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나들이 – 고양시 방문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한 해의 숨결이 가장 낮아지는 끝달,
나는 한수 이북의 땅, 고양(高陽)으로 길을 열었다.
새벽 일곱 시, 집을 나서
1호선 병점역에서 전철에 몸을 싣고,
종로3가에서 다시 3호선으로 환승하여
백석역에 내렸다.
발걸음은 옛 시장·군수협의회 정례모임이 열린
고양특례시 별관, 하늘과 가까운 스무 번째 층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거대한 건물은 뜻밖에도 조용했다.
텅 빈 공간, 숨결마저 멈춘 듯한 정적.
1층에서 노인역량강화 일자리 프로그램이 진행돼
한 분 두 분 모여드는 등 굽은 어깨들 속에서
비로소, 건물 안에 온기가 차츰 돌았다.
스무 번째 층 회의장.
남녘을 바라보니 큰 유리창 밖에
한강이 흘렀다.
수천 년 세월을 감싸 안은 물빛이
아침 햇살을 받아 유유히 몸을 풀었다.
살아오며 헐떡이던 내 숨결도
그 강물 결 따라
잠시, 고요 속으로 가라앉았다.
회의 전, 잠시 들은 이야기.
불연과 절연의 경계를 개척하며
친환경과 에너지 절감을 짊어진 한 기업인의 설명.
그 말들 사이로
이름 없는 산업전사들의 땀이 보였다.
작은 애국자의 고백처럼
가슴 한쪽이 묵직해졌다.
기획정책관의 시정 보고가 이어질 때,
도시는 높이 오르고, 높이 꿈꾸는 소리를 내니 정녕 고양(高陽)이 고양(高揚)하나 싶다.
킨텍스,
방송·미디어 산업의 불빛,
서오릉과 서삼릉의 옛 그림자,
저어새가 숨 쉬는 장항습지,
국내 스물네 번째 람사르 습지의 이름,
그리고 창릉천을 품은 호수공원, 꽃박람회.
창릉천 물소리 위로는
사계절을 넘나드는 대형 콘서트,
야외 음악제가 이어지고,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악보가 되어
화합과 하모니를 연주한다.
천고의 성쇠를 품은 도시, 고양.
행주치마의 역사를 두르고,
인근에 철울을 벗 삼아
‘자유로’ 위로 빛이 번질게다.
높아진다는 것,
고양(高揚)한다는 것.
그것은 과거 위에
내일을 올려놓는 일.
이제, 돌아갈 시간.
멀지 않은 길 위로
왔던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자연의 숨결을 담은
가와지쌀, 표고 분말, 순벌꿀을 가슴에 품는다.
가와지쌀의 흰 숨결,
산의 기운을 품은 표고,
꽃의 시간을 모은 꿀.
미래를 바꾸는 힘,
그 작은 에너지들을 품고
나는 다시 고향으로 향한다.
해피데이!
조금 이른 인사이려.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