까르르 웃음소리는 마치 한떨기 화사한 꽃이란다. 상상만으로도 빙그레 미소다. 볼우물 주변에 꽃이피고 새가 나니 그 기분이야! 마주보며 야단스런 또래들의 활개짓이 마치 바람결에 하르르 흩날리는 꽃잎들 같단다. 기뻐하는 손주들 모습에 지갑여는 할매들의 손등에도 덩달아 꽃이 핀단다. 손주 얼굴에 꽃피고 새우니 온세상이 꽃밭인게다. 아장아장 네발 떼던 얼룩강아지가 모델일까? 우리 어매 시집오던 날 잡귀 물리치려 찍었다던 연지곤지가 시원이었을까? 정신(얼)이 깃들어 얼굴이라
김장문화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아침나절 아내와 팔탄 지인의 집에 들르니 몇 가족이 모여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는 날이란다. 절인 배추를 ‘김장대’로 나르는 가장들의 발걸음에 부인들이 재재바른 손놀림에 갈색 김치통이 하나 둘 착착 쌓여간다. 외신기자(?)로 분해 얼크러 설크러진 말가닥을 이어 입말로 시간을 보채며 주부들에게 ‘김장 소감을 물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는 느낌”이란다. “누군가 맛나게 먹을 거란 생각에 기쁨”이 있단다. 한편으론 “시어머니 말씀에 긴장하는 날”이며 “친정 엄마의 교육방식과 자녀에 대한 생각”도 머문단다. 저마다 가슴속에 갈무리한 배추속 같은 이야기에 공감이다. 새김하니 내 동네 이야기요 어릴 때 내 어머니 모습일게다. 내겐 앞밭에서 어머니가 다듬은 배추 무를 우물가로 나르고, 어둠이 짙은 방에서 채칼에 무를 썰며 씩씩거리던 기억이다. 절인 배추를 드럼통에서 꺼내시던 부모님, 이제 싸놓은 갈색 김치통에 담긴 김장날의 희미한 ‘갈색 추억’이 된다 싶다. 어디 김장양념 레시피만 전해오랴! 어머니 손맛에다 야단스런 짜라락~ 토크쇼 마저도 전해오니 이 모두 김장문화인게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된 값진 문화인게다.
‘송년의 밤’ 수상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연말 송년회가 해를 한달여 앞서간다. 화성시 송산동 소재한 ‘안용중학교 12회 동창회 송년의 밤’이다. 의술 발전(?)을 위해 다섯해 동안 헌신한 필자에겐 오랫만에 즐거운 만남이다. 장소에 들어서니 무대 스크린에는 모임 때마다 동창들이 남긴 정다운 영상이 돌아간다. 반세기 흐른 그 옛적 아침모임 때마다 “역사 깊은 세마대를 앞에다 두고” 목청 돋워 부르던 교가도 등장해 쓸쓸한 날씨와 달리 맘이 따뜻해진다. ‘정직, 믿음’은 우리의 사명이라 합창하던 그 까까머리와 새침떼기들이 어느덧 손주들을 거느렸고 낼 모레면 ‘인생칠십고래희’다. 임원진의 고운 정성이 어울려 푸짐하게 마련된 송년모임이다. 늘 농사일에 분주한 동네 동창생도 만사를 제쳐두고 채를 잡고 식전 무대에 올라 동창들의 앞날의 행복을 기원하는 <비나리>를 풀고, 이어간 다른 동창생의 색소폰 연주가 흐느끼니 굽은 심신에 조용한 울림이려. 인생길 이골 저골에 넘나들던 반세기 세월의 강을 거스른 즐거움이다. 우정출연한 밴드단 연주에 스무너댓명 동창들의 목소리가 트였다. 굴렁쇠도 굴렸을게다. 메밀꽃 지천이던 물방앗간의 사랑이 생생하더라. 징검다리 개울 ‘윤초시
