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거든 제대로 우소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치매와 질병이 겹쳐 ‘고희’ 나이에 이승을 떠나 주변에 안타까움을 남긴, 친지의 장례식에 이른 아침 다녀오며 한 생각에 붙들렸다. 고인이 그간 살아오며 조용히 베푼 마음씨에 여러 친지들이 모여 슬픔을 공명한다. 빈손으로 빈손으로 왔다가는 인생이라지만, 삼가 고인의 궤적을 수채화로 비유하련다. 70년간 손.발,몸짓으로 그려낸 그림을 감상하자니, 때론 봄날의 목가적 전원의 스케치요, 여름날 장대비에 쓸려내린 토사에 멍한 눈길을 허공에 묻은 시간이 몇년이던가? 어찌, 어둔 색으로 붓칠하랴! 누런 알곡 자식농사로 가을햇살에 허리굽은 환한 미소도 화판에 피어났건만 아, 이 안타까움은? 겨울들판의 텅빈 멋을 활짝 펴지 못한 채 이른 이승에의 떠남이겠다. 떠난 빈자리에 소복히 쌓이는 당신의 뒷이야기가 고고성에서 눈물울음까지 이은 열두마당 판소리요, 별부스러기 육신이 대자연과 어울려 빚어낸 교향곡이리. 이순간, 귀한 몸 태워 하늘/대지로 고향길 나서니 마중하는 이 누구며, 배웅하는 이 뉘신가? 그대여, “갈래면 가지 왜 돌아보오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 하나요” 이승에 미련두지 마소서! 생자여, 울려거든 제대로 우소서! 소리낸 울
걸음걸이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걸음걸이는 “몸무게나, 키, 나이, 지형, 짐, 문화, 힘, 신체에 따라 다양하며 사람의 평균 속도는 한 시간에 5킬로미터이다. 걷기는 달리기 보다는 느린 걸음걸이다.” 오랜만에 냇둑을 걷는다. 몸고장으로 세다리로 걷다 드뎌 두다리로 풀냄새 그득한 천변길을 걷노라니 이 기쁨 무엇에 비견하랴! 돈다리(?)탓에 꽤나 아픈 나날을 보냈기에 거리에 오가는 걸음걸이에 눈길이 난다. 아가의 아장아장에서 노인의 쉬엄쉬엄에 이른 걸음걸이가 삶의 궤적- 토도독거리는 유소년, 휘이익 나르는 청년, 관조하는 장년.노년의 발길-이지 않은가? 기고, 걷고, 뛰고, 날으는 인생 마당놀이가 흐르는 세월따라 시나브로 저무는 날처럼 고요해가니 말이다. 인류는 700만년전 직립보행을 했다니 이는 문명사 발달에 한축일게다. 하여 “... 이리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 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입 속을 보자, 아매도 내 사랑아 …” 멋진 판소리 사랑가도 태어났을테다. 꿈 실은 <날개>- “일어나라 아이야 다시한번 걸어라”-를 펼치고,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하숙생이 우리네 삶일지니, 걷기의 중요성을 일깨운 어느 책의
능소화 시인/우호태 지난 토요일 지역내 작은 음식점에서 평소 알고지내던 선배님의 칠순전치가 열렸다. 칠순,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당나라 시성 두보의 말이 무색할정도의 팔팔한 선배의 모습이다. 늘상 지역봉사를 해온 터라 아름아름 찾아온 축하객들로 식당안이 붐볐다. 인사와 축하 말씀을 이어 어디 잔치날에 신명나는 노래가 없으랴! 여러 분들이 흥을 돋우니 시골스런 현대적 놀이마당이 한바탕 펼쳐진다. 오호라! 녹슬은 목소리이건만 들이댄 마이크에 박경원 선생이 부른 <만리포사랑>, 구십리 뱃길에 고운 은비늘 물결을 수놓고, 이은 노래는 ‘백수”에 이르는 건강한 삶을 기원하는 아이러니하게 쟈니리의 <뜨거운 안녕>이 홀에 퍼졌다. 돌아오는길 천변길을 달리며 “신고산이 우르르…”, “석탄 백탄 타는데 연기만….” 듣노라니 가슴 한켠에 젖어든 가락에 듣는이 없어 목청돋워 맘껏 노래(?)를 불렀다. 그날의 끈이 이어져 어느 지인의 절절한 인생고개인 추풍령의 한많은 능소화 사연을 전해와 옮겨본다. <능소화> 그리워 그리워라 따스한 님의 손길 뜨거운 님의 숨결 천리길 떠나셨소 만리길을 떠나셨소 울다울다 지친 이내 몸 눈물꽃을 피옵니다 서러워 서러워
‘습관’에 대하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왠지 어감이 콘크리트화된 네모난 공간으로 들어선 느낌이 드는 ‘습관’이다. 습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격언중에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으뜸일게다. 이어질 속담은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이겠다. 어릴적에 방정한 품행을 위해 부모님, 동네어른, 초교 선생님들께서 들려주시던 말씀-반찬을 골고루 먹어야지, 바르게 앉거라 …., 등 식습관과 자세습관의 기초 가르침이겠다. 