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오분전(開板五分前)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머리도 꼬리도 없는 혼란스런 세상사에 어느 지성인의 글말이 글판에 올랐다. 점잖게 ”개 소리에 대해 공부합시다”로 글제를 붙였으니 세상이 ‘개판’이란 말씀이다. ‘개판’은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우리의 슬픈 역사 6.25전쟁시 피난생활의 편린이다. 본래 밥솥 뚜껑을 여는 게 ‘개판’의 의미이나, 하루 한끼의 식사를 무료급식소에 의존하던 피난민들이 배식시간(개판) 전에 순서를 먼저 차지하려 소란과 무질서가 일어나니 ‘개판5분전’이 혼란의 상징으로 변용되었단다. 허나, ‘개판’하면 제 주인에게 충성하는 누렁이가 연상되는지 동향의 멍멍이도 웃을 일이다. 개 만큼 대접받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젠 “개 만도 못한 놈”이란 상스러운 욕도 그리 심한 비어는 아닐게다. 어린날 자식새끼 업어주던 내 어미 정성 만큼이나 보듬고 있는 애견들이 지천이요, 나라에서 혈통까지 관리하는 명견도 있으니 말이다. 비싼 먹거리에 오색 치장이요 고급 향수 수발은 기본인게다. 눈물로 장례식도 치른다니 “오뉴월 답싸리밑 개팔자”란 옛말이 생소하랴! 이상기후 탓일까? 장닭 대
애호박과 새우젓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밭 가을걷이도 끝물이다. 아침 식탁위 접시에 담은 애호박새우젓 볶음이 입맛을 돋운다. 어릴적 울타리나 밭두둑에 그리 흔히 보았던 애호박이건만 이즘엔 날개가 돋아 시장보기가 쉽지 않단다. 여름내 맴돌던 ‘국수와 전’에 곁들여지는 녀석이요 그맛이 이품은 되기에 연실 입에 들인다. 새우젓! 조금만 넣어도 짠 맛이 배어나 음식 맛을 어우른다. 애호박과 새우젓의 궁합이 제격이란걸. 선조들은 어찌 알았을까? 어느 해인가 동네 장년친목회에서 고군산열도의 비응도에 다녀오는 길에 나름 유명세를 지닌 강경 젓갈시장에 들렀다. 너도나도 새우젓갈을 파는 점포에 발길이다. 맛보기 권유에 못내 한 통이 두 통이 되어 양손에 들린 생필품 새우젓이다. 귀에 익은 마포나루와 강화도 새우젓 축제에도 한번 가볼 일이다. 뒤적거리니 “새우젓의 종류는 주로 어획 시기와 종류에 따라 나뉘며, 대표적으로 오젓, 육젓, 자하젓, 추젓, 동백하”가 있단다. “평생 굴곡이 심하여 고생을 많이 한다”는 ‘새우눈’이란 속설 탓일까? 액땜의 생활방편으로 맛난 먹거리로 진화되었나도 싶다. 김장김치 담글 때나 즐겨 찾는 순이네 순대국에도 새우젓이 들어야 입맛에 제격이지 않은가
지팡이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영화제에 출연한 분들의 정리를 위해 밖에 나서다 이내 집으로 발길을 돌려 지팡이를 챙겨 들었다. 균형이 잡히지 걸음걸이에 도움이 되는 녀석, 그만 놔도 될 것 같은데 한번 엎어져 혼이나 자꾸 의존하니 습관이 되었다 싶다. 노인, 환자, 장애인, 걷기 힘든 분들이 의지하는 제3의 다리이나 실은 양복입은 신사의 제멋에도 한몫을 한다. 몸 지지대이자 멋의 보태미요 상징물이기도 한 지팡이, 어쩌다 못된 놈 혼내려 등짝을 후려칠 때도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에 등장하는 지팡이 얘기에 호기심이 인다. 개울 건널 때, 돌다리 두드릴 심청의 아비 심봉사의 지팡이는 마치 세상을 살피는 내 맘의 눈인거다. 고목에 새순이 돋는다지만 ‘마의태자’가 “용문산에 지팡이를 심었더니 가지와 잎이 나고 열매가 맺기 시작하여 오늘날 나이가 천년이 넘어” 웅장한 모습이라니… 어쩔거나! 한 마리 뱀이 휘감긴 지팡이는 의술의 신인 그리스 영웅 아스클레피오스의 상징이요, <채플린, 지팡이를 잃어버리다> 연극에 지팡이는 버팀목을 잃고 헤매는 우리 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상징성이 매우 흥미롭지 않은가? 허면 “어떻게 태어났나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야시장에서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내에 야시장이 열렸다. 며칠전부터 관리사무소에서 야외주차를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하라는 방송과 함께 엘리베이터내에도 알림지가 붙었다. 아파트단지를 순회하는 장터라 입주자 대표회에서 협의된 사안인지 장터운영이 원만하다. 각설이 타령이 있다는 귀 울림에 이사온지 3달여 지나 이웃과 얼굴 인사라도 할겸, 저녁후 불빛이 모인 장터에 나섰다. 거주동의 현관 앞에 입체영화체험관을 시작으로 다람쥐그네, 인형맞추기, 아이스크림코너, 핫도그, 치킨코너, 호떡, 음식장터, 악기와 출연자들이 사용할 소품이 놓인 무대, …, 등 정문까지 텐트가 늘어서 나름 간이 장터답다. 