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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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소나타91>– 목포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호새야, A=B다. 도시 중 가장 명쾌하게 정의된 곳이 목포야. “목포는 항구다”(작사 조명암, 작곡 이몽룡)라고 하잖아. 이난영 선생이 부른 노래 말에 나오더라.
“영산강 안개 속에…
삼학도 등대 아래…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이별의 부두.”

목포는 항구라는 말이야. 항구라, 그만큼 아픔이 있다는 이야기지. 담양에서 발원해 광주, 나주, 영암을 거쳐 삼학도를 품은 영산강의 종착지라네.

호새: 옛적에 통통배들이 선창의 모습을 수놓았으니, 아직도 그분이 부르던
“사공의 뱃노래…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 때,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목포의 눈물’(작사 문일석, 작곡 손목인)이 흐를까요?

돈키: 식민과 동란의 아픔이 삼천리 어느 곳엔들 없을까만, 항구라서 그 정이 더욱 깊겠지.

호새: 그 정이 깊어 “흑산도 아가씨”(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의 가슴이 검게 타버렸대요.

돈키: 그 노래엔 사연이 있어. 작곡가가 ‘흑산도 어린이들 서울 구경’이란 신문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지. 흑산도 아가씨만 그렇겠어? 순정을 바친 섬 아가씨들 마음이, 총각들이 뱃길 나서면 어떻겠어? 당시 인기 차트 순위에 “섬마을 선생”이 정상에 올랐다고 해.

호새: 아유, 섬마을 선생은 여한이 없겠네요?

돈키: 서해의 남단에 위치한 항구야. 유달산, 근대역사관, 해양문화재연구소도 들러 볼거야.

호새: 흑산도에 들러 홍어회가 어때요? 아니면 천사섬에 가보죠?

돈키: 심심한가 보네. 그럼, 신안천일염이나 사러 갈까?

호새: 한 번 해본 말이에요.

돈키: 건달 생활을 칼 들고 하냐? 동가숙서가식 하며 유람하는 거지. 원래 오늘은 “님과 함께”의 왕년 스타, 미남가수 남진과 절친인 세칭 “목포 오거리 백작” 배종덕 위원장님에게 사람을 소개받기로 했어. 일정이 엇나서 휙 둘러보고 떠나려니 아쉽네.
목포 홍어 이야기부터 목포상고 운동장에서 벌어진 정치 야사 ‘사쿠라 이야기’까지, 이곳의 역사를 꿰고 있는 분이야. 아마 그분 썰을 묶으면 베스트셀러가 될 걸? 풍월에도 능해 풀었다 하면 홍어거시기도 말거시기처럼 부풀어 올라, 웃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르거든. 남이 가기 어려운 한 길을 걷고 있는 깨인 분인데, 팔자가 그렇다고 하시더라.

호새: 사람은 태어날 때 제복을 타고난다지만, 말은 어째요?

돈키: 한여름 댑싸리 밑 강아지 팔자보다, 한반도 유람에 동행하는 팔자가 낫지 않아?

호새: 토사구팽은 있어도 마팽은 없다는 거네요?

돈키: 0을 빼봐. 마패! 암행어사 출두야! 어때? 아마 당시에 검색어 순위 1위였을 버선발로 줄행랑 놓는 변학도를 상상해봐.

호새: 그런 말씀 말아요. 카메라 들이대도 이즘은 쌩까대요.

돈키: 변학도는 왜 이리 많아. 암행어사도 마패 꺼낼 생각을 도통 안하고 말이지.

호새: 성인들이 이르시길 ‘분별하지 말라’시니, 눈 감고 걍 살아요.

돈키: 아주 뚜껑 닫아주랴! 눈 뜨고도 살기 힘든 세상이니…

호새: 유달산에 오르니 어때요?

돈키: 정자가 세 곳 있더라.
‘유달’을 풍류로 생각했거든, 와보니 선비의 품을 말하나 봐. 놀 유(遊)가 아니라 선비 유(儒)자야. 그러니 정상의 정자는 천하를 둘러볼 곳이고, 중턱은 서해 바다를 바라볼 곳이지. 허니 아래턱 정자에 들렀으니 나는 목포항만 볼 수 밖에….-휘릭

아침맨: 맑은 날엔 전망이 볼 만해요. 세월이 흐르니, 해양문화재연구소로 가는 도중 보게될 삼학도와 이난영 노래비는 이제 목포의 전설이 되어 가나 싶어요.

돈키: 국도 1·2호선 기점 기념비가 근대역사관 1관 앞에 있어. 목포–신의주, 신안(목포)–부산으로 이어져 남북과 동서를 잇는 기점이더군.
오후나절 목포를 떠나며 그 기점에 서니, “목포는 항구다”, “목포의 눈물” 두 노래가 더욱 의미로웠어.

호새: 때 마춰 비가 내리네요. “목포는 항구다.” ‘A=B이다’ 아주 명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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