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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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다

 

한가위,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다
                                    글   송용호

“자식은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땅에 묻고,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말의 무게가 깊게 느껴진다.

우리 집은 대대로 제사를 중시해온 유교 전통의 가풍을 지켜왔다. 그 중심에는 엄격하셨던 아버지가 계셨다.
나는 한때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신앙의 길에 들어서려 했지만, 명절날 아버지는 단호히 말씀하셨다.
“집안의 장자인 너만큼은 종교의 자유가 없다. 제사를 모셔야 한다.”
그 말에 나는 신앙의 자유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지금은 집사람이 홀로 차례상을 준비한다. 장을 보고, 김치를 담그고, 음식을 장만하는 그 고단함을 곁에서 지켜보면 미안하고 고맙다.

요즘은 많은 집에서 명절을 간소화하거나 가족여행으로 대체하지만, 우리 집은 여전히 전통을 지킨다.
팔월 한가위는 가을 한가운데,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시기다.
그 풍성함 속에서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가족이 함께 웃는 시간이야말로 삶의 큰 축복이다.

나는 한때 줄기세포 기반 이종장기이식 기업을 운영하며 생명의 연장 가능성을 좇았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삶은 유한하며, 하루하루를 감사히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제사상을 차리는 아내를 보며 묻지는 않아도 안다.
그 정성과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이번 한가위엔 조용히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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