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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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띄우는 편지352(4월 9일)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글제는 어느 종교단체가 마련한 전시회다. 여의도 의사당 대회의실에 마련된 <대한민국, 과연 어디로 가는가?> 주제의 강연장 입구에서 만난 어느 분의 안내로 며칠 후에 관람했던 감상글이다.

 

‘어머니’, 계집 아이가 태어나 여자로 성장해 새 생명체를 우주공간에 탄생시킨 후 불리는 여인의 별칭,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말이겠다. ‘우리 어머니’ 대신 ‘내 어머니’가 살가운 말인가도 싶다. 이 세상에 둘도 없는 ‘나’를 낳으셨으니 말이다.

 

살아 생전 당신 모습을 허공에 그리자니 마음이 시큰하다. ‘어머니’란 말에의 끌림은 성스러운 울림이려. 그런 <어머니 사계>의 스케치다.

다정한 봄이오면 맨발인 채 몸빼바지에다 흰 두건을 두른 채 앞산너머 산다랑치 밭에 앉아 아침나절부터 해저물녘까지 호미질하시던 흙의 디자이너요, 장마비 쏟아지는 여름날엔 찐 옥수수.감자.부침개로 자식새끼 허기를 달래주시던 일류 요리사다. 풍성한 환한 가을날엔 도리깨로 콩대를 두들기며 흥겨운 장단가락 을러대던 성악가요, 문풍지 울어대는 까만 겨울밤엔 이불 시침질 하시던 침선가다. 철따른 내 어머니 모습이자 세상 모든 어머니들 모습인게다.

 

분주한 일상을 탓하지만 ‘내 어머니’와 시간 여행을 생각하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한동안 시골동네 잿마당에 서성대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눈길에 닿은 옛스런 아궁이, 가마솥, 반짇고리, 호미, …,등등 반가운 어머니의 모습이 후두둑 때 아닌 빗소리처럼 기억 저편에서 다가선다.

나들이를 하실 땐, 방안을 휘이 둘러본 후 거울에 뒤태를 살피시던 어머니, 고달픈 인생길을 구비구비 돌아들며 자식 생각에 수 없이 “아리아리 아라리오” 부르며 목이 메었을 ‘내 어머니’, 주어도 주어도 넘쳐나는 터질듯한 사랑, 채워도 채워도 끝없이 그리운 저편에 계시기에 맘속으로만 크게 불러본다. 어머니~

 

‘내 어머니’를 그리며 환희를 맞게 한 전시회다. 기획.주최한 단체와 봉사하는 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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