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9 (일)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 – 대전·세종

대전부르스


대전부르스
시인/영화배우 우호태

호새:
‘대전발 영시 오십분’이라—새벽열차도 아니고 아침부터 차표 한 장 쥐고 어디로 떠나요?
‘나처럼 울지도 몰라…’ 하던 ‘잊지 못할’ 그 여인과 사랑의 갈무리를 하러 가는 건가요?

돈키:
그래, 세 갈래길 한밭에서 ‘대전부르스’ 한 스텝 밟으련다.

호새:
세월 좋수다. 남들은 엉덩이 진물 나도록 공부하던디요.

돈키:
그렇게 공부해 남 주는 게 좋은 세상이야.
오늘은 외길을 걷는 연구단지 박사님과, 자칭 ‘이 나라의 정직한 호랑이’라 불리는 이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상이 KTX 속도만큼이나 변하니, 오징어·땅콩에 맥주 한잔 나누던 통근열차의 낭만은 흑백영화 한 장면이 되었지.
---휘릭---

호새:
“대전부르스” 노래비, 찰칵하고 싶었는데 치웠다네요.

돈키:
왜 그랬을까?
70년 전에 태어난 노래지만 세대를 넘어 불린 명곡이야.
‘나만이 울 줄이야’—가려고 하지 않은 길이니 우는 거야.
사랑만 그런가. 인생도 그런 거지.
사람은 울면서 큰다잖아. 밤에만 울겠어? 낮에도 울고, 속으로도 울고, 목놓아 울며,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제 모습을 피워내며 제 길을 가는 거지.

호새:
세상살이가 뭐 산나물인가요, 지지고 볶게요?
요래 요래 밀고 땡겨돌며 춰야지요.

돈키:
그래, 네 말대로 설렁설렁 살아야겠지만,
‘가지 않은 길’을 노래한 시인도 있지 않나.
여긴 두 갈래도 아니고, 세 갈래길이라… 우짜노?

호새:
어째긴요? 일단 빵부터 먹어요. ‘성심당’이라고, ‘보빵’이라 부르대요.

돈키:
성심(聖心)이라…
귀(耳), 입(口), 자리(壬)의 합어로 ‘성(聖)’은 왕이 지녀야 할 큰마음이라 했지.
그 마음(心)을 담은 빵이라니, 마음의 백신이겠네.
---휘릭---

돈키:
와보니 대덕연구단지가 코리아의 과학벨리야.
한국화학연구원, 전자통신연구원, 기계연구원, 원자력연구원, 생명과학연구원, KAIST….
외관만 봐도 휘익하네.
E=mc² 정도는 기억하지만, 까막눈이니 미래 스케치를 부탁하오.

이박사:
미래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반세기 후엔 화학·IT·물리가 생명공학으로 귀결될 거야.
기초과학에 돈을 더하면 공학이 되니까, 자연스러운 흐름이지.

이교수:
그만큼 지속적인 투자와 배려가 필요해.
이곳엔 수많은 고급 두뇌가 모여 있지.

돈키:
카이스트 안에 조선시대 천재 과학자 장영실 동상이 있더군요.
그 정신을 잇겠다는 뜻이겠죠.
이곳은 불타는 가을산 같아요.
우리나라에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날, 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교수:
세종시도 들른다며?

돈키:
응. 역사 속 천도는 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지.
단재 신채호 선생은 서경천도를 “천년래 최대 사건”이라 했어.
세종시 이전도 갈등 속에 있었지만, 결국 역사의 흐름이야.
어제의 발자국을 인정해야 내일의 희망을 말할 수 있지. -휘리릭

청사가 보이네.
세 갈래보다 세 방향 에너지터, 대덕연구단지를 품은 세종시, 인근엔 계룡산과 고대 왕도들이 있으니, 품격을 더해야지.

이교수:
뿌리공원도 간다며?

호새:
뿌리라… 산삼뿌리요, 인삼뿌리요?

돈키:
그보다 더 깊은 내 아버지의 아버지, 나의 연원을 밝히는 곳이지.
이 땅에 뿌리내린 삶의 발자국, 그것이 역사요 문화야.
경로효친의 정신을 새기는 장소지.-휘리릭

돈키:
한밭은 큰밭이지.
대전역의 교통 요충, 고급두뇌의 벨리, 갑천의 물길, 현충원의 안식, 뿌리공원의 정체성….
위로는 천안(天安)의 쉼, 아래로는 세 방향의 길—
왼편엔 백제 왕도의 물길, 오른편엔 청주의 하늘길.
그 가운데, 세종은 ‘세상마루’라 불릴 만하지.
땅길(地道)·물길(水道)·하늘길(天道)을 잇는 천도의 터였던 걸까?-휘리릭

돈키:
용필이 형, 세상은 잠들지 않는데 왜 울어요?
“울지 말고 일어나 삘릴릴리~ 웃음꽃 핀다~”잖아요.
서울·아산·대전 찍고, 대구·부산 밀고, 광주·목포 챙겨야죠.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바람 따라 달려가요.

호새:
한 생각에… 친구에게 가을 편지를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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