하여 초교졸업시 수여하는 우등상장- "품행이 방정하고 학업 성적이 우수하여 이 상을 줌”-의 글귀에도 ‘품행의 방정’이 학업성적의 우수함보다 앞서 강조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린시절에 ‘품행 방정’이 채 읽혀지지 않았으나 긴 삶의 행보에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러준 가르침일게다. 아침식탁에서 아내의 잔소리가 어제 오늘이 아닌 탓에 고벽(痼癖)이 되어버린 내 습관을 생각하며 글을 짓는다. 여섯마디 중반까지 내게 길들여진 습관 중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무얼까? “…..밖에 나가서 놀아라, 많이 먹어야 힘을 쓴단다, 책을 많이 읽어 보렴, 생각하고 말하는 거야,.......” 누구나 한번쯤 부모님, 선생님, 동네 어른, 상사에게 들었던 입말이요 뒤적인 책들에서 여운이
심야수상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쏜 화살처럼 아침나절이 날았다. 제3회폰영화제 준비하느라 교육, 홍보, 연출, 언론, … 등의 관계자들과 소통하다보니 점심을 맞았다. 오후나절도 쌩하니 달렸다. 결혼해 여태껏 살아온 집의 이사준비로 공인중개사, 세무사, 동사무소, .. 등에서 필요 절차를 밟다 보니 그새 햇살이 눅는다. 저녁나절은 가족울내의 정담이 한가로이 걷는다. 10여년전 작고하신 아버님 추모일이라 형제들이 모여 앞산, 안골, 곶장대, 미륵골, 허벅머리, 지게, 삼태기 …등 고향의 곳곳에 서린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다 보니 사방이 진즉 어둠에 잠겼다. 집에 돌아와 이생각 저생각에 잠못들어 하다, 빗소리에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섰다. 맘이 촉촉하다. 커튼을 걷고 창밖을 보자니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과 어울린 짠한 영상이 순간 스친다. 핸폰을 켜 ‘불멸의 가수’라는 배호가 부른 <안녕>으로 조용히 밤비 마중이다. “.....빗속에 젖어 서글픈 가로등 밑을 돌아서며 남몰래 흐느껴 울며 안녕”하며 흐르는 때맞춘 심야곡이 제멋에 제맛을 낸다. 모처럼 맞은 행운(?)으로 심야의 산책이다 과연, 노랫말 주인공 그니가 후회도 울지도 않았을까? 호숫가 찾아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제69주년 현충일 추모식장에 새긴 슬로건이다. 빼앗긴 국권을 찾으려, 자유평화를 지키려 희생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어찌 몇줄 글로 그 고귀한 희생을 기릴 수 있으랴만 희생된 유가족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겠다는 대통령께서 밝힌 추념사가 새삼스레 큰 울림이다. “선배님, 올해는 작년과는 달리 공공기관이 조기를 다 달았네요. 내년엔 현충일만이라도, 때도 없이 이벤트 행사처럼 자신의 이름을 다다닥 내다거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처럼, 거리나 아파트에 게시되면 좋겠어요.” 늘 발품을 파는 언론사에 근무하는 지역 후배의 현장에서의 전언이다. 필자도 아침 늦게 베란다에 조기를 게양한지라, 후배의 말에 뜨끔하여 10시 정각 동부출장소에서 울린 사이렌 소리에 정성스레 묵념을 했다. … <6.25참전 학도병을 추모하며> 가까이 멀리에도 총소리가 들릴려나 포성이 멎은 산야에 풀벌레 소리 찌르르... 소쩍새 소쩍 소쩍꿍… 달빛은 휘영청 밝은데 철울 두른지 일흔 해 모로 누워 있어도 그날이 아프다 가신 님들 누운 곳에 노랑 애기똥풀 지천일까 하얀 망초꽃도 피었을까 두고 간 고향
00대 당구페스티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모교 정외과 동문회 살림을 맡아, 모임 활성화를 위해 모교 인근 당구장에서 개최한 미니 당구대회다. 개최 알림을 위해 모바일 포스터 제작, E-mail 공지, 핸폰 접촉, 실내 현수막, 선수 어깨표식, 참가명부, 시범경기 등 나름 정성을 들인 탓에, 73학번 선배기수를 비롯 2021학번 재학생까지 6개기수가 모였다. 당구경기는 사각 퍼런 마당위에 빨강, 노랑, 하양색의 작은 4개의 지구를 큐대로 밀고 당겨가며 시.공간을 어루는 대회다. 목표물을 향한 예리한 눈빛, 큐대와 어울린 몸자세, 사각 모서리와 부딪는 지구(?)의 동선, …, 정신집중이 요구되는 경기다. 고도의 두뇌 회전이 요구되는 놀이인 탓에, 속칭 물다마 50이다보니 필자의 학창시절 학점이 낮은 이유인가도 싶다. 경기의 규칙도 채 알지 못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초빙선수가 선보인 지구(?)의 충돌 후, 스핀을 보며 감탄 감탄이다. B.C400년경 시작한 당구역사를 감안해보니 그 유명한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 알베르트 아이슈타인 등 물리학자들이 당구놀이 했다면 아마도 코펜하겐 해석(양자역학의 해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거란 한낮에 몽상이다. 생명체의 고
