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요술램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호새: 와, 바닷길 따라 달리다 보니 여기 화성호 안길이네요. 그런데 저기 보이는 게 현대자동차 연구소 맞죠?
돈키: 그렇단다. 원래는 바닷가였는데,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뭍으로 변했지. 그런데 그 땅 위에 세계 자동차 문화를 이끄는 두뇌들의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으니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구나.
호새: 화성에 자동차 관련 시설이 꽤 많네요?
돈키: 마도에는 성능시험장이 있고, 우정에는 기아자동차 공장, 그리고 남양에는 현대·기아자동차차 연구소가 있지. 마치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반도체·IT 기업으로 가득하듯, 화성의 남서부 지역은 자동차 산업으로 가득하단다. 그래서 나는 인근을 **모터밸리(Motor Valley)**라고 부르고 싶어.
호새: 모터밸리라… 멋지네요! 그런데 왜 하필 글제가 알라딘 요술램프예요?
돈키: 요술램프처럼 연구소에서 새로운 모델이 ‘펑! 펑! 펑!’ 하고 터져 나오잖니. 알라딘 램프에는 자동차가 없었지만, 이곳 화성에서는 세련된 자동차가 튀어나와 지구촌에 인기짱이잖아. 창조의 즐거움이란 정말 대단하지 않니?
호새: 그런데 방조제 공사로 사라진 포구들도 있죠?
돈키: 맞아. 호곡선창, 왕모대 같은 옛 포구들이 사라졌어. 아쉬움은 크지만 산업화 시대의 변화라 여기고 위안을 삼을 뿐이야. 그탓에 바닷가 마을의 삶과 문화도 크게 변했단다.
호새: 예전엔 윷놀이 상품이 황소였다던데, 요즘은 자동차가 경품으로 나오네요.
돈키: 그렇지. 그만큼 시대가 바뀐 거야. 이제는 화성이 모터밸리에 걸맞게 품격 있는 자동차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교통문화, 주차문화, 자동차 레저문화… 이런 것들이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어 선도해야지.
호새: 그런데 화성에 자동차 관련 학과가 없는 게 좀 아쉽네요.
돈키: 바로 그거다. 산업이 이렇게 발달했는데, 지역내 고등학교와 대학에는 자동차 학과가 없다니 큰 숙제지. 옛날 정주영 회장이 “해봤어?” 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정신이 이곳에서도 이어지면 좋겠구나.
호새: 오, 광고 카피 같은데요. “궁평낙조 속의 해변 소나타!” 이런 자동차 광고 화보가 나오면 멋질 것 같아요.
돈키: (웃으며)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니? 해당화 피던 꽃동네 남양반도에, 이제 자동차 문화의 꽃까지 피운다면 화성은 진정한 모터밸리가 되는 거야.
호새: 아버지, 근데 예전 차 얘기하시던 세피아Ⅱ… 아직도 그리우세요?
돈키: (잠시 묵묵히) 15년을 함께 달렸던 애마였지. 이제는 간 데 없지만, 잃어버린 사랑처럼 마음이 짠하더구나. 요즘은 운동도 할 겸 대중교통을 쓰지만, 가끔은 네 엄마 차 K3를 빌려 타기도 한단다.
호새: 자동차는 그냥 기계가 아니라, 가족의 추억이기도 하네요.
돈키: 그렇단다, 호새야. 화성의 모터밸리도, 우리 가족의 자동차 이야기도 결국은 삶의 풍경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