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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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소나타69>– 문경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호새: 고개 하나 넘으면 영남지방인가요?

돈키: 그래.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 사이, 바로 그 유명한 문경새재야. 새도 날아 넘기 힘들다 해서 ‘조령(鳥嶺)’, ‘새재’라 부르지. 하지만 그 고개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권세 높던 길이기도 했어.

호새: 문경이라면 반가운 이름이네요. 무슨 이야기가 들리나요?

돈키: 요즘이야 벚꽃은 북상하고 단풍은 남하하지만, 조선시대엔 장원급제 소식이 이 고개를 넘어 들려왔겠지. 이름 그대로 ‘문이 열린 고을’, 문경(聞慶)이라 하지 않았을까?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을거야. 옛적 토함산에서 피리 불며 신라의 영화(榮華)를 그리던 풍류객에다, 쇳물 끓여 철갑선을 만들었을 포항, ‘울산 큰 애기’ 미소를 띠며 자동차를 큰 배에 싣고 세계로 뻗어가는 울산도 있잖아.

호새: 안동, 경주, 포항, 김해… 영남의 길이네요?

돈키: 그렇지. 흥망의 역사가 고갯마루에 서려 있지. 통일신라 시절엔 도성 경주와 부도(副都) 충주를 잇는 길, 고려 때는 개성과 안동을 잇던 피난의 길, 조선시대엔 한성과 영남을 잇는 대로였어. 경부선, 고속도로가 생기며 옛 이야기가 되어가지만, 그 숨결은 아직 남아 있지.

호새: 천등산 박달재에서 박달도령과 금봉이 러브스토리 들은 게 꽤나 됐어요.

돈키: 문경새재는 러브스토리만 있겠어? 영남과 중원을 잇는 관문이라, 홍건적의 말발굽 소리, 왜군의 조총 소리, 전란 땐 탱크의 굉음까지 넘나들었을 거야. 그때마다 백성들의 통곡소리도 함께 고개에 스며들었겠지.

호새: 그런 고개를 넘느라, 한숨도 절로 나왔겠네요.

돈키: 그렇지.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로 시작하는 아리랑이 있잖아. 정선, 밀양, 진도… 이름은 달라도 그 속마음은 하나야. 님을 그리거나, 고된 삶을 견디거나, 아니면 나라를 품은 노래. 부르면 가슴이 울리고, 들으면 마음이 젖는 노래지. 아리랑뿐이겠어? 기쁜 소식도, 슬픈 소문도 이 고개를 넘어 들려왔을 테니, 문경이라 불린 게야.

호새: 유람은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죠. 문경엔 오미자 농사 짓는 지인이 있다면서요?

돈키: 그렇지. 영남엔 귀에 익은 것들이 많아. 상주곶감, 대구사과, 포항과메기, 부산자갈치, 통영굴, 거제멸치…

호새: 홍당무는 없나요?

돈키: 그건 찾아봐야지. 그래, 의령에 ‘홍의장군’이 있네. 임란시. 동해 번쩍, 서해 번쩍했던 분이야.

호새: 어디로 발길을 돌릴까요?

돈키: 글쎄, 정자며 누각도 많아. 청라언덕, 금강송 숲, 우포늪, 남해대교… 팔공산, 금오산, 산업연구단지까지. 여기저기 가보고 싶네.

호새: 요즘은 자치시대니 . 가다보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밀양아리랑 가락처럼 발길을 붙들겠죠.

돈키: 그래, 낙동강 물줄기 따라 남해까지 가보는 거야.

호새: 그럼, 청춘이 울던 영천 충성대에도 가실거죠?

돈키: 나라를 가슴에 품는다는 건 잠시라도 귀한 일이야. 내 가정 하나 꾸리기도 버거운데, 그들은 내 땅, 내 나라를 품었거든. 세월이 흘러도 그 마음은 버팀목이지. 영천에도 들러야 해. 흙바닥에 뒹굴며 흘린 땀의 가치는 잊지 말아야 할 자산이니까.

호새: 주인님, 가끔 그걸 잊으시잖아요. 발길이 흔들려요.

돈키: 그러게. 가슴 펴고 걸어야 하는데, 나를 다스리는 게 쉽지 않네. 작심이 하루니 한숨만 나오지.

호새: 자, “날 따라 해봐요, 이렇게~”
        준비됐습니까?
돈키: 준비됐습니다.

호새: 전방을 향하여! 애인 이름, 3회 실시!
돈키: (웃으며) 00아~! 00아~! 00아~~!

호새: 뭐, 애인이 그리 많아요?
돈키: 님이 꼭 연인만 님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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