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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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체성

 

자유,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체성

송용호

‘자유’는 인류가 오랫동안 갈망해 온 가치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자유’는 하나의 의미로 정리되기엔 너무나 복합적이다. 영어로는 Freedom과 Liberty, 두 단어로 표현되지만, 그 본질은 분명히 다르다.

Freedom은 개인이 타인의 간섭 없이 스스로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상태다. 반면 Liberty는 사회적 질서와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때때로 자율성의 일부를 제약하는 ‘공동체적 자유’다. 오늘날 대부분의 자유주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Liberty의 개념이다.

역사의 분기점, 1987년 6월

대한민국 현대사는 1987년을 기점으로 커다란 전환을 맞이했다. 6·29 선언은 군사정부와 민주화 세력이 이뤄낸 절묘한 타협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권위주의 정권과 민주주의 세력이 평화적으로 권력을 공유한 사례는 흔치 않다. 이 타협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토양을 바꾸어 놓았다.

이 시기를 전후로, ‘운동권’ 역시 분화하기 시작했다. 1987년 이전의 운동권은 반미·통일주의·민중해방을 내세운 이념 중심의 학생 운동 세력이었다. 이들은 ‘삼민주의투쟁위원회(삼민투)’를 주축으로,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식 사회주의 모델에 동조하거나, 민족주의에 기반한 통일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들 내부에서도 두 개의 노선이 갈라졌다.
첫째는 대한민국과 자본주의를 인정하며 사회적 자유(Liberty)를 추구하는 개혁적 진보,
둘째는 북한 주체사상과 반미 민족주의를 신념으로 하는 이른바 ‘주사파’ 세력이다.

오늘날 정치권 곳곳에 이 주사파 출신 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분분하다.

2024년의 위기와 계엄 논란

2024년,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역사적 혼란을 맞이했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내부 보수세력 간 갈등에서 비롯되었고, 이로 인해 오히려 보수 진영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중대한 사태를 국민 대다수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엄의 목적도, 그 필요성도 설명되지 않았다. 정치의 언어는 국민의 언어가 아니었던 셈이다.

진화의 시대, 리더의 조건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상상 속 과학기술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이런 변화의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국가의 정체성과 지도자의 역할이다.

지도자는 세 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
첫째, 분명한 정체성. 흔들리지 않는 철학과 방향성이다.
둘째, 정직함. 신뢰를 잃은 리더는 결코 국민을 이끌 수 없다.
셋째, 비전과 통합의 능력.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묶는 힘이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의 많은 국민은 정치보다 삶이 우선이다.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이념은 사치일 수 있다.

끝으로

우리는 지금, 큰 전환점에 서 있다. 과연 자유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가? 이념에 기대 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국민을 따뜻하게 품고 미래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를 고민할 때다.

그것이 단지 나만의 바람일까? 아니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두 바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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