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15세기, 명나라의 황제 영락제는 바다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본 인물이었다.
그는 국력을 과시하고 해상 교역을 장려하고자, 환관 정화(鄭和)를 대장으로 임명해 전례 없는 규모의 대항해를 감행한다. 240척의 선박, 2만 5천 명의 인원을 이끌고 아시아 ,중동, 인도, 아프리카까지 7차례에 걸쳐 항해를 이어간다.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해양 원정이었다.
하지만 영락제가 세상을 떠나자, 새로운 정권은 배의 설계도를 불태우고 항해 자료를 폐기했다. 정화(鄭和)의 탐험은 역사 속에 묻혔고, 명나라는 해양 진출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 되었다.
이 결정의 결과는 뼈아팠다. 바다로 나아가지 못한 명나라는 북방 여진족 청나라에 의해 멸망했고, 그 뒤를 이은 청나라도 서구 열강의 해양력 앞에 홍콩과 마카오를 빼앗긴 뒤 몰락의 길을 걸었다. 결국, 바다를 소홀히 한 제국은 하나같이 쇠락했다.
역사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다.
지정학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던 이 작은 반도국가는, 해상 물류와 교역을 기반으로 세계 10위권의 무역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
서해안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갯벌이 넓고 수심이 얕아 대형 선박이 정박하기 어렵고, 남해안은 다도해가 많아 좁은 해역의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지리적 현실로 인해, 자연스럽게 대규모 항만과 산업단지는 동남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부 정치세력은 이러한 필연적 입지 선택을 "지역 차별"로 몰아가며 갈등의 불씨로 삼았다. 영남과 호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은 뿌리가 깊고,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지역 감정 조장’은 이제 하나의 정치 전략이 되어버렸다.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국민까지 나뉘어 싸우게 만든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정치는 국민을 갈등하게 만들기보다, 조화롭게 이끄는 예술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갈등을 만들고, 대결 구도를 조장하고, 반대 진영을 적으로 규정하는 데 주력한다. 승자 독식, 권력의 사유화는 과거 왕조의 정치와 다르지 않다.
이제 우리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정말 바다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 이 나라는, 사회는, 그리고 개인은
과연 다시금 항해할 힘과 통찰을 갖고 있는가?
더 이상 지역을 나누고, 국민을 갈라서는 안 된다.
좁은 국토에서 더 큰 가슴으로, 더 넓은 꿈으로
세계라는 대양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15세기 명나라는 바다를 포기했고, 그 결과 쇠락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바다를 통해 성장했지만,
이제 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지혜와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곧 한가위 명절이 다가온다.
흩어졌던 가족이 모인다.
따뜻한 정(情)을 나누며 웅비(雄飛)를 힘차게 펴자.
다섯바다 물을길어 먹을 갈아라 피보다 진한정성 우러나오니 ~
세계를 지향하는 꿈을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