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국력이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새벽이 아직 어둡구나. 4시 40분… 오늘은 진부면사무소까지 40.7킬로다.”
호새: “태기산으로 안 가고 청태산 자연휴양림 쪽으로 길을 택하신 거네요?”
돈키: “그래. 산은 높이로 오르는 게 아니라, 숨결로 걷는 거니까. 백두대간으로 이어진 이 강원도의 준령들… 물도 여기서 태어나고, 강도 여기서 비롯되지.”
호새: “도시에선 쉼터로만 보이지만, 여긴 근원이네요.”
돈키: “나무가 땔감이던 시절, 일제와 전쟁을 지나며 산은 거의 벌거숭이가 됐지. 그래도 봄만 오면 우리는 나무를 심었어. 초등학교 운동장, 마을 둑방, 집 울타리 옆…”
호새: “식목일 말이죠?”
돈키: “그래, 지금은 육림의 날이라 부르지만… 내 마음엔 여전히 식목일이 살아 있다. 오산시 소재 독산에 친구들과 심었던 잣나무가 이제는 하늘을 가리고 있어. 사람 발길도 늘었지. 나무가 나라를 다시 키운 셈이야.”
호새: “식목일이 다시 공휴일이 되면 좋겠네요.”
돈키: “솔 냄새가 난다.”
호새: “청태산 자연휴양림 … 여길 지나네요. 그리고 저 앞은 산림청이 운영한다는 숲체원이죠?”
돈키: “그래. 여긴 진짜 청산이지.”
호새: “문득 노래가 떠올라요. ‘청산에 살어리랏다…’”
돈키: “‘넋 놓고 울며 살지 말고, 새들처럼 살고 싶다’는 노래지. 청산별곡… 다래랑 머루 향이 코끝에 맴도는구나.”
호새: “그땐 은둔이 자유였을까요?”
돈키: “지금의 화두는 일자리다. 먹고 사는 게 벼랑 끝이야. 평면적인 생각으론 답이 없어. 창의만이 길이다.”
호새: “산림도 산업이 될 수 있겠네요.”
돈키: “그래. 도시를 떠나는 전원생활이 아니라, 산 자체가 경제가 되어야 해. 스위스는 산을 이용해 부를 만들었지. 그런데 우리는 왜 못 하겠나? 이 나라의 70%는 산이다.”
호새: “먹거리, 관광, 교육, 경제까지…”
돈키: “그래. 산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도로까지 흘러내리는 나라. 그게국력이야.”
호새: “요즘 기후변화 얘기가 끊이지 않잖아요.”
돈키: “아마존이 무너지면 지구가 기침을 한다잖아. 동남아에서도 베어내고, 태우고… 1992년 리우 회의가 말했지. ‘지속 가능한 지구’.”
호새: “리우 올림픽은 친환경을 내세웠죠.”
돈키: “그럼 평창은 무엇이어야 할까?”
호새: “평창… 물의 근원, 강원의 심장.”
돈키: “심산유곡. 물은 여기서 태어나고, 생명은 여기서 쉰다. 산을 주제로 물과 생명, 문화를 잇는 생태촌이 생긴다면…”
호새: “아리랑이 울리겠죠.”
돈키: “해발 700미터가 인간이 살기 가장 좋다더군.”
호새: “‘Happy700 평창’… 그곳에서 지구촌이 합창을 하네요.”
호새: “선생님,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이런 말을 했다죠?”
돈키: “‘동방의 등불이 켜지는 날, 세계 평화가 오리라.’”
호새: “그 등불이 청산에서 타오르네요.”
돈키: “작은 거인, 코리아.”
돈키(낭송):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
호새(낮은 목소리로):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돈키(혼잣말처럼):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