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0 (금)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61>-충주호반

가을산책–미라실에서 금잠까지


가을산책–미라실에서 금잠까지

호새: 오늘은 어디로 가요? 하늘이 유난히 맑네요.

돈키: 충주호반으로 가자꾸나. 손동리 미라실에서 금잠까지, 왕복 90리 드라이브 산책길이야. 한가위 연휴 이틀째, 가을이 다정하게 손을 잡는 날이지.

호새: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그 길이죠?

돈키: 맞다. 동량면 개천안 음짓말에서 봄이면 산자락 벚꽃 터널이 10리 넘게 이어진다네. 그 길 이름이 ‘앵화십리’. 차창 밖으로 벚꽃잎이 흩날릴 때면 정말 봄이 온 걸 실감하지.

호새: 이름도 예쁘네요, “앵화십리’’. 가을엔 어때요?

돈키: 가을은 또 다르다네. 잔잔한 호숫가에 산 그림자가 잠기고, 차를 몰아 천천히 돌아나가면 탄성이 절로 나와. 오늘도 장인어른, 아내와 처형이 함께 탔는데, 다들 말이 없어. 그저 풍경에 취해서.

호새: 풍경이 음악처럼 들리겠어요.

돈키: 그렇지. 마치 가수, 시인, 화가가 한자리에 모인 듯해.
“이쪽에서 보면 섬이 여섯 개로 보인다.” 노래처럼 그 순간엔 나훈아의 <사내>가 떠오르고, 패티김의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도 흘러나오지. 거기에 최백호의 “가을에 떠나지 말아요…”가 겹치면, 호수마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아.

호새: 노래와 계절이 함께 흐르는군요.

돈키: 호숫가를 벗어나니 ‘쇠고개’라 부르는 금잠이 나와. 옛날엔 쇠가 많이 났다 해서 붙은 이름이지. 산봉우리에 하얀 구름이 걸리고, 바람이 고요하게 쉰다네.

호새: 이름도 정겹고 풍경도 그림 같네요.

돈키: 문득 조영남의 “놀던 바위는 외롭고 흰구름만 흘러간다…”가 들려오대. 화투 치다 혼나던 시절이 떠오르고, 허허.
그러다가 충주 출신 박경원 선생의 <충주호 사랑가>가 이어졌어. “구십리 호수가에 은비늘이 곱구나…” 하는 대목 말이야.

호새: 그럼 가을호수가 반짝였겠네요.

돈키: 그렇지. 그런데 그만 박상규가 나타나서 <조약돌>을 던지더라구. “여름 가고 가을이 달리는 유리창에 물들어…”  마음에 파문이 일어나지 뭐야.

호새: 참, 노래 하나에도 추억이 담겨 있네요.

돈키: 그래, 그럴수록 정지용 시 구절이 생각나.
“얼굴 하나야 손바닥으로 포옥 가릴 수 있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두 눈을 꼬옥 감을 수밖에.”

호새: 아… 충주호반의 가을이 그대로 시가 되네요.

돈키: 그렇지. 아, 충주호반이여—오늘은 그대가 열두폭 수채화로세.



 


포토뉴스

더보기

섹션별 BEST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