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는 충분한가?-홀릭큐브39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고등학교 시절,
질문은 한층 날카로워진다.
“이건 맞다”가 아니라
“그 근거는 충분한가?”
개념과 이론을 중심으로
분석과 논증이 따라붙는 시기다.
까까머리 시절,
피타고라스 정리로 시작된 수학은
고교에 이르러
수열, 조합, 미분, 적분, 벡터로 확장된다.
수많은 법칙과 공식 속에서
문제는 풀려가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다른 질문이 고개를 든다.
“왜 이걸 배워야 하지?”
“실생활에 꼭 필요한가?”
“이 이론은 어디까지 맞는 걸까?”
정답을 향해 달려가던 공부 속에서
이미 ‘이론의 한계’와 ‘충분조건’에 대한 의문이
조용히 싹트고 있었던 셈이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사고는 평면에 머물러 있었다.
정답에 도달하는 데 집중했을 뿐,
그 정답을 떠받치는 구조까지는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홀릭큐브 놀이를 통해 다시 마주한 사고는 달랐다.
구조를 본다는 것—
관계가 바뀌면 형태가 달라지고,
형태가 달라져도 그 안의 원리는 이어진다는 것.
단위 큐브와 홀, 돌기의 결합 속에서
변화의 고리를 읽어내는 순간,
사고는 평면에서 입체로 확장된다.
이때 비로소 질문은 완성된다.
“근거는 충분한가?”라는 물음은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새로운 이해로 나아가기 위한 문이다.
분석과 논증을 통해
미지의 세계에 다가서고,
그 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세우는 힘—
이는 곧 연구의 토대가 된다.
누구나 지닌 잠재된 역량,
이른바 영재성 또한
이 과정 속에서 깨어난다.
수리의 계산을 넘어
형태와 구조의 변화로 사고를 확장하는 일,
그 중심에
공간언어로서의 홀릭큐브가 있다.
AI와 양자의 시대,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근거를 세우고 구조를 이해하는 힘이 더 중요해진다.
그 출발점에 서 있는 질문,
“근거는 충분한가?”
이 물음이야말로
새로운 교육으로 나아가는 문이자,
우리 교육이 다시 세워야 할 기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