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설레는 말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세상에서 가장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은 무엇일까.
곰곰이 떠올려보면, 결국 ‘어머니’라는 말에 이르게 된다.
여자아이가 여인이 되고, 마침내 어머니가 되어가는 그 여정.
그 속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늘 저만치 앞서 걸어가며 길을 열어주고,
끝내는 한 세상을 다하여 돌아가시는 우리네 어머니들.
그 뒷모습을 떠올리면, 문득 한 노랫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고달픈 인생 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그 애잔한 울림이 지금껏 귓가에 머문다.
그런 ‘어머니’를 떠올리던 중,
필자에게 또 하나 가슴 설레는 말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청춘’, 그리고 ‘청년’이다.
모교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한 모임의 이름이
아이러니하게도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여섯마디 후반에 이른 나이임에도,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모임에 나설 때마다
마음만은 다시 젊어진다.
두 돌을 맞은 그 모임에서
은사님과 재학생, 학생회장단, 운동선수단 후배들, 외부손님들과
한자리에 모여 나눈 정담은
마치 삶의 열두마디 가락 중
힘차게 울려 퍼지는 앞마당 같았다.
그 자리에는 생동하는 기운이 있었고,
세월을 거슬러 다시 청춘으로 돌아간 듯한 설렘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어머니’와 ‘청춘’, 그리고 ‘청년’은
어딘가 서로 닮아 있다.
삶을 지탱하는 깊이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
그 두 가지가 함께 숨 쉬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시대의 거센 흐름 속에서
그 설렘이 다소 옅어진 듯도 하다.
양성평등이라는 거대한 구호,
물질의 가치가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현실 속에서
마음 깊이 울리는 단어들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만난 은사님 내외분—
여덟마디 중반을 넘기신 두 분의 모습은
‘청년’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빛을 품고 계셨다.
그리고 후배들의 인사 속에서 들려온
성실과 정진의 다짐,
그 맑고 단단한 기운은
청소년 시절 우리가 배우고 나섰던
그 한 문, 대문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결국 사람을 설레게 하는 말은
단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되뇐다.
어머니.
청춘.
그리고 청년.
그 이름들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나의 시간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