재잘되며 이리저리 몰려오가는 아이들이 야시장터의 멋에 한웅큼 보탠다 싶다. 호객을 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품바의 각설이 타령일게다. 신나는 몸놀림에 궁채와 열채가 어울린 가락이 모여든 사람들의 눈길을 도리도리해 절로 어깨가 들썩이며, 품바의 시대를 꿰는 걸진 퓨전 입말과 구수한 노랫말은 소화제려니 너나 나도 귀를 쫑긋하게 된다. “어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저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오랜만에 그맛을 귀에 담으려 앉았는데 “그님은 오지 않고” 주욱 늘어선 텐트내
황구지천 천변기행10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코스모스 피는 길> 첫 소절이다. 오전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와 제1회화성영화제 준비하느라 그간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겸 오후나절 들길로 나섰다. 탁트인 전망에 맘이 절로 환하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가을길이다. 토끼꼬리 만큼 짧은 햇볕이라 평생지기 멋진 포즈를 연실 폰에 담는다. 실바람에 하양, 빨강, … 서너색이 어울려 길가에 한들한들하다.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신의 조화려나? 꽃잎 중심부에 여린 빨강색이 그 밖으로 하얀색감이 꽃잎새를 물들였다. 대칭과 배열의 질서가 정연하니 우주의 섭리인가보다. 화산동 사회단체가 가꾼 코스모스길, 자주 이 길을 걷는 까닭에 여러분의 정성에 감사드린다. 누구를 기다리나? 조그마한 보랏빛 나팔꽃, 애기똥풀 노란꽃들이 풀섶에 빼꼼히 내밀어 있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가을 천변길에 하양 망초꽃과 둥근잎유홍초의 분홍꽃들도 군데군데 피어있어 산책을 마중하는 친구들이다. 장다리 억새와 갈대는 사내 마음을 아는지 바람결에 늘씬한 제몸을 흔들며 다정한 눈길을 끌어간다. 휘익 휘익 자전거들이 곁으로 지나간다. 주변 갈풍경을
제1회화성영화제를 마치고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이른 아침 후배와 함께 제부마리나 광장으로 차를 몰았다. 경기일보사와 공동 주최하고 영협화성지부가 주관해 수개월 준비해 온 ‘날아라 푸른 창공으로 푸른 바다로!’ 제1회화성영화제가 마련된 장소다. 시상식장 설치하느라 관계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바닷가에 음향이 갖춰진 LED 전광판이 솟은 대형 트럭이 광장 중앙에 자리한 훌륭한 야외무대다. 제부도는 물길이 하루에 두 번 열린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통행이 가능해 행사일에 안성맞춤이다. 밤과 실내에서나 가능한 행사가 낮에도 영상을 볼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왕년의 스타와 신예 감독들, 언론인, 예술인, 시민의 발길에 제부도 갈매기들이 너울너울 환영의 날개짓이다. 한분 두분 자리를 채우자 식전행사인 색소폰, 난타, 무용공연이 펼쳐져 바닷가에 이색 볼거리 등장이다. 바다섬 영화제, 화성영화제다. 여객기의 항로인 듯 높푸른 하늘에 여객기가 남쪽으로 날아가고 한편에선 북쪽으로 날아간다. 107편 응모 작중 14편의 입선작과 남.여주연상, 특별연기상(아역) 3명의 배우가 수상하는 행사장에 붉은 카펫보단 파란 하늘 지붕과 잔잔한 검푸른 바다 휘장이 둘러져 있어
황구지천 기행9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어느 소설속에 등장하는 부부의 대화내용이다. “여보, 의사선생이 뭐라고 말씀하셔”. “응, 안정을 취하면 곧 나아진대”. “그래, 이즘 당신 너무 직장일로 신경이 예민해져서 그럴거야”. 안정,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지면 몸이 알아서 눕는다. 고속으로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것은 그에 못지 않은 멈추게 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거의 반년간 몸고장으로 시달리고 벌여 놓은 일처리를 위해 쉼없이 비탈길에 몸을 굴린 탓에 몸이 쳐지고 말도 어눌해진다 싶다. 저녁나절 천변길에 나섰다.물가 채 푸르른 풀섶에 눈이 시원해 맘도 차분해진다. 곁에 걷는 평생지기에게 누런 낙옆과 푸른 잎새 중 어느 것에 맘이 편해져 물으니 “난 푸른 잎이 좋아” 답을 한다. “우린 집밖에 정서안정제가 지천이니 이곳이 낙원인거네” 응대하니, “그럼, 집안에 나는 상비 안정제네?”. 때를 맞췄을까? 겉치레 말보단 해질녘 천변가 하루살이들이의 생존전략의 군무가 시야를 가려 “어휴어휴” 손을 내저으니 말이다. 노을지는 텅빈 논배미 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콤바인에게 밑둥이 잘린 벼포기 자리에 따뜻한 날씨 탓에 푸른 잎이 한뼘이나 솟아나 있어 수년내로
