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6 (토)

오피니언

<한반도소나타32>-소나기 마을

징검다리 로맨스


징검다리 로맨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오늘은 어디로 가요?

돈키: 서종면 오복집. 여기서 스무 리 남짓, 여유로운 길이야.
왼쪽으론 강변 풍경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론 초목들이 눈길을 어루만져 주지.

호새: 길마저 운치가 있네요.

돈키: 서종대교 지나고 경춘고속도로, 노문삼거리를 건너면 도착이야.
가다 보면 ‘소나기 마을’ 표지판이 눈에 들어오지.

호새: 황순원 선생님 『소나기』…
소년과 윤초시네 증손녀의 이야기, 그 마을이군요?

돈키: 그래.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동네 어귀 우물가처럼 마음에 서성이곤 하지.
단테는 “지구를 움직이는 힘은 사랑”이라 했지만,
나는 우주를 움직이는 것도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해.

호새: 그러고 보니 요즘 노랫말도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네요.

돈키: 맞아. 누구나 가슴에 묻어둔 그 순정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지.
동창회만 가도 러브스토리로 웃음꽃이 피잖아.
누가 누구를 좋아했네, 창문 너머로 바라봤네…
그런 이야기에 다들 다시 소년, 소녀가 되는 거야.

호새: 듣기만 해도 미소가 번지네요.

돈키: 세월이 흘러 자식을 낳고 어른이 되었어도
그 시절의 순정은 여전히 살아 있지.
징검다리, 섶다리, 뒷동산…
잃어버린 줄 알았던 마음 조각들이
이곳 ‘소나기 마을’에서 다시 날아와 안기거든.

호새: 그러니 여기선 누구라도 주름살이 펴지겠네요.

돈키: 그렇지. 도심의 피로한 심신 위에
때 아닌 봄비가 내려 가슴을 적시니,
진달래꽃 망울처럼 뭉클한 새순이 피어나는 곳이야.

호새: 스쳐가는 사람들 얼굴이 환한 걸 보니,
혹시 윤초시네 증손녀를 떠올리며
주머니에 호두를 챙겨온 게 아닐까요?

돈키: 글쎄, 아마도 행복했던 그 시절이 그리운 거겠지.

호새: 이번 동창 모임엔 호두 주머니 꼭 챙기세요.
혹시… 그녀도 나오실지 모르잖아요.

돈키: (웃으며) 그래,
그날 징검다리 위에서 다시 소나기를 맞게 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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