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절과 곡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꽃피는 날에 봄비는 필연이려. 그새 바람결에 하르르 꽃비따라 님이 가셨나? 그리 환히 마중하던 아파트 앞 하얀 목련꽃잎이 머리 싸맨 채 길가에 드러누웠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자”고 애처로운 모습을 어루는 눈길마저 시리다.
오늘은 기독교의 최대 축일인 ‘부활절’이다. 또한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 ‘곡우(穀雨)’이자 ‘장애인의 날’이다.
부활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전통 중 하나가 '부활절 달걀(계란)'이다. 달걀은 무덤을 깨고 부활한 예수를 상징하는 동시에,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뜻하기 때문에 기독교 신자들이 서로 달걀을 나누며 부활의 의미를 되새긴다.
‘인간의 구원’이란 무거움을 살짝 비켜서 글말을 늘이면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데미안>에게도 뻗어날테요, 우리네 마음에 생활보감으로 새긴 ‘줄탁동시(啐啄同時)’-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안팎에서 새끼와 어미가 서로 쪼아야 한다-도 언뜻 생각날게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들어선 깨달음(覺今是而昨非)이 바로 우리네 범부의 부활인가도 싶다.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나섬이나 새로운 출발의 다짐한 변화가 따르니 말이다.
동백꽃 피고나면 이어 피던 매화, 개나리, 진달래…, 들이 뒤엉켜 피는 게 마치 이즘 세상의 모양새 같다. 이상기후 탓인가? 온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니 어찌 봄꽃인들 제정신이 있으랴! 휴일날 상상의 유희가 봄처녀 제 오신 황구지천 푸르른 뚝방(草木欣欣以向榮)길에 한껏 자유롭다.
만물이 제때를 맞아 즐겁게 할(善萬物之得時) 곡우(穀雨)인지라 ‘부활절’과 ‘장애인의 날’에도 어울린다 싶어 그 의미를 곱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