578돌 한글날을 맞으며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여기저기 글을 보내랴 확인하랴 왼종일 컴퓨터, 핸드폰과 씨름을 했다. 소나기에 물이 불어나 우당탕 흘러 내린 후 휑한 계곡처럼 텅~빈 맘이 든다. 예전엔 종이 위에 펜으로 글을 쓰려면 손마디와 어깨가 저릿저릿 했건만 이즘엔 컴퓨터 자판위에 손가락을 다다닥거리면 A4용지 몇장 정도 분량은 쉽게 정리할 수 있다. 곧 입말로 글을 만드는 일도 곁에 다가설 모양이다. 음식점에 들러 말로 명령해 로봇이 배달 서비스도 하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 편리함은 문자체계의 발달인게다. 내일은 578돌 한글날이다. 훈민정음 예찬론자인 까닭에 생성원리는 물론 발달과정과 진화되어갈 방향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태평양은 차치하고 한강다리 왕복도 년중 행사로 듬성듬성인데 필자의 얘기가 그리 큰 울림이 있을까만서도 거의 매일 산문을 쓰는 터라 한글 우수성을 체험하는 셈이다. 소리말 문자로서 인간의 소통에 그만이다 싶다. 세계적 석학들이나 유명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말 한글이 머지않아 세계 공용어가 될게다. 어느 가수가 부른 “아 테스형! 사는게 왜 이리 힘들어” 그 힘들 때 절로 나는 한숨과 소리말도 글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자다.
제부도에 오시라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제1회화성영화제가 열리는 제부도에 오시라. <화성소나타>, <화성동서기행>, <화성남북기행> <한반도소나타>등 역사문화기행 도서출판과 <제부도폰영화아카데미>, ‘스마트홍보단 창립’, <제부도 연가> 노랫말 만드느라 여러번 다녀온 섬이라 꽤 인연이 깊다. 제부도는 서해바다에 작은 섬이다. 인근의 뭍에 고대삼국시대 대당 신문물의 창구로서 지정학적 위치 탓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이던 ‘당성’과 뱃놀이 축제가 매년 열리는 ‘전곡항’, 섬안팎으로 레져시설 요트장 제부마리나와 전곡항마리나가 위치한 곳이다. 이곳 제부마리나 광장에서 영화제가 열린다. 제1회화성영화제다. 무엇보다 하루에 두 번 열리는 바닷길이 열리는 바다 섬에의 영화제를 상상하시라. 파도소리 은은하고 바람결에 나래치는 갈매기도 제부도 풍경에 한몫이다. 혹여 전곡항과 제부섬을 연결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갯펄을 건넌다면 물빠진 갯고랑이 마치 고대 암각화를 보는 듯하다. 주변의 지질연대가 고생대이니 이곳 저곳에 드러난 아득한 원시지층이 이채롭다. 근세사에 동북아 정세의 판도가 바뀐 장소가 제부 앞바다
이천으로 가는 길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삼포로 가는 길> 노래 가사 두 마디 구절이다. 걷는 대신 산 미팅에 모처럼 이천행 드라이브다. 이천에 가거든 쌀포대 가져오라는 아내의 배웅을 뒤로 한 채 애마에 올라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아~ 뜬구름 하나” 뿐이랴! 뭉게구름과 새털구름도 간간하다. 쭉쭉 내 뻗은 고속도로에 상행선은 정체되어 있고 하행선은 소통이 원활해 목적지로 향하는 네바퀴가 쉼없이 구르니 주변이 휙휙 지나간다. 얼마만인가! 무려 반년여 만에 홀로 영동선 나들이니 신나게 노래나 불러볼까 하다 도로 양옆에 스치는 풍경에 온정신을 매달았다. 언젠가 자동차로 북미횡단을 꿈꾸고 있는터라 연실 눈길 훈련인셈이다. 제한속도를 감안해 달리건만 이따금 속도위반으로 날아드는 과태료 고지서로 스트레스 높이가 서너척은 될듯 해 속도 표지판에 연실 눈길이다. 휘릭휘릭 주위가 뒤로 물러나더니 금새 목적지에 다다랐다. 채 라운딩이 끝나지 않은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창너머 솔숲새로 뵈는 잔듸에 한바퀴 뒹근다. 참 포근한 촉감이겠다. “꿈 속에 그려보는 머나 먼 고향아 옛모습 변치않고 지금도 잘있느냐 사랑하는