‘퍼뜩’ 스치는 환한 빛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수 많은 만남과 읽은 책갈피에서 값진 두 어휘는 결핍과 풍요다. 전자의 순기능은 정진이요 역기능은 좌절이다. 이에 후자는 베품과 교만인가도 싶다. 영화계에 발 들인지 얼마되지 않아 간접 경험을 얻고자 젊은 촬영감독과의 만남을 위해 서울로 나들이다. 글제를 이어갈 자연스런 말은 스치는 영감인게다. 우리말은 새김질 할수록 맛이 난다. 이 ‘퍼뜩’이란 말을 어떻게 번역할까? 언어학을 공부한 바 없어 글을 지으며 든 생각이다. ‘퍼뜩’ 스친 생각에 쉼없이 작품을 써내려갔다는 작가들의 경험담이요 때때로 우주유영도 했다니 말이다. 이 어휘가 가져온 세상의 변화에 말빨을 늘인다. 뉴턴이 정녕 사과가 떨어지는 모양새로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했을까? 분명 ‘퍼뜩’ 스친 생각이겠다. 하여 ‘퍼뜩’ 스친 영감이 자연과학자에겐 위대한 발견이요, 문학가나 예술가들은 이로써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니 ‘퍼뜩’이 인류문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생각이다. 뇌세포의 순발력인가? ‘퍼뜩’ 샅바를 잡는 것은 스친 영감을 끄적댄 메모장 때문이다. 그 영감이야 계량할 수 있으랴만 노트를 저울에 달면 십여키로그램이요, 엄지 검지 벌린 두께에 이른다. ‘퍼
상주 곶감 마라톤대회에 다녀오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마라톤 삼총사의 상주행이다. 상주는 중.고시절 배운 통일신라 행정편제인 9주 5소경 가운데 한 곳이요, 드라마 왕건에 등장한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의 활동무대다. 특산물 곶감으로 유명세를 지닌 터라 곶감 1Box는 귀가길에 필히 동반해야겠다. 화성에서 오후나절 출발한 탓에 저녁나절에 도착해 운동장을 휘둘러보니 전마협 관계자들이 참가팀들을 위한 텐트 설치와 무대설치 등 사전 점검중이다. 어둑해지는 운동장에 조명탑 뒤로 둥실 떠오른 유난히 덩치 큰 달이 마치 고향동네 뒷동산에 달맞이 정감이려. 곶감! “곶감 빼먹기”란 달짝지근한 얘기와 “울던 아이 울음도 그친다”는 설화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한페이지 넘기니 설사치료, 주근깨 제거, 감기예방, 숙취해소, 피로회복에도 ‘감’이 좋다니 겨울나기에 필수품이겠다. 맑은 공기에다 물 맛 좋고 유난히 큰 저녁달에 주렁물렁한 홍시에 울 엄마도 생각나, 저녁 밥상에 배부른 포만감에 세상 번뇌도 잠이 든다. 후루륵 간단히 아침식사 후, 출발지 주변에 도착하니 7천여명이 북적거려 주차가 기록갱신보다 어렵겠다. 운동장에 들어 바로셀로나 마라톤 영웅 황영조를 따라 몸풀기를 끝내고
가을 냉이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지역 후배가 주말에 농장에서 김장한다며 들르란다. 정성스레 가꾼 배추를 절이고, 씻고, 속을 만들어 켠켠이 넣어 싼 김장통을 건네줄 모양이다. 씨 뿌려 결구까지 들인 정성이 큰 것을 알기에 여간 큰 맘이 아닌게다. 주말 선약으로 사전 일손이라도 보탤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 도중 주변의 불타는 가을산에 눈이 붙들리고 FM라디오 음악방송에 귀가 붙들려 네바퀴도 천천히 구른다. 동탄 장지리를 벗어나 안성방향 도로에 올라 달려가는데 어찌된건지 유턴하란다. 나사가 풀린 요즘 세상처럼 네비게이션이 말썽을 일으켜 가는 길을 헤매다 정오에야 도착했다. 때 맞춘 점심에 눈 인사로 악수를 대신한 채, 손품은 팔지 않고 맛난 비빔국수에 입품만 열심히 팔아 두 그릇이나 비웠다. 이리 맛나니 서민봉사로 비빔국수집은 어떠냐며 우스개 소리도 좌중에 비볐다. 가을들녘에서 참 맛있는 비빔국수다. 비빔밥, 비빔국수, …. 그래, 비벼야지. 해야 맛도 나고 세상도 돌아가니 말이다. 하늘보고 두 손을 비벼볼까? 비나이다 비나이다. 0000님께 비나이다. 오늘은 이 세상이 제대로 돌게 하옵소서! “비빔국수가 맛있다”, “배추 결구가 실하다”는 등 입품을 다팔아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