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0 (화)

화성에서 띄우는 편지290(10월17일)

지팡이

 

지팡이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영화제에 출연한 분들의 정리를 위해 밖에 나서다 이내 집으로 발길을 돌려 지팡이를 챙겨 들었다. 균형이 잡히지 걸음걸이에 도움이 되는 녀석,

그만 놔도 될 것 같은데 한번 엎어져 혼이나 자꾸 의존하니 습관이 되었다 싶다. 

노인, 환자, 장애인, 걷기 힘든 분들이 의지하는 제3의 다리이나 실은 양복입은 신사의 제멋에도 한몫을 한다. 몸 지지대이자 멋의 보태미요 상징물이기도 한 지팡이, 어쩌다 못된 놈 혼내려 등짝을 후려칠 때도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에 등장하는 지팡이 얘기에 호기심이 인다. 

개울 건널 때, 돌다리 두드릴 심청의 아비 심봉사의 지팡이는 마치 세상을 살피는 내 맘의 눈인거다. 고목에 새순이 돋는다지만 ‘마의태자’가 “용문산에 지팡이를 심었더니 가지와 잎이 나고 열매가 맺기 시작하여 오늘날 나이가 천년이 넘어” 웅장한 모습이라니… 어쩔거나!

한 마리 뱀이 휘감긴 지팡이는 의술의 신인 그리스 영웅 아스클레피오스의 상징이요,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버리다> 연극에 지팡이는 버팀목을 잃고 헤매는 우리 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상징성이 매우 흥미롭지 않은가? 허면 “어떻게 태어났나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는 명언을 남긴 J.K롤링의 해리포터 마법사 지팡이는?

어디보자! 본디 내 태어날시 네 다리로 기었더라. 어미품이 세상이더니 두발로 딛고 서더니만 걷고 뛰더이다. 너도 나도 다들 그리 살더이다. 어느날 바람불어 아비 어미 벌겋게 제몸 태우시며 하늘 고향길 가시니 일칭 세상살이라 하시더이다. 

지팡이를 벗삼은 저기 노인네시여. “한때 삶의 무게 견디지 못해 긴긴 세월 방황 속에 청춘을 묻었다”니 이제 쉬엄쉬엄 걸으소서. 태클을 걸 분(?)도 한서릴 세월도 없으니 가끔 고개들어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도 보소서. 이 늦가을 햇살이 참 곱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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