<정담만리>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글제는 장교출신 동기들의 모임체 활동명칭이다.태안반도 사목공원- 학암포-만리포까지 솔밭길을 걷는 공간이동 프로그램이다. 해변가 산책, 갯펄경험, 음식체험,…, 등이 도심생활의 꽉찬 청바지를 벗어내고 헐렁한 삼베옷의 여유라고 할꺼나. 필자도 트래킹을 좋아하고, 수 년 전 북한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을 돌며 <한반도소나타>란 제호로 기행글을 지방지에 연재 및 출간한 경험으로 설레이며 참가를 희망했으나, 급작스레 고관절 이상으로 ‘두 다리’가 ‘돈다리’ 상황에 처해 저 카톡방에 올라온 동기들 모습을 시청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퍼뜩 스치는 노랫말 공간 이어달리기다 .40년전 후보생시절의 새김질이 ‘정담만리’란다 허니 <정담만리>도 인간사에 등장할만도 하겠다. 제비는 ‘구구만리’ 머나먼 길 날아가고, ‘구만리’ 장천을 나는 대붕이요 인향도 ‘만리’라 한다.‘ 천리’ 타향을 헤메는 발길에다 낙동강 ‘칠백리’ 물길, 서정적 “외줄기 밀밭길에 남도 ’삼백리’가 어울면 ‘십리’ 밖까지 잦아들 섞어도는 물소리는 어떠려나?새삼스레 이따금 흥얼대던 노래들이 놀라워라. 오호라! 남해에 “그림같은 ‘삼백리’ 한려수도
여주세종마라톤대회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달려라! 달려! 힘차게 달려! 이른 아침 문을 나섰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3명 친구들 응원하기 위해서다. 아침 기운이 상쾌하다. 문을 나섬은 설레임이다. 누군가와의 만남이며, 만남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하프코스 참가 선수들이 떠나고 <오, 필승 코리아!>, “뛰어라 내 다리야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추임새에 이어 오늘 생일을 맞은 참가자를 위해 생일 축하곡이 울리고 10km코스 참가선수들이 출발이다. 여주! 수려한 남한강, 도자기 축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을 모신 영릉, 나옹, 원효 등 고승 대선사들과 유관한 신륵사, …, ‘행복도시 희망여주’의 땅을 울리며, “여주를 새롭게! 시민을 힘나게!” 슬로건아래 아침을 달린다. 드뎌 5km 코스와 참가선수들이 달려나간다. 뒤이어 휠체어를 탄 선수들도 천천히 운동장을 돌며 오늘 기념을 위한 본부석 앞 한컷이다. 현장 크로키다. 형형색색의 모자와 유니폼에 알몸을 가리고, 주먹을 쥐고, 제각각의 폼과 맘으로 한발 한발 앞으로 앞으로다. 필자도 마라토너였기에 어느정도 달려가면 구름타고 나르는 기분, 턱까지 차오르는 헐떡임속에 들어서는 환희, 완주 후에 찾아온 성
불기2568년 부처님 오신 날/스승의 날에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창밖의 날씨가 화창하다. 거실에 누운 햇살이 환하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요 스승의 날이기도 하다. 더구나 스승의 날 제정은 세종대왕 탄신일에 연원한다니 뜻 깊은 날인게다. 기원전 6-5세기경에 태어난 붓다의 가르침 요체는 “ 누구든 깨달은 자, 각자(覺者)가 될 수 있다”는 거다. 그 말씀을 보따리하면 “스스로를 등불 삼아 진리에 의지(自燈明 法燈明)하며 살아라”이겠다. 사족을 달면 인류사에 영원할 무차등의 세계관과 인생가르침이니 우러름이 영원하겠다. 지구촌 젊은이들이 K-POP 영향으로 곳곳에 한글 배우기가 열풍이란다. 들여보면 성리학 주류사회(양반사회)에 만연한 당시에 사대주의를 타파하고자 세종대왕도 ‘자등명 법등명’하여 무차등의 세계관을 실천한 셈이겠다. “스승의 날”이 연원하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동기가 “어린 백성이 쉽게 익혀 소통하도록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의 스승은 인류보존의 사명감으로 한평생을 보내신 바로 부모님들이다. 하늘같은 그 은혜, 어찌 잊으리오!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목이 메인다. 노랫말에 표현한 것 처럼, 일주일 전 어버이날은 자식을 위해 가이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